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A 사는 광고주들로부터 이 포털사이트에 배너광고를 유치하고 ‘우선순위 검색결과 도출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광고 수익을 얻었다. 한편 B 사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광고 시스템에 관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배포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이를 자신의 PC에 설치한 이용자가 A 사의 포털사이트를 포함한 특정 사이트에 방문했을 때 A 사의 광고가 아닌 B 사가 제공하는 광고를 컴퓨터 모니터에 표시하는 기능을 한다. B 사의 프로그램에 의해 자신의 광고 노출 기회를 상실하게 된 A 사는 B 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을 이유로 위 프로그램의 배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A 사가 B 사를 상대로 한 가처분 신청은 인용될 수 있을까? B 사는 A 사의 광고 위에 B 사의 광고를 덮어씌웠을 뿐 A 사의 저작물을 이용하지는 않았으므로 B 사에게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가능성은 낮았다. B 사는 A 사의 상표를 이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B 사의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되는 배너광고에 ‘본 콘텐츠는 B 사에서 제공한 것입니다’라는 내용을 표시했기 때문에 상표 침해 또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될 가능성도 낮았다. 또한 A 사는 배너광고 표시 등에 관해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등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에 다른 지식재산권 침해도 성립할 수 없다.

그렇다면 A 사는 B 사에게 아무런 법적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일까?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B 사는 A 사가 상당한 노력을 통해 구축한 지명도를 이용해 A 사의 포털사이트에 유입되는 방문자들에게 무단으로 광고 행위를 해 A 사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B 사에게 민법상의 불법행위는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민법에는 불법행위의 경우 사후적 조치인 손해배상청구권만이 규정되어 있을 뿐 사전적 조치인 금지청구권은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위 사건에서도 A 사가 불법행위를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물론 종래에도 인격권 침해 등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 금지청구를 인정한 사례가 있었으나(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 판결), 그 외에는 법률에 명문 규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에 따른 금지청구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논란은 더욱 컸다.

결국 법원은 B 사의 행위가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해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해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해 A 사의 금지청구를 인용했다(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

위와 같은 판례를 계기로 부정경쟁방지법에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일반 조항’을 도입하자는 논의가 더욱 활발해졌고, 그 결과 2013. 7. 30. 부정경쟁방지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부정경쟁행위’의 유형 중 하나로서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동법 제2조 제1호 차목, 이하 ‘차목’)라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즉 종래 대법원 판례에 의해 금지청구가 인정되던 부정경쟁행위를 명문화한 것이다.

차목 규정이 신설된 이후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영업비밀 등과 같이 종래의 전형적인 지식재산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이른바 ‘신(新)지식재산권’의 침해가 발생한 경우, 차목 규정에 의해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이 인용되는 하급심 판례가 다수 선고되고 있다.

최근 1심 판결이 선고된 ‘킹닷컴(king.com)’과 ‘아보카도(avocado)’ 사이의 저작권 침해 사건이 대표적이다. 캔디크러쉬사가 등으로 유명한 영국 게임회사인 킹닷컴이 2013. 4.경 출시한 ‘팜히어로사가’가 큰 인기를 끌자, 국내 게임회사인 아보카도는 2014. 2. 11.경 이와 유사한 ‘포레스트매니아’를 출시했다. 킹닷컴은 양 게임의 전개 방식, 규칙, 게임 보드의 구성과 배치, 맵(Map) 화면, 인터페이스, 캐릭터 등 게임의 시각적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 차목 규정 위반을 이유로 소를 제기했다.

법원은 게임의 전개 방식, 규칙 등은 아이디어에 불과하므로 저작권 침해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밖에 맵 화면, 버튼, 안내바, 캐릭터 등의 유사성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다만 법원은 비록 게임의 규칙이 아이디어의 영역으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킹닷컴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여 만든 몇몇의 ‘특수 규칙’을 아보카도가 대부분 차용했다는 점을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 차목 위반을 인용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0. 30. 선고 2014가합567553 판결, 현재 항소심 진행 중). 위 판결은 게임의 유사성에 의해 법적 조치가 이루어진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 그리고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 게임의 규칙의 유사성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 밖에 저작권, 영업비밀, 상표 등 전형적인 지적재산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이른바 ‘벌꿀 아이스크림’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소프트리가 후발 업체인 ‘밀크카우’ 측을 상대로 아이스크림 모양, 간판, 메뉴판, 로고 등의 유사성을 들어 Trade Dress 위반을 주장한 사안에서, 법원은 국내법에 Trade Dress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정경쟁방지법 자목 및 차목 위반을 들어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7. 선고 2014가합524716 판결, 2심 청구 기각, 현재 상고심 진행 중).

또한 온라인 위키 백과사전 사이트의 내용 전부를 다른 인터넷 사이트로 그대로 복제하는 ‘미러링(Mirroring)’ 행위에 관해, 법원은 위키 백과사전의 내용이 이용자에 의해 작성된 것이므로 사이트 운영자가 저작권을 보유하지 않으므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을 인정해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5. 14.자 2014카합1141 결정).

나아가 거래처 정보, 변압기 설계자료 등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법원은 비록 ‘비밀관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업비밀 침해를 기각하면서도 위 정보들이 원고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해 제작한 성과물이라는 점을 들어 원고들의 금지청구를 인용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2. 23 선고 2014가합514641 판결).

이처럼 최근 하급심에서는 종래의 전형적인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되지 않는 경우에도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에 의한 청구가 인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따라서 종래 전형적인 지식재산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부정경쟁행위의 정도가 심각하고 현실적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의 적용을 고려해볼 수 있고, 반대로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이 적용될 여지가 없을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