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오일의 생산량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에 대해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8,500~8,700만 배럴이기 때문에 셰일 오일 하루 200만 배럴(2012년 수치)은 2%를 조금 넘는다. 아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양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의 급성장이 계속되면 시장에 영향을 줄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시세이기 때문에 수급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하지만 공급의 급증에 따른 심리적 기대감도 의혹 중의 하나다."

셰일 에너지 등장으로 석유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2013년 8월 5일자 글로벌 오토뉴스 칼럼의 내용 중 일부다.

이 예측은 정확이 들어맞아 재작년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 기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저유가의 주요 원인은 국제시장에서의 공급과잉, 즉 러시아와 이란 등 공급자의 증가이며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셰일혁명의 결과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유가가 60%이상 하락하면서 셰일 에너지 투자수익률 또한 급속히 악화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셰일 혁명이 셰일 에너지 생산업체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셰일가스 원가는 배럴당 70달러는 돼야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국제 유가는 최근 3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했다.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에도 거금의 초기투자 비용에 대한 이자 상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생산을 지속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셰일에너지 업체 샌드리지 에너지는 재정적 생존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2011년 7월만 해도 주당 12달러를 웃돌던 샌드리지 주가는 급기야 올해 초에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을 이유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201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샌드리지가 지난 한 해 동안 본 손실은 6억8100만 달러에 달하고 총 36억3000만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다고 밝혔으며 현재 주가는 10센트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셰일업계가 개발 이익을 단 한 푼도 얻지 못했다는 보고도 있다. 스웨덴 소재 석유업체인 룬딘 페트럴륨의 CEO인 애슬리 헤펜스탈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셰일 산업에서 영업 현금흐름이 한 번도 증가한 적이 없으며, 계속해서 자본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배럴당 100달러대에도 셰일오일 업체들은 실제로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2014년 10월 말 셰일오일 산업계 전체로서는 개발 바람이 분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이윤을 기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셰일에너지 개발을 둘러싼 전망은 좋지 않다. 이미 석유 생산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셰일업체들의 파산을 계기로 생산량을 더욱 늘릴 전망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개발업체인 사우디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CEO는 지난 1월 27일, 사우디가 최근 비밀리에 하루 산유량을 980만배럴로 30만배럴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의 증산은 미국 셰일업계와 치르고 있는 유가전쟁에서 잃은 시장 지분을 탈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를 더 떨어뜨려 고비용 구조인 셰일산업에 직격탄을 날리겠다는 의도다.

셰일 유정의 수명은 약 3년으로 전통적인 유전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신규 유정을 개발해야 한다. 초기 개발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천연가스나 원유의 국제 가격이 특정 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셰일에너지를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모건 스탠리와 골드막 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은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세계에너지기구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원유 수요 증가는 연 평균 1.9%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앞으로 5년 동안은 연간 수요 증가율이 0.9%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럼에도 석유 공급 과잉은 지속될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유가 때 설비 투자로 빚을 진 셰일 관련 업체들이 이자 상환을 위해서라도 원유 생산량을 줄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S&P 캐피털 IQ에 따르면 샌드리지 에너지와 에너지 XXI, 헬컨 리소시즈는 지난해 3분기 매출 40% 이상을 이자 상환에 소진했다고 밝혔다.

한편 재정 상태가 좋은 기업도 생산을 확대할 전망이다. 미국 셰일오일업체 스코크 셰필드 파이오니어 리소시즈 CEO는 “저유가 상황이지만 자사 유전 채산성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국제 원유가격을 폭락시킨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셰일에너지 개발로 인한 공급과잉이라는 점이 역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