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던 세계의 법칙이 변하는 것일까? 영국 BBC는 천문학계의 주장을 인용해 "4월 1일 오전 9시 47분 명왕성이 목성 뒤로 지나가며 행성이 일렬로 정렬되면 지구의 중력이 순간적으로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몸무게가 얼마인지는 상관이 없으며, 누구나 오전 9시 47분 뜀박질을 하면 전성기의 마이클 조던을 능가하는 체공시간을 느낄 전망이다.

 

한편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는 미국 노스 다코다주에서 사우던노스다코다대학교 박물관 연구자가 조류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스마우그라는 공룡화석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우리는 매우 흥분한 상태"라며 "스마우그는 하늘을 날고 불을 뿜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이어 "스마우그는 호빗들과 교류를 했으며, 황금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목소리가 베네딕트 컴버베치를 닮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아울러 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 시즌 4를 빨리 보고싶다는 말을 남겼다. 시리즈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극장에서 나와 단체로 분노했던 유령신부같은 영화말고.

▲ 출처=영화 유령신부

만우절, 놈들이 온다
당연히 눈치를 챘겠지만, 4월 1일은 만우절입니다. 그리고 방금 소개한 기사는 약간의 윤색을 더하기는 했으나 실제 만우절에 벌어졌던 일들입니다. BBC는 만우절에 거의 악동으로 변신하고, 스마우그는 영화 호빗에 등장하는 드래곤이죠. 사우던노스다코다대학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출처=영화 호빗

해마다 만우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장난을 치거나, 혹은 장난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뜨죠. 기상천외한 장난들도 많습니다. 오레오 과자에 치약을 뿌리거나 동료에게 새싹이 자라나는 키보드를 선물한 일도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희 회사 인사팀장은 만우절 기간에 사직서 몇 장을 받아보기도 했다네요. 전체메일을 돌려 "사직서 제출과 수리는 민법상 청약의 원칙이며 아무리 사직서 제출자의 표의가 장난으로 했다고 해도 승낙자가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으로 알고 수리를 했다면 선의자무과실 원칙에 기인하여 허위표시무효의 원칙에 위배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직으로 장난치면 진짜 '보내버린다'는 애교섞인 경고입니다.

참고로 저는 학창시절 책걸상을 교실밖으로 빼고 땡땡이 흉내를 냈는데, 선생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수업을 진행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인것 같아요. 제가 비뚤어진 것이...

만우절 가벼운 장난과 농담으로 삶의 활력을 찾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 외신기자들은 말 그대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긴장합니다. 왜냐고요? 워낙 많은 '놈'들이 장난을 치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만우절만 되면 반복되는 시리즈 기사! '누가누가 장난을 잘 치나?'

지금도 만우절이 되면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BBC에요. BBC는 1957년 파노라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무에서 스파게티를 수확할 수 있다고 보도합니다. 그 장면을 연출해 영상으로 공개했으며, 놀란 시청자들이 비결을 물어보자 "토마토 소스가 담겨져 있는 캔에 스파게티 가지를 넣고 행운을 기도하세요"라고 말했답니다. 돈 벌기 참 쉽군요. 스마트팜의 시초일까요? 아니면 주술의 기원일까요?

▲ 출처=BBC

서두에 설명한 지구중력도 BBC가 1976년 영국의 천문학자 패트릭 무어까지 등장시켜 장난을 친 겁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해당 보도를 믿고 많은 이들이 오전 9시 47분 점프를 했고, 몇몇 시청자들은 "실제로 몸이 붕 떴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에는 하늘을 나는 펭귄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진화의 기적’을 통해 BBC는 펭귄들이 남극의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남아메리카 열대우림으로 날아가고 있다고 보도했죠. 해당 보도를 뽀로로가 슬퍼했다는 후문입니다? 2010년 국내 LG유플러스가 이를 패러디해 광고를 만들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도 들립니다. 여러분, 지구 온난화가 이렇게 무서운겁니다.

2012년에는 지구를 날려버리기도 했습니다. BBC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The Earth has exploded, killing everyone'라는 제목으로 현재 지구가 폭발했으며, 우리 모두 죽었다고 보도합니다. 엄청난 특종이네요. 심지어 해당 기자는 "나는 지금 사후세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뢰와 공정성의 대명사로 통하는 BBC도 만우절에는 악동이나 다름이 없네요. 대학시절 알았던, 너무나 얌전했던 제 영국친구가 축구만 보면 훌리건으로 변신했던 이유를 대충 알겠습니다. 정말 필사적으로 장난치는 BBC입니다.

그리고 구글, 구글은 만우절 외신기자 경계 1순위입니다. 2004년 달에서 일할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내어 많은 구직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으며, 2005년에는 인터넷 서핑을 잘 할 수 있는 음료수를 판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구글맵을 활용한 장난도 유명해요. 2012년 구글맵을 8비트 패미컴 그래픽으로 변신시켰죠. 맵에는 몬스터가 숨겨져 있어요. 2013년에는 구글맵을 보물지도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흘러간 판타지 게임에 등장할 것 같은 지도를 보여주며 보물을 표시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강남스타일의 싸이와, 국회의사당의 태권브이가 있습니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도 있습니다. 특히 태권브이는 충격적이었어요. 국회의사당이 열리면 등장한다는 태권브이의 전설이 구글에도 알려졌다니!

▲ 태권브이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출처=픽사베이

2014년에는 포켓몬 챌린지를 열었습니다. 닌텐도의 포켓몬에서 모티브를 따 구글맵에 흩어져 있는 포켓몬을 포획하는..(이즈음 되면 구글의 정신상태가 의심된다는)...지도를 살피며 포켓몬을 잡으면 됩니다. "너! 내 동료가 되어라!" 150마리 잡으면 포켓몬 파스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 구글은 남코에서 개발한 아케이드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팩맨을 구현했습니다. 실제 지도를 바탕으로 게임을 하는 겁니다.

구글 각 지사도 경쟁적으로 장난을 칩니다. 캥거루에 스트리트뷰를 달아 들판을 촬영했다는 곳이 나오는가 하면 구글이 날씨를 통제할 수 있으며 마음껏 조작할 수 있는 페이지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 장난을 펭귄의 남쪽행을 아련하게 그려낸 BBC가 싫어합니다. 구글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었군요.

구글코리아도 빠질 수 없죠? 2008년 구글코리아는 사투리 검색 서비스를 공개했으며 2009년에는 검색창으로 끝말잇기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애플도 만우절 장난에 빠질 수 없습니다. 2007년 애플 스토어에서 맥프로의 가격을 3시간동안 엄청나게 할인한다고 속였죠. 앨런 머스크의 테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만우절에 모델W라는 스마트워치를 출시했다고 발표했어요. 애플의 애플워치를 의식하는 발언까지 흘려 더욱 의미심장했습니다.

이 외에도 1984년 시카고트리뷴은 얼어붙은 매머드의 시체에서 난자를 추출해 하이브리드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으며 1996년 디스커버리는 물질계의 기본 입자물질인 빅온을 발견했다고 속보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2003년 MBC는 CNN사이트를 모방한 허위 사이트의 만우절 거짓말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피살’이라는 속보를 날리기도 했고요. 안심하세요. 빌 게이츠 회장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기 전에는 건재할 겁니다. 2011년 이케아는 애완용 의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더 묘한 일도 생겨요. 진실이 진실로 여겨지지 않아요! 2015년 아마존이 대시라는 신제품을 발표하자 사람들이 '또 장난이야?'라고 비웃었다가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던 일도 있습니다. 비극적인 장국영 자살도 비슷했어요.

▲ "나 살아있음" 아직 건재한 빌 게이츠 회장. 출처=위키미디어

재미있고, 유쾌하게
만우절에 대한 기원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은 모두가 웃고 즐기는 순간의 휴식일로 여겨져요. 그러나 지나친 장난은 곤란합니다. 만우절에 장난전화하면 징역이나 민사소송까지 당할 수 있어요. 장난은 적당히 치자고요.

하지만 두근거리는 기대감은 숨길 수 없습니다. 2016년 4월 1일, 이번에는 어떤 유쾌한 장난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알파고 형제가 나타나길 기다립니다. 일명 베타(Beta)고. 배를 타고 다닌다는 소문이....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