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시험 기간이 되면 치과대학은 공부하는 학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하루에 2~3개 과목씩 매일 같이 진행되는 살인적인 시험 일정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강의실의 불은 24시간 내내 꺼지지 않았고, 심지어 강의실에서 쪽잠을 자며 밤새워 공부하는 학생도 있었다.

하루에 한 과목만 시험을 보거나 리포트로 중간고사를 대체하는 대학의 낭만 같은 건 꿈같은 얘기였다. 오히려 시험을 못 봐 재시(재시험)와 삼시(재재시험)를 오가며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반납해야 하는 잔인한 현실이 있었을 뿐이었다.

치과의 학문 특성상 시험문제는 논술형보다는 주관식 다답형에 가까웠다. 단답형이 아니라 다답형이라 한 까닭은 ‘어떤 치료의 장점?’과 같은 문제에 1번부터 번호를 매기며 장점을 나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번호순으로 나열된 답의 앞글자만 따서 외우곤 했다. 시험 시간이 가까워지면 그런 식의 암기에 바짝 열을 올렸고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까먹을세라 부리나케 시험지를 훑으며 재빠르게 앞 글자를 적어 두었다. 그 뒤 기억을 되살리며 앞 글자 뒤에 하나씩 답을 완성해 나갔다.

아뿔싸! 앞 글자는 외워서 적었는데 도무지 그 뒤에 오는 문장이 죽어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머리를 부여잡고 쥐어짜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답을 외우기에만 급급했지 개념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가 하나씩 빠진 답안지를 놓고는 아쉬움과 함께 펜을 놓았다.

지금은 오래 전 얘기가 돼 버린 대학 생활 때의 아련한 기억이다. 비단 시험에서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잘 기억시키기 위해서 앞 글자나 특정 숫자만을 따서 계몽운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치과에서도 물론 이런 것이 있는데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3.3.3법칙일 게다. 양치에 관한 법칙으로 하루 3번, 3분 동안, 그리고?

바로 정답을 떠올린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나머지 3은 ‘3분 이내’이다. 이 법칙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루 3번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양치를 의미한다. 식사 후 구강 내에 남아있는 음식물 잔사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치아에 남아있는 음식물들이 세균에 좋은 영양분을 제공하기에 그 양식을 제거하는 것이다.

3분 동안은 양치질을 하는 시간으로 구강 내의 음식물을 깨끗이 닦아내기 위해 3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 3분 이내는 식후 3분 이내에 양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강 내 세균이 번식을 해 치아에 해를 줄 수 있는 시간이 3분이기 때문이다.

이 법칙이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그 시대의 사회상이나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치아 상식으로 여겨졌을 만큼 그 역할을 충분히 잘해왔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었고 지속적인 연구로 기존과는 다르거나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

요즘엔 4.3.3법칙이라고도 한다. 하루 4번의 양치를 권장하는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 이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잠들기 직전에 닦는 것’을 말한다. 저녁을 먹은 뒤 야식이나 간식을 먹을 수도 있고, 더 중요한 이유는 자는 동안에 구강 내의 자정작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는 동안에는 입을 다물고 있고 타액의 분비량이 줄어 세균에 대한 저항능력이 떨어진다. 이에 반해 세균은 36.5°의 따뜻하고 습한 곳에서 활발하게 자라난다. 따라서 자기 직전에 이를 닦는 것이 하루 4번의 양치질 중 가장 중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루 4번의 양치보다 2번의 양치가 권장되고 있다. 아침과 자기 전의 올바른 양치만으로도 충치와 잇몸병의 예방이 된다는 주장이다.

3분 동안의 양치 시간에도 논란이 있다. 3분 동안 양치를 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리고 3분이라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닦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연구에서는 양치 시간이 2분이 넘어가면 치약의 연마제 작용으로 치아 표면이 닳기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즉, 긴 양치 시간은 치아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양치 시간보다 양치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3분 이내의 양치가 치아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이는 요거트나 탄산음료와 같은 산성도가 높은 음료를 먹었을 경우 석회질인 치아의 표면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산성비에 유명 대리석상이 파괴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런 상태에서 양치를 하면 약화된 표면이 손상되게 된다.

이 표면이 구강 내의 미네랄 성분으로 재광화되기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따라서 산도가 높은 식음료를 섭취한 뒤에는 물로 가벼운 가글을 한 뒤 30분 지나서 양치하는 것이 좋다. 또한 매번 음료 섭취 뒤 양치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런 경우 물로 가글링만 해줘도 좋다. 그리고 치아가 세균의 작용으로 약해지더라도 바로 썩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양치로 관리해 준다면 재광화가 이뤄지기에, 식후 3분 이내에 너무 목을 맬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