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다흐야 알푸르산 신도시 MOU 체결식(출처=대우건설)

분당, 일산, 동탄 등 우리나라는 ‘신도시의 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의 경제 성장으로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짧은 기간 안에 주거와 기반시설 등을 건립하는 신도시 중심의 주거 문화가 정착된 것. 최근 이러한 국내 신도시 개발 노하우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사업을 통해 축적한 대규모 신도시와 민간도시개발 경험 그리고 첨단 아파트 시공능력을 세계가 인정해 한국형 신도시 수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 신도시, 해외 건설 ‘효자 종목 자리매김

유가하락으로 중동에서의 건설수주가 급감한 가운데 지난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처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이 현지 로컬업체와 함께 최대 200억 달러(한화 23조원) 규모에 이르는 ‘초역대급’ 사우디 신도시 건설공사 사업 참여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아직 구체적인 공사금액이나 추진 일정, 그밖에 계약조건이 확실하게 정리된 단계는 아니지만 본 계약에 들어갈 경우 대한민국 건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해외건설 수주가 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가 발주하고, 사우디 정부가 재원을 조달하는 이 사업은 수도인 리야드 공항에서 동쪽으로 14km 떨어진 곳에 분당신도시 2배 규모의 ‘다흐야 알푸르산 신도시’를 건설하는 공사이다. 10년간 총 10만 세대의 주택과 신도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약 6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최첨단 신도시로 조성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구는 약 3000만명(2014년)으로 연간 1.5%의 인구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수도 리야드에만 60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 유입 인구에 비해 주택보유율은 60% 정도로 현저히 낮아, 갈수록 주택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주택부를 신설하고, 올해 1월, 향후 7년간 약 4000억 달러(한화 약 464조원)을 투자해 150만 세대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동 지역 내 또 다른 한국형 신도시 조성사업으로는 한화건설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짓고 있는 ‘비스마야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1830ha(550만평) 분당급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하는 공사로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101억 달러, 한화 약 11조 4000억원)다.

현재 총 3120가구 규모의 Town A의 A-1블록과 A-2블록이 완공됐으며, 이 단지들은 발주처인 NIC(National Investment Commission)에서 입주를 준비하는 중이다. 다른 블록에서도 각각 부지조성, 기초공사, 아파트 골조공사, 마감공사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수장, 하수장을 비롯해 상하수도, 도로, 지하공동구 및 전기시설, 조경, 학교, 유치원 등의 사회기반시설도 주택공사 진행에 맞춰 공사가 진행 중이다.

▲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출처=한화건설)

대우건설도 1990년대부터 미국 뉴욕 트럼프월드타워를 비롯해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신도시, 알제리 부그줄 신도시 등 해외 곳곳에서 대규모 주택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베트남 하노이에서 대우건설이 짓고 있는 ‘스타레이크시티 신도시’는 100% 민간주도로 진행되는 해외 신도시 개발사업 첫 사례다. 하노이 인근의 207만6000㎡ 규모 부지에 한국형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 25억 2800만 달러(약 2조 9299억원) 규모다. 1996년 대우건설이 하노이시에 사업을 제안한 후 IMF 금융위기 등으로 지연됐으나 지난 2012년 11월 1단계 사업에 착수한 이후 사업이 본격화됐다.

포스코건설도 지난 2006년 베트남 국영 건설회사 비나코넥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하노이 서부 신흥 주거 지역인 북안카잉 지역에 베트남 최초의 자립형 신도시 ‘스플랜도라’를 건설 중이다. 총 사업비 38억1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사업은 2020년까지 6단계에 걸쳐 주거·상업·기타 지구로 나눠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총 6단계 사업 중 1단계 사업(아파트 496세대, 빌라 및 테라스하우스 553세대)이 완료됐으며, 현재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건설은 카자흐스탄 신도시 건설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게이트 시티(Gate City)내에, 8000여 세대에 이르는 주택을 짓는 공사비 7000억원 규모의 ‘코얀쿠스(Koyankus) 주택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회사 측은 러시아와 CIS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 외에도 GS건설(베트남 호치민시 냐베신도시) 현대건설(베트남 하동신도시) 등이 해외에 한국형 신도시를 전파하고 있다.

▲ [출처=해외건설협회]
▲ 해외신도시 수주 실적 관련 구체적 자료가 미비해 해외주택사업 수주 실적으로 집계[출처=해외건설협회]

신도시 건설, 플랜트 넘어 건설업계 신성장동력될까

이처럼 최근 국내 건설업계의 잇단 해외 신도시 프로젝트 수주는 계속되는 저유가 탓에 국내 건설사의 해외 주력 사업인 플랜트 공사 발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신도시 건설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엔 도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도시인구가 약 29억명 가량 늘어나, 해마다 인구 30만명 규모의 신도시 250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신도시 개발 시장은 해외 건설의 새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시공능력평가 상위 500위 이내 건설사 CEO를 대상으로 ‘국내외 건설시장 전망’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해외 시장에서 유망한 건설 상품으로는 ‘석유화학 플랜트’(25.4%)가 1위로 꼽혔으며, 다음으로 ‘발전소’(20.9%), ‘도로/교량’(11.9%) 순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유망 상품 1, 2, 3순위를 종합하면 순위는 달라진다. ‘신도시 개발’이 1위를 차지하고, 도로/교량이 2위, 그리고 석유화학 플랜트가 3위로 나타났다. 건산연 측은 “이같은 조사 결과는 2011년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왔으나 비중 측면에서는 신도시 개발의 그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출처=건설산업연구원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원전 등 플랜트 공사와 도로, 고속철도 등 인프라 공사는 해외 일류 건설사들의 경쟁력이 앞서고 있지만, 신도시 개발은 국내 건설기업이 선점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최근 개발도상국들의 한국 신도시 배우기 열풍을 활용, 신도시를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수출상품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