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포켓몬컴퍼니

구글 플레이에서 ‘포켓몬’을 검색해보면 실망감이 몰려온다. 검색에 걸리는 모바일게임이 거의 없다. ‘포켓몬 셔플 모바일’ 정도만 찾아볼 수 있다. 있을 법도 한데 없어서 더 실망이다.

닌텐도와 포켓몬컴퍼니의 IP 보호 정책 때문이다. 포켓몬 IP는 그간 여러 방면으로 활용되긴 했다. 유독 모바일게임으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포켓몬 게임을 하려면 닌텐도 게임기를 사야하는 구조다.

닌텐도가 태도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 올해는 포켓몬 탄생 2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아주 특별한 ‘포켓몬 모바일’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조만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니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게임 유저는 GPS 연동된 지도를 보며 실제 공간에서 포켓몬을 잡으러 다닐 수 있다. 서울역에 가서 피카츄를 잡을 수 있는 식이다. 지도에 표시된 장소에 도달해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켜고 현실 공간을 비춰보면 포켓몬이 나타난다. 전투를 펼쳐 포획이 가능하다.

포켓몬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육성해 다른 유저와 결투를 펼칠 수도 있다. 포켓몬을 서로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존 포켓몬 게임의 시스템을 완전히 구현한 모습이다. 시스템은 같지만 게임을 즐기는 방식은 완전히 새롭다. 실제 공간을 거닐며 즐기는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이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포켓몬과 모바일게임의 진화다.

‘포켓몬 GO’: 폐쇄에서 개방으로

이 게임은 ‘포켓몬 GO’다. 지난해 9월 개발 소식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처음 공개됐을 당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제는 개발 마무리 단계에 접었다. 정식 출시가 다가오고 있다.

게임 추가 정보도 속속 공개되고 있다. ‘포켓몬 GO’ 개발사 나이언틱은 지난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실제 게임 구동 화면을 공개했다. 지난해 공개된 홍보 영상만큼 드라마틱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유저 반응은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 플레이 화면. 출처=유튜브 캡처

이달 말 일본에서 진행될 필드 테스트에 앞서 공개한 것이다. 현재 ‘포켓몬 GO’ 홈페이지에서는 테스터를 모집 중이다. 베타 테스트는 이달 말 일본에서 시작되며 차후 다른 국가에서도 테스트가 시행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 모두 올해 중에 출시할 계획이다.

‘포켓몬 GO’ 프로젝트 뒤에는 개발사 나이언틱은 물론 포켓몬컴퍼니가 있다. 또 닌텐도가 자리한다. 나이언틱은 구글 어스 공동 제작자 존 행크가 차린 회사다. GPS 기술을 활용해 AR 모바일게임을 제작해왔다.

존 행크는 포켓몬 게임 디렉터 마스다 준이치와 만나 ‘포켓몬 GO’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나이언틱은 지난해 10월 구글에서 독립한 뒤 닌텐도 등으로부터 2000만 달러를 투자 유치했다.

포켓몬 관련 모든 사업을 관리하는 포켓몬 컴퍼니는 닌텐도·게임프릭·크리에이처 3사가 지분을 소유한 합작회사다. 포켓몬 관련 모든 게임 유통은 닌텐도가 전담하고 있다. 이 게임을 닌텐도와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든 이유다.

‘포켓몬 GO’는 닌텐도에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게임이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폐쇄’에서 ‘개방’으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일단은 플랫폼 개방이다. 콘솔 게임기에서 벗어나 휴대폰까지 생태계를 확장한다. 포켓몬 IP(지적재산권)를 다른 개발사에 개방해 게임을 만든다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끝이 아니다. 게임기 속 폐쇄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실제 오프라인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는 것 역시도 폐쇄에서 개방으로의 흐름으로 읽힌다.

‘모바일 늦깎이’ 벼랑 끝 도전

일본 게임 시장은 콘솔과 아케이드 중심이다. 두 분야 점유율 합계가 85%에 이른다. 모바일과 온라인은 각각 7%가량에 머물러 있다. 모바일과 온라인 중심은 국내 게임시장하고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일본 게임업계는 쉽게 말해 시대 변화에 적응 못 했다. 주류 플랫폼이 급격히 바뀌면서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열렸는데 일본 게임사들은 그저 하던 대로만 일했다. 글로벌 게임시장 중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닌텐도가 이런 흐름의 중심에 있었다. 닌텐도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적극 대응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주력 디바이스인 휴대용 게임기 자체에 모바일게임의 개념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심 모바일게임 생태계에 대응한다는 것은 닌텐도 입장에서는 게임기 사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 돼버린다. 시장 잠식을 우려한 것이다.

이런 폐쇄 정책은 악몽을 낳았다. 닌텐도의 악몽이 2011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 3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나도록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 했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떠돌았다.

일본 국민기업이자 최대 게임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콘솔 게임 시장과 달리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모바일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서 비롯된 결과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닌텐도는 뒤늦게 시대 흐름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일본 모바일 게임사 DeNA와 손을 잡고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소셜 모바일게임 ‘미토모’다. 발표 당시엔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 일본 iOS 무료 애플리케이션(앱) 순위에서 1위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 미토모. 출처=닌텐도

포켓몬=황금 IP

미토모가 공개됐을 때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는 분명했다. 닌텐도가 보유한 슈퍼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등장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의외의 게임이 등장하자 그런 반응이 나타났다.

닌텐도는 포켓몬을 비롯해 슈퍼마리오, 소닉 등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슈퍼 IP를 보유하고 있는 IP 홀더 아니던가. ‘IP 프리미엄’을 누리지 않고 왜 어려운 길을 택했나. 실망에 의문이 더해졌다.

▲ 슈퍼마리오. 출처=닌텐도

포켓몬 IP의 경우 지난 1996년 처음 출시된 콘솔 게임 ‘포켓몬스터 RGB’가 역사의 시작이다. 이후 20년 동안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받고 있다. 일본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IP로 평가받는다.

포켓몬의 게임 외에도 애니메이션, 영화, 만화 등 다양한 IP 활용 콘텐츠가 파생됐다. 각각의 영역에서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IP의 생명력이 날로 질겨졌다. 유독 모바일게임으로는 만나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포켓몬 GO’는 이런 갈증을 해소해줄 것으로 보인다. 성공 가능성도 높다. 유명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최근 ‘흥행 보증수표’로 여겨지는 추세다. IP의 유명세에 힘입어 전사적인 마케팅 없이는 유저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 IP의 경우 그간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거의 활용된 적이 없다. 그런 까닭에 그 영향력을 더욱 발휘할 것으로 여겨진다. 포켓몬은 ‘황금 IP’인 셈이다.

AR 모바일게임의 파급력

닌텐도 입장에서는 뒤늦게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다. 모바일게임 시장 전망은 예전과 같이 않은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시장은 포화로 치닫고 있으며, 모바일로 넘어온 주도권이 가상현실(VR) 게임의 등장과 함께 PC·콘솔 진영으로 다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포켓몬 GO’는 닌텐도가 선택한 전략 솔루션 중 하나다. 이 게임은 모바일게임을 뛰어넘는 모바일게임이다. 증강현실(AR)을 가미했기 때문이다. AR 게임은 일종의 G2O(Game to Offline)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게임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현실세계를 게임화(Gamification)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린다.

다른 모바일게임과는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또 경계의 붕괴는 다양한 연계 비즈니스의 여지를 열어준다. 예컨대 ‘포켓몬 GO’에서 ‘뮤츠’를 잡으려면 이코노믹리뷰 사무실로 가야 한다고 안내해준다면 유저들이 사무실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

▲ 포켓몬 GO_포켓몬컴퍼니

이런 식으로 ‘포켓몬 GO’는 유저들의 이동 경로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때문에 특정 지역, 쇼핑몰, 관광지 등과 연계해 비즈니스 모델을 짤 수도 있다. 일종의 O2O(Online to Offline) 네이티브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AR 모바일게임의 가능성을 낮춰 보는 시선도 있다. 본래 모바일게임의 강점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틈틈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지역까지 여행을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 게임을 할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는 지적이다.

타당한 지적이기는 하다. 다만 ‘포켓몬 GO’가 기존 모바일게임 이용 행태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순 시간 때우기 용도가 아니라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 제2의 현실을 창안하는 차원까지 나아갈 수 있다.

한편으로는 ‘포켓몬 GO’가 국내 출시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떠돈다.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이 불법인 까닭에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이 게임이 출시되긴 어렵다는 견해다.

다만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해외 업체가 제공하는 지도 관련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용하기로 했다. ‘포켓몬 GO’의 국내 출시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포켓몬 20주년을 자축하는 ‘포켓몬 GO’. 모바일게임과 포켓몬 IP, 그리고 닌텐도의 진화를 전부 보여줄 수 있을까.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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