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경기도 광주 오포읍 모 대형건설사의 견본주택. 중도금 집단대출 관련 질문에 분양관계자가 당황해한다. 연이어 묻자 "제2금융권이 될 것 같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피한다. 일주일 후 대규모 재건축 단지 견본주택에서도 "대출 승인이 안 났다"며 답변을 얼버무린다. 

건설사들이 시중은행에서 중도금 집단대출거부를 당하고 2금융권에 '동냥 대출'을 하면서 최고 5%의 높은 금리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사업비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실질 분양가가 높아져 사업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중도금 대출규제는 공공아파트와 민간아파트, 재건축 재개발 단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등 사업장의 구분없이 나타나고 있다. 제2금융권은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농협 등을 지칭하고 대부업체는 포함되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건설사들이 지방은행 및 제2금융권과 중도금 대출을 협의 중이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의 대출금리 때문에 전체 사업비가 증가해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주택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3월 현재 회원사들이 금융권으로부터 집단대출을 거부당하거나 감액 요구를 받고 있는 사례가 1만2000여가구, 1조8300억원에 이른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은행의 집단대출 금리는 2.78%~3%초반이지만, 2금융권의 경우 3.5%~4% 초반, 더 높으면 5%까지 솟아 상환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 출처=업계

이 외에도 시중은행이 중도금 대출을 승낙을 했어도 분양후 돌연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모 건설사는 PF대출은행이 집단대출금액의 50%만 취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다른 대안이 없어, 1차 중도금 납부 기간을 유예한 후 지방은행에서 나머지 절반을 높은 금리에 대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사업률이 70% 이상 진행됐을 경우에만 대출 협의가 가능한 곳도 있을 정도다.

중도금 대출은 건설사들이 은행과 협의해서 계약자에게 대출을 알선해 주는 것인데, 6회에 나누어 회차별로 분양가의 10%씩, 총 60%를 낸다.

대출규제에서 보증까지 의무?

현 상황은 대출금리도 낮고, 시중 은행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내줬던 작년과 명백히 대조된다. 대출규제도 모자라 건설사를 옥죄는 것이 또 있다. 대출보증에 관한 것이다. 기존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PF대출 보증서 없이 시공사의 연대보증으로 금융권 대출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지급보증'이 없으면 대출이 어려워졌다는게 주택업계의 얘기다.

대출 칼날은 중견, 대형 건설사를 가리지 않는다. 대형건설사의 사업장에도 도시주택보증공사가 필히 '지급 보증'을 서지않으면 대출을 내주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본사는 보증 기준을 강화하지 않았고 계속 운용하고 있다"며 "다만, 은행권에서 대출총량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급보증 의무화 사실을 부인했다.

재건축·지역주택조합·공공 아파트, 이자부담 '가중'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업비 대출은 물론이고 이주비대출이 어려워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주비대출 금리도 올라 조합원 추가분담금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집단대출 평균금리가 1월에는 약 3%대에서 은행 3.3∼3.5%, 제2금융권 3.5∼3.9% 수준 올랐다. 사업리스크가 비교적 크다고 알려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 리스크까지 겹쳐 사업성이 불투명해진 지역이 증가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조합원이 50%이상 모집이 돼야 설립인가를 받는데 일정수준 이상을 채우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었다"고 말했다.

공공 아파트도 집단대출 규제의 그늘을 피해갈 수 없는 분위기다. 구리갈매 B3블록의 LH 아파트의 경우 지난 1월 하나은행과 연리 3.3%에 중도금 집단대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작년 연말에 비해 0.5%P가량 오른 것으로 수분양자들의 부담이 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심지어 광주지역 '우방아이유쉘'은 계약률이 90%를 넘는 소위 '대박' 사업장에도 자체 대출금액 한도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시중은행에서 대출 거부를 당했다. 이후 '우방아이유쉘'은 지방은행으로 대출기관을 확정했지만 금리는 기존 2.8%보다 높은 3.9%수준이 됐다.

2금융권도 '대출규제' 그림자 오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이 지방은행과 제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집단대출을 거절당한 건설사들이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린 데 따른 ‘풍선효과’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늘은 것은 사실이지만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고, 건설사의 신용등급, 세대 수 등 일정기준이 안되는 사업장은 대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1월 연체율도 0.06%에 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금융권의 집단대출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위기도 2금융권들의 무분별한 대출로 벌어진 일인데, 지금 우리도 그런 모습"이라며 "2금융권 대출도 커지면 정부에서 대출총량 자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리 상승분만큼 수요자들이 가장 큰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며 "금리가 높은만큼 사업성만 보고 투자해야 하는데 그 또한 판단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