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숭고한 이념을 가지고 출발했다 하더라도 MOOC 서비스 제공자들이 화수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속적인 시스템 운영비와 코스 개발비 등을 충당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진리이듯,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MOOC의 경우 수료증 인증, 취업 연계 교육, 학점 인정 등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 중이다.

MOOC 제공자들은 초기에 인증서를 무료로 발급해줬으나, 2014년 유다시티(Udacity)를 시작으로 유료화로 전환했다. 수료증 인증 서비스는 코스 수료 내용을 해당 MOOC 제공자가 인증해주는 것으로 무료 코스와 내용에서는 차이가 없다. 단지 이용자가 인증된 수료증을 원할 경우 개별코스에 대해 일정 금액(150달러 이하)을 부과하고, 관련 있는 여러 개의 코스를 모두 수료했을 때 추가비용을 내면 묶음 인증서도 제공한다. 현재 일부 해외 대학 및 기업에서 이러한 인증서를 평가에 활용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활용되고 있지 않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교육 서비스 추구

여러 개의 코스들을 묶어 하나의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개별 코칭, 취업 연계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먼저 유다시티의 경우를 보면, AT&T나 페이스북과 같은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회사 실무에 필요한 고급 기술교육과 실습을 유료로 제공한다. 본 코스를 수료한 사람에게는 나노학위(Nanodegree)가 수여되고 이 학위는 해당 기업 취업 시 인정된다. 올해 1월에는 더 나아가 나노학위 플러스(Plus)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학위 취득 후 6개월 안에 취업을 보장해주고 안 될 시 전액 환불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세라 또한 같은 월에 취업 연계 프로그램인 ‘전문화(Specialization)’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정 주제에 대해 관련성 있는 4~6개 정도의 코스들을 묶어 실습 프로젝트를 같이 제공하며, 일부 과목의 경우 성적이 좋은 수강생에게 특정 기업과의 만남과 같은 혜택도 제공한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경우 글로벌 신입생 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1학년 과정을 과목당 200달러에 제공하고 학생은 코스를 패스한 경우 해당 비용을 지불한다. 이렇게 얻은 학점은 실제 애리조나 주립대학을 입학할 때 인정되기 때문에, 유학생들에게는 실질적인 비용 절감, 대학 측에서는 보다 많은 잠재적 지원자들을 수익원으로 발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MIT 대학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MITx 마이크로마스터즈(MircoMaster’s) 프로그램은 1년짜리 MIT 물류관리 석사과정에 적용되는데, 일반적인 대학원 입학 과정과 달리 MOOC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입학 방식을 취하고 있다. 모든 이에게 해당 석사 과정 첫 학기 과목들이 온라인(Half Online)으로 제공되고, 이를 모두 수료하고 마이크로마스터를 취득한 학생들 중에서 좋은 성과를 낸 학생을 실제 석사 과정으로 선발한다. 선발된 학생은 나머지 한 학기를 학교(Half on Campus)에서 수업을 듣는다. 이 또한 학생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해당 학과에 대한 사전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학교 입장에서는 보다 뛰어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이다.

 

MOOC 비즈니스를 위한 고민들

먼저 MOOC가 기존 대학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나, MOOC가 일정 부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대학의 일부 과목을 MOOC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재 취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 정부 및 대학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통폐합되고 있다. 그럼 대학 내 기본적인 소양을 담당하던 과목들은 누가 가르치게 될 것인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아닐지 몰라도 대안으로 MOOC를 들 수 있다. 지금도 일부 학교들 간에는 학점 교류를 하고 있기에, 대학 간 공통 과목을 MOOC로 하게 된다면 대학과 학생 간 상호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수의 역할은 지식 전달의 ‘Teaching’이 아니라 학생 수준에 맞는 교육과 문제 해결, 창의적 사고 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Coaching’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한 대학에서 말하기를 2004년에야 학자금 대출금을 다 갚았다고 할 정도로, 금수저가 아닌 바에야 졸업 시 엄청난 빚을 지게 되며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을 위한 왕도가 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취득한 학위는 점점 그 효용성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하다. 만약 적은 비용으로 글로벌 MOOC가 학위를 준다면 이와 유사한 사이버대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잠재적 진입자나 대체재가 아닌 시장 내 경쟁자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경쟁력이 약한 일부 대학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교육은 그 나라의 사회, 문화체계 등에 깊이 관여돼 있기 때문에, 단순 공산품과 같이 쉽게 판매나 서비스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 해외 MOOC의 진화 방향을 보면 현업이나 취업에 특화된 기술 교육들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숙련된 기초 산업기술들을 MOOC 서비스화하는 것들에 대한 논의가 표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기업이나 대학에서는 정부의 지원책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이렇다 할 진행은 없는 상황이다.

 

예상되는 MOOC 비즈니스

우리 교육시장 규모는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MOOC 제공자들과 비교해 매우 작기에 국내 시장만을 보고 MOOC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그다지 앞날이 밝지 않다. 그렇다고 글로벌 MOOC 제공자들과 경쟁하기에도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 그러면 어떤 접근을 해야 할까, 그것이 현재 우리가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에 향후 국내 MOOC 비스니스에 대해 생각해보면, 먼저 글로벌 MOOC와 공동 비즈니스를 추진이다. 여기에는 단순 한글화뿐이 아니라 학생 수준에 맞는 수준별 코칭 프로세스를 추가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에는 사이버강의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국내 사이버대학들이나 충분한 교수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일반 대학들에게 적합하며, 새로운 수익창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가 공개한 세계 대학 과목별 순위에는 한국 대학 중 일부 과목만이 20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으로 이러한 과목들에서 MOOC 비즈니스를 창출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한국어 교육과 같이 글로벌 수요는 작을지라도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잘 가르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다양한 재료로 만드는 ‘묵’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먹는 묵과 같이 MOOC 자체로는 대부분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먹기 좋은 묵사발이 될 수도 있고, 형편없이 뭉개진 묵사발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상황에 맞는 MOOC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이유이며, 지금은 MOOC가 보여주는 이상적인 모습에만 현혹되지 말고, 실리를 분명히 따져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중요한 시점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