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화의 수단이라는 점에 대해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화장품=아름다움’의 관계성은 깊다. 여자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은 이미 즐비하고, 최근 몇 년 사이 외모가 경쟁력을 불리는 시대를 살게 되면서 꾸미는 남자 ‘그루밍족’을 겨냥한 남성 전용 화장품 브랜드도 많아졌다.

아울러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뷰티·미용에 관심을 갖는 ‘뉴시니어’들이 업계 큰손으로 떠올랐다. 50대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를 지칭하는 시니어들은 높은 소득 수준을 바탕으로, 가격과 브랜드에 구애받지 않고 아름다움에만 중점을 두는 적극적인 소비행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현 시대에서 다양한 연령대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화장품’을 사용한다. 그러나 화장품 산업이 형성되기 전,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는 일부 계층만이 꽃잎이나 나무의 목탄을 이용해 만든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전부였다. 그 마저도 화장품의 제조는 꽃잎을 빻거나 백분·향료 따위를 맷돌에 갈아 체에 치는 등 직접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산업 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화장품의 산업화 과정은 매우 더뎠다.

본격적인 화장품 산업화, 무한 경쟁 시작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의 효시는 1916년 박승직 두산 창업주의 부인 정정숙 여사가 만든 대한민국 최초의 화장품 ‘박가분’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여성들은 대부분 분꽃의 열매나 쌀가루로 백분을 직접 제조해 사용했지만, 최초의 화장품이 나오면서 1920년대 여성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이어 서석태가 광업화장품연구소를 설립, ‘서가분’을 제조하면서 본격적으로 화장품 산업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1942년 일제의 ‘조선기업정비령’ 공포로 일본 화장품 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반대로 국내 기업은 철저하게 통제되어 산업의 발달이 크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전과 더불어 국내에서 화장품 제조가 설립됐고, 1970년대에 들어와 정부의 경제개발정책에 힘입어 다양한 산업이 성장하고 여성들의 취업이 활발해지면서 화장품 구매력도 함께 증가했다. 화장품 제조업체들도 수요에 따라 기술적인 진보와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화장품 산업 활동이 본격화된 것이었다.

1996년에는 외국인도 국내에서 화장품 소매가 가능해졌다. 이어 1997년 화장품의 최종판매 가격표시제인 오픈프라이스(Open Price) 제도의 실시로 화장품 가격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화장품 업계가 무한경쟁 체제로 본격 접어들게 됐다.

‘한류 순풍’ 화장품,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 출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은 연평균 5%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변동에 크게 변화하지 않으며, 2008~2009년 금융위기에도 4% 수준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호황 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 화장품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계기를 꼽자면 ‘한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K-Pop과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가수와 배우들이 사용하는 화장품과 패션에 대한 관심도 함께 올라간 것이다.

이에 국내 경기의 지속적인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화장품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유래 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특히 한국 화장품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중국’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한류바람과 함께 중국에서 화장품 소비가 커지면서 중국은 대한민국 화장품 수출의 최대 시장으로 거듭났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은 국내 화장품을 가장 많이 사가는 나라로, 우리나라 연간 수출실적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의 수출 실적 통계에 따르면 2010년 1억5000만달러(약 1734억원), 2011년 2억2800만달러(약 2635억원), 2012년 2억900만달러(약 2416억원), 2013년 2억8700만달러(약 3317억원), 2014년 5억3300만달러(약 6160억원)으로 계속해서 성장 추세다.

주목할 점은 해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그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5년간 중국에서 화장품 시장이 양적인 증가를 이뤘다면 이제는 질적인 성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다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과거 화장품 소비자가 단순히 피부를 밝게 표현하고 아름답게 꾸미려는 욕구를 넘어서, 주름 개선, 미백 등 기능성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중국 소비자들 역시 안티에이징과 화이트닝 등의 기능성 화장품과 한방 화장품 등 천연 화장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화장품(코스메틱스)과 의약품(파마슈티컬)을 결합한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초화장용 제품 중에서는 기능성 에센스, 기능성 크림, 아이크림 등은 유럽산을 선호했다. 로션과 자외선 차단제, 클렌징 제품은 미국산 선호도가 높았고, 한국산은 마스크시트와 팩이 전부였다.

기능성 제품군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유럽과 미국을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능성 화장품의 강화가 더 필요하다는 증거다.

화장품 시장의 변화, 과제는?

화장품 유통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방문판매로 시작됐지만, 이후 원브랜드 숍에서 최근에는 모바일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옴니채널 형태와 여러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멀티숍 개념이 떠올랐다. 화장품 기업들이 이끌던 ‘제조 중심’의 화장품산업이 저가형 원브랜드숍이 생겨나면서 ‘브랜드 중심’, ‘유통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불경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화장품 업계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2016년 수출 유망 품목으로 화장품을 꼽으면서 ‘화장품 한류’를 바탕으로 화장품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는 질적이 변화가 필요할 때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화장품 주요 수출 국가는 중국에 치중되어 있으며, 내수 시장 역시 중국 관광객 중심이다. 아울러 중국 내에서도 화장품 산업의 성장에 대해 주목하고 있으며, 중국 현지 화장품 기업들의 기술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산 화장품의 경쟁력이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차이나 버블’이 빠진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이에 태국·베트남·필리핀 등 아세안 시장 확대는 물론 미국·유럽·일본 등 화장품 선진국을 겨냥한 한국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 요구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