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미국의 원유 재고분 감소와 더불어 산유국들의 감산 공조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유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가의 상승세 전환으로 인해 정제마진 개선효과가 나타나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드라이빙 시즌 시작… 수요 증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WTI(서부텍사스유)는 지난 2월 11일 기준 배럴당 26.21달러를 기록했지만 3월 22일에는 41.45달러로 급등했다. 두바이유 역시 같은 기간 26.90달러에서 35.77달러로 상승했으며, 브렌트유는 30.06달러에서 41.79달러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미국의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된 데 따른 수요 증가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드라이빙 시즌은 4월에서 9월 사이 미국에서 자동차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기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드라이빙 시즌을 제쳐두고라도 전반적인 미국 전체 자동차 주행 거리가 늘어나는 추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미국의 총 자동차 주행거리는 2950억마일에서 올해 1월 기준 3150억마일로 증가했다.

저유가 지속으로 인해 미국 셰일가스 업체의 생산량도 줄어들었다. 실제 미국의 셰일오일 주요 생산지역인 배큰(Bakken) 지역의 리그(시추 설비) 수와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7.2%, 5.9% 하락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배큰, 이글포드(Eagle Ford) 등 주요 생산지역의 4월 원유생산을 전월 대비 10만6000배럴 감소한 487만배럴로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의 원유 재고분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에너지정보업체 젠스케이프에 따르면 지난주(3월 18일) 미국의 WTI 선물시장 거래분을 인도하는 지역인 ‘쿠싱’의 원유재고가 57만574배럴 감소한 6905만배럴로 집계됐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논의도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4월 17일 카타르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 OPEC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산유국은 OPEC 회원국 12개국과 비(非)회원국 3개국 등 모두 15개국으로, 이들의 산유량이 전체의 73%를 차지한다.

카타르의 알사다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회의는 유가 하락을 안정시키고 지난달 4개 산유국이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한 합의의 후속조치”라고 말했다.

실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카타르는 1월 기준으로 산유량을 묶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동은 이들을 뺀 나머지 11개 산유국의 산유량 동결 동참이 논의될 전망이다.

▲ 국제유가 반등 추이(단위 : 배럴/달러, 출처=한국석유공사)

정제마진 개선 효과 가시화

저유가에서 고유가로의 전환은 통상적으로 정제마진의 개선 효과를 불러온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 때 남는 이윤을 뜻한다. 유가가 하락세를 보일 경우 정유사들은 비싼 가격에 원유를 사서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게 된다. 이는 정제마진 악화를 의미한다. 반면 지금처럼 저유가인 상황에서 원유를 구입한 뒤 유가가 올랐을 때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게 되면 정제마진이 개선된다.

통상적으로 유가가 상승할 경우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단가 상승을 불러와 해당 제품군의 판매가 확대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석탄 및 석유제품과 화학제품의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각각 137.76%, 127.77%로 전년 동월 대비 28%, 6.9% 증가했다.

특히 최근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은 유럽과 미국에 비해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마진은 1월 대비 둔화되기는 했으나, 2~3월에도 6달러 내외의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유럽 정제 마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둔화됐다.

과거 2004년과 2010년 정유 업종 호황기에는 휘발유, 등‧경유 수요가 동반 개선되면서 전체적인 정유 사이클이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저유가로 인해 휘발유 수요가 개선된 반면, 산업 활동에 민감한 등‧경유 수요는 부진했다. 결국 정유사 가동률이 상승하자 등경유 공급이 늘어나면서 등‧경유 마진은 둔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유럽 지역은 특히 등경유 수요와 생산이 높기 때문에 마진율이 더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연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등‧경유 약세는 유럽 지역 가동률 상승을 제한하게 된다”며 “특히 저유가는 중국 수출을 제한해 아시아 마진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파라자알렌(PX) 마진도 빠르게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PX는 페트병과 합성섬유 등을 만드는데 쓰이는 석유화학 기초재료다.

지난해 350달러 내외에서 박스권 등락하던 PX 마진은 올해 1분기 현재 400달러 내외로 개선됐다. 다만 PX는 지난 2014년 전 세계 수요 대비 약 20% 규모가 증설돼 아직 잉여 설비가 소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정유주 주가변동 추이 (단위 : 원)

정제마진의 개선은 정유주의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1월 7일 12만500원에서 2월 1일 13만4500원, 3월 23일 16만5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은 7만5400원에서 8만1400원, 9만1100원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여전히 견조하며, 단기 유가의 완만한 상승에 따라 1분기 정유업종의 재고평가 손실 영향 없어 전분기 대비 실적 개선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낙관적인 ‘상승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의 에너지 분석팀은 “여전히 높은 글로벌 원유재고와 중립적인 중국 정책, 과장된 미국의 생산 감소 전망 등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원유 시추공 숫자가 줄었다고 이를 즉각적인 채굴 감소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건은 “지난해 3~4월에도 미국 경제지표 부진과 연준(Fed)의 온건한 발언 속 달러약세와 유가 상승 랠리가 나타났다”며 “그러다 6월부터는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 속 유가는 직전 저점을 향해 다시 내려갔으며, 지금 역시 지난해의 ‘거짓 강세장’의 환상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