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KB금융. 국내 금융업의 성장 동력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대우증권 인수에 과감히 배팅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확정짓기 전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 여부를 막론하고 어떤 방향으로 결정이 나든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선 현재는 KB금융이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KB금융의 자회사별 배당수익을 보면 지난 2012년과 2013년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5.6%, 100%이다. 2014년에는 국민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31.2%로 급격히 줄었지만 당시 KB국민카드가 LIG손해보험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3000억원의 중간배당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낮아진 것이다.

2015년 상반기에는 일시적 영업외수익이 계상된 국민은행과 업황이 호전된 KB투자증권, 대손비용이 크게 절감된 KB캐피탈 등의 이익규모가 확대되면서 그룹전체의 이익도 전년대비 크게 개선됐지만 은행의 비중이 70%를 상회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대우증권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그렇다면 반대로 KB금융이 무리한 인수 가격을 써내 대우증권을 품에 안았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우선 KB금융의 무리한 자금 동원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질타를 받았을 것이다. 또한 불확실성 시대가 이어지면서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난도 나왔을법하다.

결국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전의 참가만으로도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어떤 결정에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사업구조상 대우증권 인수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했다. 대우증권 인수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2조4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은 2조2000억원을 써냈으나 KB금융은 2조500억원을 제시했다. ‘배짱’으로 보면 가장 덩치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한 셈이다. 의사 결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안정’은 ‘성장’과 전혀 다른 말...커버드본드는 ‘관치’의 상징

현재 KB금융은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건전성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 대출증가율도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여전히 부담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연간 누계 NIM과 분기 NIM의 갭이 5%에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대출증가 혹은 NIM의 상승해야 이자이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NIM의 상승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고 가계대출문제로 대출을 확대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러한 가계대출증가는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안심대출전환을 실시했고 은행들은 장기자금 대출 조달에 집중할 무렵, 커버드본드가 수면위로 조심스레 떠올랐다.

커버드본드란 대출채권, 국고채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물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유사해보이지만 다른 점은 채권발행사가 파산해도 투자자들은 해당 담보 자산을 우선 변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채권발행사의 상환재원이 부족할 경우 해당사의 다른 자산으로도 변제가 가능해 이중장치가 존재한다. 커버드본드는 이러한 안정성 때문에 이자가 낮은 편이다.

커버드본드는 지난 2013년 2월 국회의결을 거쳐 2014년 4월부터 시행됐다. 한편, 국내 은행들은 주로 3년만기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금리상승위험이 있는 고정금리대출(금리상승시 대출을 통한 이익을 누릴 수 없는 위험)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정부가 변동금리 일시상환방식에 치우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취약점을 해결하고자 은행들의 장기고정금리 대출자금 조달원으로 커버드본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는 커버드본드의 ‘낮은 조달금리’라는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은행은 담보제공은 물론 관리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커버드본드를 발행한 유인이 없어졌으나 안심전환대출로 저금리 장기고정금리 대출자금 조달원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중요한 것은 커버드본드에 대해 유독 국민은행만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민은행이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와 ‘커버드본드 발행 설명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이은 금융당국의 안심전환대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체가 국민은행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도이치뱅크의 코코본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은행들이 코코본드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발행 트랙레코드 측면에서는 코코본드가 커버드본드보다 실무적 접근이 용이하다. ‘국민’의 은행이라는 국민은행이 추구하는 리딩뱅크의 ‘리딩’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관치’라는 말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말 뿐이 아닌 진정으로 변화해야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향후에도 과거의 모습이 이어진다면 이는 변화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주가 수준만 봐도 KB금융이 과연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사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한 외국계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국내 금융업에 투자할 이유가 뭐가 있나”며 “배당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해외 기업들 중 배당이 높은 기업도 많고 관치 문제도 투자 시 꺼리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업은 더 후퇴해 투자매력도는 없다. 하지만 지역 펀드의 국가별 편입 비중에 있어서 저평가 종목을 편입하다보면 금융주가 눈에 띄는 시기가 있는데 단기적으로 지금이 그 시기는 맞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금융지주사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저평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또 한 가지의 공통점은 수익성 문제를 거론한다는 점이다. 명확히 말하면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는 것이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KB금융은 사실상 마지막 대형 증권사 매물인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한다. 대우증권 인수전에 같이 참여한 한국금융지주도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약을 위해 현대증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KB금융이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실 수 있다. 하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말로만 하는 개혁 의지가 아닌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KB금융의 최약점은 ‘주인 없는 회사’, 즉 강력한 힘을 가지고 추진하는 리더십의 부재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장기 비전을 가지고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할 때 KB금융은 그만큼 초라한 상황이다. 투자매력도로 볼 때, 어느 부분에서 ‘매력’을 찾아야 하는지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