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기자들 대상으로 교육이 있었다. 선임기자가 주제를 정해주면, 관련해서 각자 의견을 작성해 발표하는 자리였다. 동료기자 중 한 명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준비해 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친구가 열심히 준비해온 당일, 선임기자가 “시간이 없다. 제한시간 3분을 줄게. 거기 맞춰 발표해”라고 말했다.

동료기자는 준비해 온 자료는 모두 알려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딜레마’를 겪었다. 결국 그는 ‘속사포 랩’을 하는 방법을 택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내용을 축약하지 못하고, 말을 빨리 하게 된 것이다. 교육받던 동료들은 모두 웃음이 ‘빵’ 터졌다.

한참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용을 축약하거나 줄여서 말하면 더 효과적으로 발표를 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케이블 TV를 틀면 홈쇼핑이나 광고시간에 보험사들의 상품 광고가 나온다. 보장에 대한 소개가 나온 이후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한 상세한 상품 설명이 나온다. 대부분 중도 해지 시 해지환급금이 없다거나, 병력에 따라 보험료가 광고와 다를 수 있다는 등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지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내용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우선 화면 한가득 촘촘히 관련 상품에 대한 내용이 읽기 힘들게 적혀 있었다. 나름대로 축약해서 핵심만 설명을 한다고는 하지만 내레이션 속도가 다소 빨랐다. 그나마 관련 내용을 많이 접한 사람들은 알아듣겠지만, 나이가 많은 노인이나 평소 보험에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의 경우는 제대로 알아듣기조차 힘들 것 같이 느껴졌다.

핵심은 ‘짧은 시간’에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짧은 광고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때문에 상품에 대한 혜택 비중을 늘리게 되고, 주의사항과 같이 꼭 필요한 내용의 설명 시간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케이블 TV 광고와 TV 홈쇼핑을 통한 보험 불완전 판매 민원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당국이 무조건적으로 주의사항 설명시간을 늘린다면 ‘과도한 규제’가 될 수도 있다. 상품판매를 위해 광고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이걸 조심해야 한다’는 것만 장황하게 설명하게 되면 본 목적을 잃는 것이다.

결국 서로간의 한 발짝 양보가 필요하다. 당국은 지침을 다소 완화해서 보험사의 광고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보험사는 상품 가입 희망자에 한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는 식으로 말이다.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고 할 때, 말하는 속도를 래퍼처럼 빠르게 한다고, 화면 한가득 빼곡히 글자를 채워 넣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힘을 합쳐, 보다 더 소비자들에게 핵심사항을 손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