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짜 겉옷인지 속옷인지…. 언제부턴가 겉옷과 속옷의 경계가 모호하게 무너지더니 올봄엔 드디어 정말 말 그대로 침실에서 입을 법한 슬립처럼 생긴 ‘슬립 드레스’가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그전에도 속옷을 활용한 시스루(See-Through)룩이나 속옷의 디자인을 차용한 패션인 ‘란제리룩’ 등은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마치 짧은 속치마처럼 보이는 레이스 일색의 큐롯 반바지, 재킷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뷔스티에(가슴 부분에 브래지어처럼 컵이 달린 상의로, 허리까지 이어진 형태) 등…. 심지어는 겉옷 밖으로 브래지어를 겹쳐 입는 패션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유행이라 한들, 실생활 또는 거리에서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처럼 입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패션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랬다간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을 테니 말이다. 다소 위험 부담은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 있었던 란제리룩. 야하지 않고 멋지게,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하는 방법은 전혀 없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란제리룩을 실제로 속옷을 활용해 연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란제리룩은 실제 속옷을 겉옷처럼 입는다기보다는, 란제리처럼 연출된 겉옷을 입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원래 안에 입는 속옷을 잘 활용해 멋있는 패션을 연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겉옷 입는 것을 깜빡 잊어버린, 그야말로 해괴한 패션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란제리룩에 활용할 수 있는 속옷 아이템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약간 길이감이 있는 슬립과 같은 아이템은 란제리룩에 활용하기 좋다. 올봄 하늘거리는 슬립과 같은 드레스가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 단, 슬립은 겉옷과 달라 안감이 없고 비칠 수가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원피스처럼 착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옷과 레이어드해서 연출하는 것이 좋다.

속옷을 완전히 겉으로 내놓는 것이 어색하다면 일부만 노출해도 된다. 화려한 프린트가 있거나 자수가 장식된 어깨끈, 브래지어 컵의 윗부분 등은 노출하기에 알맞은 부분이다. 속옷이 살짝만 비치게 하는 시스루룩으로 연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색상이 옅고 약간의 비침이 있는 얇은 블라우스 안에 짙은 색상의 브래지어를 매치하면 패셔너블해 보인다.

또한 란제리룩은 속옷을 닮은 디자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섹시한 분위기가 강하게 연상된다. 하지만 란제리룩이라고 선정적인 퇴폐미만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 걸치는 속옷이나 소품 등으로 좀 더 캐주얼하고 스포티하게 연출할 수 있다. 짧은 슬립 안에 티셔츠 등의 캐주얼한 아이템을 레이어드하거나, 겉에 카디건 또는 요즘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항공점퍼 등을 매치하면 젊고 발랄한 이미지를 십분 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은 바로 란제리룩을 연출했을 때의 옷매무새다. 속옷은 본연의 기능이 있기 때문에 겉옷과는 소재나 패턴이 다르다. 그래서 란제리룩을 위해 속옷을 연출했을 때는 수시로 옷매무새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가령 앞의 사례처럼 예쁜 슬립을 원피스처럼 연출했다고 치자. 레이어드한 슬립의 어깨끈은 일반적인 원피스와 비교했을 때 얇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새 아래로 흘러내리기 쉽다. 또한 원단의 특성상 겉옷과의 마찰에 의해 활동하면서 움직이다 보면 정전기가 발생해 위로 딸려 올라갈 수도 있다. 란제리룩은 특성상 노출이 많고 다른 옷차림에 비해 좀 더 선정적으로 보일 위험이 있으므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자주 옷매무새가 흐트러지지 않았는지를 챙기는 것이 좋다.

남이 입으면 멋져 보이지만 왠지 직접 입기엔 자신이 없고, 어떻게 입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 란제리룩 아이템. 올봄에는 센스 있는 코디로 트렌드에 중심에 있는 란제리룩을 완벽하게 소화해보자. 원래 가지고 있던 속옷을 코디해 입었는데 ‘야하게 보인다’, ‘겉옷 걸치는 걸 잊어버린 것 같다’는 말 대신에 “옷 좀 입을 줄 아는데?”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의 란제리룩은 성공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