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주)스토리앤 대표.

월리가 배달되었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개장할 무렵에 현대백화점 압구정 컬쳐파크에서 현대백화점그룹 임직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새로운 경영전략, 커뮤니케이션’이란 제목으로 홍보 특강을 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집 근처에 있는 판교점도 더 자주 가게 되었으며, 현대백화점 행사 안내문(DM)도 받아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빨간 줄무늬 셔츠의 월리가 이 안내문을 도배하고 있었습니다.

월리는 지난 1987년에 태어났습니다. 영국 삽화가인 마틴 핸드포드(Martin Handford)의 <월리를 찾아라(Where’s Wally?)>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 그해 출시되었습니다. 둥근 안경에 빨간 줄무늬 셔츠를 입고 여행을 즐기는 ‘월리’라는 캐릭터를, 그림 속에 까다롭게 숨겨놓고 찾도록 하는 그림책이죠. 그 시절 빼곡한 군중 속에 숨은 월리를 찾았던 학생들이 벌써 30~50대로 성장했죠.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14일부터 전국 15개 점포에서 순차적으로 ‘월리와 친구들’을 활용한 매장 구성, 고객 참여 이벤트, 작품 전시, 한정판 사은품 증정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월리 마케팅’의 시작이죠.

백화점 점포 전면에는 초대형 월리 광고판을 설치했고, 매장 곳곳에는 월리와 친구들 캐릭터 디자인과 빨강, 노랑, 파랑 등 밝고 화려한 원색으로 꾸몄습니다. 또 소셜미디어에서도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백화점 내 월리 캐릭터를 찾아 인증샷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고객에게 쿠폰 선물을 주고, 백화점 내에 설치된 5개의 월리와 친구들 캐릭터 스탬프를 모아온 고객에게는 메모지 등의 사은품을 선물했습니다.

이렇게 월리와 그의 친구들인 웬다, 오들로, 우프, 마법사는 백화점 곳곳에 빨간 줄무늬, 노란 줄무늬, 청색바지를 입고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은 왜 월리를 선택했을까요?

▲ 현백화점의 '월리를 찾아라' DM. 사진=김태욱

첫째는 ‘스토리텔링’입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이란 ‘장소’에서 일어나는 스토리가 필요했던 것이죠. 장소, 즉 배경은 있는데 스토리를 만들어갈 주인공이 없었죠. 기억나죠? 스토리 3요소인 ‘인물, 배경, 사건’. 스토리는 인물이 어떠한 시공간적 배경에서 어찌어찌 했다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월리가 주인공 인물로 발탁되었습니다. 월리가 현대백화점에서 사건을 만들어 가면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고객’입니다. 월리는 1987년생입니다. 당시 월리의 팬들은 어엿한 30~50대가 되었고요. 현대백화점의 주 고객인 30~50대에게 월리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한 것입니다. 필자의 집에 날아온 월리 DM은 그러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빠의 월리가 아이의 월리로 이어가며 현대백화점과의 스토리를 만들게 되겠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일상 속 행복’입니다. 월리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가’라는 캐릭터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일상 속 행복’을 현대백화점에서 여행을 하듯이 찾으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내 월리를 찾아가다 보면 당신도 어느 새 일상 속 행복을 이곳에서 찾을 것입니다’라고 속삭이고 있는 셈이죠. ‘월리를 찾아라’가 ‘행복을 찾아라’가 되는 것이죠.

스토리텔링을 위해서 첫 번째 요소는 스토리를 써나갈 ‘주인공’을 창조해야 합니다. 미디어가 변하면서 매스미디어는 마케팅의 강력한 무기가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콘텐츠가 우선시 되었으며, 그 콘텐츠는 개인의 손바닥 위에서 가볍게 소비되고 있습니다. 마케팅 전쟁터는 고객의 손바닥 위이며, 거기서 감성을 터치하는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그 스토리의 시작은 바로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