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각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환율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라고 알려져 있다. 금리 수준을 베이스로 움직이는 자금의 이동은 캐리트레이드라 한다. 이를 고려한다면 현재 한국 증시 상승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도 드물다. 여전히 국내 증시는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1.75(0.6%) 내린 1946.12로 거래를 마쳤다. 부진한 모습이라 할 수 있지만 지난달 12일 장중 1800선을 위협하던 모습에 비하면 근 한 달간 코스피 지수는 상당히 긍정적인 모습이다.

물론 위험자산 기피현상이 완화되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탓도 있다. 이에 시장은 증시의 추가적 상승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한국 증시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주들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요인이 되지만 증시에서는 원화 강세, 즉 국내로의 자금이 유입돼야만 주가지수 상승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 코스피지수 원/달러 환율 추이(단위: 원, 포인트) [한국거래소]

현재 원/달러 환율의 위치는 불안하다. 과거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의 관계를 놓고 보면 환율이 달러당 1200원에서 상승할 때 국내 증시는 급락했으며, 하락 시 주가 상승이 이어졌다.

올초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선에 빠르게 도달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장중 1236.7원까지 상승했다. 최근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재개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해 8일 기준 1206.7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여전히 1200원 선의 강한 지지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중 원/엔 환율의 상승 배경에는 원화 약세 보다 엔화 강세의 영향이 컸다.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국고채 금리 스프레드 추이를 보면 그 동안 엔화약세가 과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장은 이러한 괴리를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그 과정에서 엔/달러 환율은 하락(엔화 강세)이 발생했다.

하지만 3월 들어 시장이 안정되자 엔/달러 환율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 대비 원화 강세의 폭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원/엔 환율은 하락(원화 강세)했다.

▲ 출처:KB금융투자

이러한 상대적 움직임은 한국과 일본의 금리차에서 나타난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10년물 국고채 금리차 대비 원/엔 재정환율은 훨씬 높은 수준에 위치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여파로 원/엔 환율은 줄 곧 하락세를 그렸지만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한일 금리차와 원/엔 재정환율은 그 격차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대비 엔/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 있어 원화 약세가 과도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엔저’라고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원저’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 금리차 수준을 본다면 원화는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캐리트레이드, 증시를 움직이는 힘...근원은 '금리'

금리차와 환율이 중요한 이유는 캐리트레이드 때문이다. 캐리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차입해 금리가 높은 국가의 금융상품에 투자함으로써 금리차이만큼 수익을 내는 거래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유럽과 일본과 같이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한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유로 캐리트레이드, 엔 캐리트레이드라 부른다.

투자자들이 유로, 엔화를 빌려 원화로 바꿔 국내에 투자하면 유로, 엔은 매도하고 원화는 매수해 원화가 유로화나 엔화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여 환율에 영향을 준다. 또 해당국 증시를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다. 물론 캐리트레이드는 국가 비상사태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다.

유로 캐리트레이드, 코스피 추세적 전환은 어려워

최근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위안화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글로벌 캐리트레이드에서 영향력이 높은 통화는 달러, 엔, 유로화이다. 그만큼 국내 증시도 캐리트레이드 측면에서 원화와 이들 통화와의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 원/엔 환율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달러, 엔, 유로화는 원화 대비 모두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 이 때 코스피 지수는 위기 직전 2000선을 상회하기도 했지만 같은 해 말 9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이듬해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부양책이 이어지자 역으로 원화는 달러, 엔, 유로화 대비 급격히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2011년 4월에는 위기 발발 전 고점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달러, 엔, 유로화는 시기별로 다른 움직임을 보였으며 공교롭게도 코스피 지수는 당시 이후 박스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엔 환율과 원/유로 환율이 강세로 전환한 시기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이 2014년 6월 기준으로 상승 전환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하반기 원/엔 환율과 원/유로 환율은 하락세를 그리고 있었으며 이 기간 동안 코스피 증시도 내림세를 보였다. 그만큼 원/달러 환율의 영향이 컸던 것이다.

▲ 출처:SK증권

하지만 상반기 코스피 증시가 2014년 최고점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유독 눈에 띈 통화가 있었으니 바로 유로화였다. 당시 원/달러 환율을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으며 원/엔 환율은 완만한 하락세를 그렸지만 원/유로 환율이 유독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이후 원/유로, 원/엔 환율이 동반 상승하자 코스피 증시는 같은해 8월 1800선까지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당시 원/유로 환율이 그 어떤 환율보다 코스피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위안화의 환율전쟁 참여가 가장 큰 충격을 준 통화는 자국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고 있던 유로와 엔화였다”며 “최근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수는 지난해 초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원/달러, 원/엔, 원/유로 환율 중 2014년 초 수준을 넘어서지 않은 환율은 원/유로이다.

▲ 엔/달러 환율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향후 이어질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엔화가 미일 금리차 대비 과도했다는 점에서 그 격차를 좁히기 전까지 엔화의 추가적 약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캐리트레이드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바로 유로 캐리트레이드다. 다만, 코스피 증시의 큰 폭의 상승은 여전히 기대하기 여러운 상황이다.

실물 경제 관점에서는 중국이 양회(전인대)를 통해 공급개혁을 천명한 상황에서 실 수요를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돈의 힘이 증시를 좌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로화라는 하나의 통화로 한국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