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속에 한국이 있다. 그것도 주인공의 차인 노란색 GM 시보레 카마로에 말이다. 러닝타임 150분 동안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트랜스포머 속 숨은 이야기를 공개한다. 해당 기업의 내용은 덤이다.

‘트랜스포머3라고 쓰고 GM이라고 읽는다’ 영화의 흥행에 이은 신조어다. 노란색 범블비(GM 시보레 카마로)가 전 세계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으니 당연한 일일게다. 게다가 트랜스포머와 GM의 연결을 위해 엄청난 광고비를 들여 각종 래핑광고를 하고 있다.

그런데 범블비가 고장이 난다면? 또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형 라디오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GM이 아닌 현대모비스가 나설 수도 있다. 전장 부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장부품이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각종 부품(라디오 및 공조장치 멀티미디어 제어기)을 말한다.

현대모비스 미국오하이오공장 메인라인 모습.


인공지능형 기술이 집약된 부품이다. 최근 트렌드에 맞는 완성차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는 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트랜스포머3를 보면서 쉽게 한국을 찾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능형 전장부품 BMW, 폭스바겐에도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GM과 라디오 및 공조장치를 제어하는 멀티미디어 전장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LCD 디스플레이·라디오 본체·HVAC 컨트롤러 등의 부품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중앙 통합 스위치’의 납품이다. 차량용 모바일 IT기술 부품은 기술력이 경쟁력이다. 계약을 결정하기에 앞서 여러 부품사와 입찰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매우 까다로운 철자를 거쳐야 한다.

2년 전부터 GM의 고위층 임원과 구매 및 품질 담당 실무자들이 현대모비스 연구소와 여러 공장을 견학하며 품질 및 생산능력을 꼼꼼히 살폈다. 또 글로벌 업체의 전장부품을 놓고 비교했다는 게 현대모비스 관계자의 귀띔이다. 부품 한 개의 불량은 차량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형 부사장은 “(GM 부품을 바탕으로) 향후 멀티미디어 제품뿐만 아니라 메카트로닉스 제품에 대한 다양한 해외 판로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대모비스의 기술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부품사인 보쉬, 덴소, 컨티넨탈과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다. 과거 현대기아차그룹 위주의 내수 중심 운영을 펼쳤던 것과 달리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로 변신했다. 기술연구개발에 꾸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업체인 BMW, 다임러, 폭스바겐 등에 전장 및 핵심부품을 공급했다.


독자시스템 개발 및 IT 연계 제품 대응력을 강화한 것이 바탕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전장부품부문에서만 지능형 시스템·친환경 기술·IT컨버전스의 3대 부품을 중심으로 2조5000억원의 매출 계획을 세웠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북미 빅3 완성차 부품 납품을 통해 이룩한 3000억원의 매출보다 8배가 많은 수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시장이 빠져있다고 하지만 기술 경쟁력과 자신감이 없으면 절대 세울 수 없는 목표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2009년 현대오토넷을 인수하며 전장사업에 대폭 투자를 한 만큼 결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해외 현지 공장건설을 통해 글로벌 부품사와 양적인 경쟁을 벌일 체력을 마련한 것도 목표치 달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중국의 천진모비스에서 GM 시보레 차량에 쓰이는 연간 멀티미디어 관련 부품 64만대 규모로 공급할 계획이다. 2013년부터 13만개를 추가 생산해 홀덴 차종을 생산하는 호주의 아델라이드공장에 추가 공급이 예정돼 있다.

미국 자동차 본고장인 디트로이트에 지난해 6월 건립된 ‘현대모비스 미시건 공장’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크라이슬러의 ‘지프 그랜드 체로키’와 ‘닷지 두랑고’ 차종에 프런트섀시모듈과 리어섀시모듈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프런트섀시모듈이란 조향장치와 브레이크 등 11개 부품이 결합된 부품이다. 리어 섀시모듈은 프레임과 완성차의 차체를 지지하는 척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전통적 글로벌 부품사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낮았던 유럽시장의 공략이다. 시장점유율에 따라 올해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도 이점을 정확히 파악, 업체별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이후 글로벌 부품업체를 직접 찾아가 기술개발진을 상대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 공략 수출포트폴리오 확대 본격화
첫 시작은 PSA푸조시트로엥이다. 푸조시트로엥 기술연구소에서 기술개발인력을 상대로 친환경 기술·멀티미디어 제품 및 제동, 조향, 램프부품의 구조 및 기능에 관한 ‘PSA Tech Show’를 개최했다.

삼성LED와 공동개발 중인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와 프리미엄 사운드, AV 내비게이션, 음성인식 등 첨단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구체적인 브랜드에 대해 묻자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경쟁사와 가격경쟁 등이 있어 브랜드를 밝힐 순 없지만 대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부품전시회를 벌였고, 진출이 취약했던 유럽 부품시장을 적극 공략해 수출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현대모비스는 해외 부품기술 전시회 및 해외 완성차 VIP급 인사초청을 통해 다임러에 370억원 상당의 오디오와 1000억원 상당의 지능형 배터리 센서(IBS : Intelligent Battery Sensor), 폴크스바겐에 210억원 상당의 램프, BMW와는 840억원 상당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어셈블리(RCL : Rear Combination Lamp Assembly) 수주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에서 바라보는 현대모비스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유럽에서 현대모비스의 위상은 10년 전과 견주면 하늘과 땅 차이다. 2000년도 초만 하더라도 국내부품업체들의 해외 부품기술 전시회를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생산하는 차량들이 국제 IQS (초기품질지수 : Initial Quality Study) 및 VDS (내구품질지수 : VDS: Vehicle Dependability Study)조사에서 상위권을 휩쓸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동차 한대를 만드는데 2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중 한 개라도 문제가 있어선 안 된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항상 경쟁력 있는 부품업체와 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BMW는 3∼4년 전부터 국내 부품업체들과 수차례 접촉, 최근 BMW 구매담당 최고위층 중역이 직접 현대모비스의 아산모듈공장 및 포승MDPS 공장을 견학했다.

첨단기술 트렌드 선도 아낌없는 R&D 투자
현대모비스는 최근 미래형 자동차 부품 투자에 과감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3200억원의 R&D 예산을 책정했고, 연구 인력을 1500명까지 확보 운영 중이다. 지난해 대비 각각 50%, 20%를 늘렸다. 기술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결정이다.

기술연구소에선 각종 카메라를 이용해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전자화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 세계적 수준에 올라선 기존의 기계시스템 부문에 첨단 전자기술을 효과적으로 융합해, 차선유지 · 자동주차 · 충돌회피 · 차간거리 제어기술 등 미래 지능형 자동차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체계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이브리드자동차의 핵심부품에 대한 독자기술을 조기에 확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부품 기술 선점 계획도 세웠다. 이밖에 오디오 · 내비게이션 · 텔레매틱스 등 멀티미디어 전자장치 부문에서도 다양한 미래 소비자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접목한 고부가가치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쪽에 대한 연구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첨단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창출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 부품사로 도약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앞날이 기대된다.

“메카트로닉스 기술이 모비스의 미래” -이준형 부사장

최근 메카트로닉스 부품을 개발하며 국내 전장부품 기술력을 주도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메카트로닉스 제품의 발달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현재 현대 모비스는 미래형 자동차 개발이 전자화 중심으로 이뤄지고 기술의 진화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향후 미래형 자동차의 트랜드로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와 지능형 안전차량 시스템이 각광받고 있는 만큼 운전자의 편의와 안전에 집중된 메카트로닉스 기술, 즉 차선유지, 자동주차, 충돌회피, 차간거리 제어기술 등 미래 지능형 자동차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체계적으로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핵심부품에 대한 독자기술 확보와 향후 전개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응하는 핵심부품 기술도 선점해 나갈 예정이다. 이는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기술을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자동차 시장경쟁력을 높이고 있음을 말한다.

지난해 오토모티브 뉴스에 현대모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10위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에 있어 글로벌 톱 10 내 순위는 무엇을 의미하나?
미국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가 발표한 ‘2010년 매출기준 글로벌 100대 부품사’ 에서 현대모비스가 매출액 144억달러로 첫 10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부품사는 LG화학,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만도 4개사가 포함됐고 현대모비스가 매출액 144억달러로 첫 1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1977년 현대정공㈜으로 출범했던 현대모비스는 2009년 현대오토넷 합병이후 2000년 현대모비스로 사명을 변경, 기존 헬기, 골프카 제조 등 다양한 기계공업 분야에 뛰어들었던 사업을 정리하고 자동차 부품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00년도는 현대모비스에 있어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는 원년이었고 당시 성장비전 중 하나가 2010년까지 매출액 기준 글로벌 톱 10 순위 안에 드는 것이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2010년이 되던 해 2009년 12위에서 2010년 10위 안에 들며 글로벌 톱 10 목표달성을 이뤘다. 자동차 회사와는 달리 자동차 부품회사는 전 세계 수십만개 이상이 존재한다. 때문에 그 중 10위 안에 들었다는 것은 현대모비스의 괄목할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진출에 있어 향후 발전방향은 어떠한가?
현대모비스의 성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뛰어난 성과 지속의 영향도 있지만 모비스의 해외 완성차 업체들로부터의 수주도 활발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대 기아차에 머물지 않고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글로벌 수주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주 납품업체인 현대·기아차와 GM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계는 일본 대지진을 기점으로 글로벌 점유율 확장에 속도를 더하고 있어 성장세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2020년 글로벌 5위 진입'이라는 목표 달성 시점도 앞당겨 질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해외부품기술 전시회 및 해외 완성차 VIP급 인사초청을 통해 지속적인 부품 전시회 및 수주 상담을 전개해 유럽 및 미국, 중국의 완성차에 현대모비스의 핵심부품이 장착되는 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