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쿠팡의 최저가 경쟁이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커머스를 표방하며 온라인 시장을 잡아먹기 시작한 쿠팡의 행보에 거대 유통 사업자 신세계 이마트가 제동을 걸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 이코노믹리뷰

"물러설 수 없다"
이마트와 쿠팡의 혈투를 이해하려면 양사의 시작과 정체성, 그리고 주특기를 알아야 한다. 먼저 이마트. 말이 필요없는 유통의 강자다. 야심차게 국내를 공략했던 외국계 대형마트가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굳건하게 살아남은 이마트는 1993년 설립해 현재 직원 수만 계약직 포함 약 3만 명에 달한다. 지난해 연결매출기준 13조6400억 원을 기록했으며 5037억 원의 흑자를 거둔 알짜배기다. 자본총계는 지난해 기준 약 7조2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맞서는 쿠팡은 2010년 하버드를 중퇴한 김범석 대표가 설립했다. 대학시절 자신이 창간한 경제지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기업가로서 두각을 보이기도 한 그는 쿠팡을 2015년 기준 매출 추정치 3조원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 출처=쿠팡

여기서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양사의 체급과 주특기다. 매출로만 보면 이마트는 쿠팡의 4배에 달하며 영업이익은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5037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쿠팡은 (추정치)약 4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물류적 관점에서 쿠팡은 14개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2017년까지 이를 21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인 반면 이마트는 덩치에 비해 다소 존재감이 약하다. 2020년까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6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전지식을 바탕으로 최근 전개된 최저가 경쟁을 살펴보자. 이마트는 지난 2월 18일 모든 유통채널을 대상으로 가격경쟁에 나선다는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던 쿠팡은 주 전장인 기저귀와 분유에서 전격적으로 가격을 내리며 맞불을 놨고, 이후 양사는 1원 단위의 피 말리는 전투를 벌이기기 시작했다. 현재 이마트는 최저가 경쟁을 생활밀수품 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며, 쿠팡도 나름의 대응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다른 소셜커머스 및 유통업체도 들썩이고 있다. 슈퍼마트 추가 할인행사를 벌이며 스스로 굿판에 뛰어든 티몬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마트와 쿠팡이 판을 벌인 최저가 경쟁에 스스로를 던지며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동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 이코노믹리뷰

"지금, 제압의 적기"
이마트는 왜 초저가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일까? 위기감의 발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판매액'에 단서가 있다. 자료를 보면 판매액 기준 온라인은 53조9340억 원, 대형마트는 48조6350억 원, 소매판매는 366조5180억 원이다. 전년 대비 증감율은 각각 19.1%, 2.4%, 1.9%에 해당된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점점 판도를 넓히는 분위기다. 여기에서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24조4270억 원을 차지란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결국 부상하는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 시장의 다크호스인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이마트가 초강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쓱(SSG) 페이를 내세우고 이마트몰을 보강한 대목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가 쿠팡을 정조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각사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이마트가 쿠팡 제압의 적기로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을 택했느냐다. 쿠팡의 성장이 위협이 되는 지점과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의 의미있는 성장세, 마지막으로 제압이 가능한 시기를 '지금'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쿠팡의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5.6%에 불과하다.

급성장하고 있으나 아직은 제압이 가능한 상태며, 이 대목에서 이마트는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추이를 전제한 상태에서 자사의 온라인 및 브랜드 화력을 집중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출처=각사

"프레임에 따라 다르다"
이마트와 쿠팡의 초저가 경쟁은 다양한 프레임으로 대결구도를 분석할 수 있다. 먼저 대형 오프라인 기업과 이커머스 기업의 대결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을 통해 초저가 경쟁을 살피면 골리앗과 다윗이라는 전형적인 판이 짜여진다. 일각에서는 구태와 혁신의 대결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틀렸다. 그냥 덩치가 큰 거인과 날렵한 경기병의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천사도 악마도 없다.

차라리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대결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물론 이마트와 쿠팡의 대결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허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이러한 판단도 온전히 맞지는 않으나 일정부분 흐름을 따라갈 수는 있다. 미래시장에 대한 각자의 접근법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정체성의 차이에 따라 프레임이 갈린다.

그렇다면 가장 적절한 프레임은 무엇일까? 바로 오프라인 대형 유통공룡이 IT를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부수고, 소셜커머스를 표방했지만 본질상 이커머스를 전면에 건 스타트업이 역시 IT를 중심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부수는 과정이다.

이 대목에서 이마트도 나름의 강점을 가지지만 쿠팡의 공포가 더욱 배가된다. 쿠팡은 스스로를 IT기업으로 포지셔닝하며 아마존 모델을 충실히 따른다. 쿠팡에 합류한 짐 다이(Jim Dai) CTO(최고기술경영자)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직접매입을 늘려 유통의 스탠바이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빅데이터와 O2O의 방향성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결론적으로 이마트와 쿠팡의 격돌은 IT를 중심에 두고 정체성이 서로 다른 기업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부수며 접점을 이루는 분위기로 요약된다.

▲ 출처=쿠팡

"어떻게 될까"
업계에서는 이마트와 쿠팡의 초저가 경쟁을 두고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청업체를 쥐어짜는 방식이 아닌, 유통비용을 아끼며 벌이는 승부이기에 상장기업인 이마트가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에 도태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쿠팡의 실탄이 떨어져 유통성 위기가 올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양사의 격돌로 이번 초저가 경쟁을 이해하는 쪽에서는 '양사가 이번 출혈경쟁으로 만족할만한 브랜드 효과를 거두면 자연스럽게 전투는 끝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각자의 체력이다. 쿠팡이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실탄이 떨어지기 전까지 손정의 회장이 주목했던 배송 경쟁력을 바탕으로 의미있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나름의 존재감을 유지하느냐, 이마트가 막강한 체력으로 기존 유통의 강자로서 스스로의 무서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느냐다.

그러나 성급한 결말을 논하기 전 두 가지 고려해야할 대목이 있다. 먼저 IT기술의 존재감이다. 약간 다른 말이지만 IBM은 지난 1월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전미소매업연합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빅쇼 2016’에서 ‘유통 산업 전망 2025’를 발표하며 유통업계에 묵직한 화두를 남겼다. 바로 IT기술과 유통의 만남이다.

당시 연사로 참여한 IBM 스티브 P. 라플린 글로벌 소비재 산업부 부사장은 "현재 대부분의 유통업자들은 옴니채널 이후의 시대, 즉 소비자 각각을 확실하게 이해해야 하는 시대를 어려워 한다"며 "소비자의 정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한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우리의 코그너티브 컴퓨팅이 미래 유통 산업 혁신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출처=위키디피아

물론 IBM의 마케팅적 수사다 다분한 멘트다. 하지만 유통은 데이터의 흐름이며, 이는 필연적인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의 기술적 진화를 유도한다. 이 현상을 이마트와 쿠팡의 초저가 전쟁에 대입하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것은 당연히 쿠팡이다.

그러나 이마트는 SSG페이라는 무기가 있다. 간편결제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대변하며 데이터의 관문 역할도 수행한다. 여기에서 기존 유통 인프라를 가진 이마트가 SSG페이로 자신의 생태계를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성장시킬 개연성이 높다. IT기술이 유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기본적인 전제로, 양사의 미묘하지만 다른 접근법이 추후 전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에 집중하는 대목이다. 쿠팡은 2030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쿠팡맨을 마케팅적 측면에서 적절하게 활용했다. 다수의 인력을 채용한다고 밝히며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도 일정정도 힘을 보태는 영악함도 보여줬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미비한 시장 점유율이지만 쿠팡의 사용자 경험에 중독된 이들의 향배다. 이마트가 이 부분을 확실하게 고려해 자사의 사용자 경험으로 유도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쿠팡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쿠팡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공략하는 방식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유로 초저가에 집중하는 현재의 전투는 사용자 경험 전반을 노리는 다양한 분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