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5%에 불과한 한국 종자 시장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작물의 26%만이 재래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토종 식물종 자원은 18만7000점에 달했지만 매년 200여종 이상씩 감소해왔다.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종자 품종 4451개 중 우리나라 것만 3500여종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국내 종자 시장 규모는 약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그중 채소종자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다수의 토종 종자를 보유했던 우리나라는 어쩌다가 세계 종자 시장의 1.5%에 불과하게 됐을까.

지난 1997년 한국에 IMF 외환위기가 있었다. 이후 국내 5대 종자 기업 중 무려 4곳이 다국적 기업에 인수됐다. 청원종묘는 일본의 사카타에, 서울종묘는 스위스 신젠타에,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미국의 몬산토에 각각 인수됐다. 우리나라 채소종자는 과거 서울종묘, 흥농종묘, 중앙종묘 등의 주도로 아시아권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었다. 현재 국내 1위 기업이자 순수 한국 기업은 농우바이오가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업이 됐다. 외국계 종자 기업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외환위기 전 14%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0% 수준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벼, 보리, 콩, 옥수수, 감자 등 5대 식량작물은 국민의 먹거리와 직결된다는 것 때문에 정부 주도로 모든 과정이 이루어진다. 채소류의 경우는 전적으로 민간이 담당하는 대표적 상업용 종자다. 과수나 화훼는 관민혼합주도형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종자업체 등록 1368개사, 1300개사가 10인 미만 ‘점방’ 수준

국내 종자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한 기업이 많다. 2014년 기준 종자업으로 등록된 1368개 업체 가운데 1300여개 기업들은 직원 10인 이하의 소규모 업체가 많다. 이 중 채소종자 업체는 227개로 16.6%를 차지하는데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채소종자 시장의 83%를 점유해 특정 기업에 편중된 형태다.

한편 국립종자원에 따르면 2013년도 종자 수입액은 1억3195만달러로 전년 대비 6% 증가한 반면 수출액은 같은 해 4124만달러로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이에 따라 종자 무역 수지 적자액은 2011년 5474만달러에서 2013년 9017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글로벌 종자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화학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해 생명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품종의 종자를 개발할 수 있는 밑바탕이 마련돼 있다. 국내 종자 기업의 경우 대부분 소규모 형태로 생명공학 및 화학 기업과의 기술 교류가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독자적인 연구개발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산학협력 및 대기업과의 기술개발 협력도 필요하다.

이에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2012년 ‘종자산업 육성정책’을 발표, 종자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미래농업을 선도하는 종자강국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2030년까지 30억달러의 종자수출을 이뤄내겠다고 발표했다.

종자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R&D가 중요하다. 2012년 기준 국내 종자 R&D 투자액은 약 4400만달러(약 535억원) 수준인 반면 같은 해 미국 몬산토 기업의 R&D 투자액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로 우리나라의 19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골든시드프로젝트를 추진, 수출시장 개척형 10개와 수입 대체형 10개 품목의 종자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진행되며 총 약 4911억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종자 기업의 품종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전북 김제시에 민간육종연구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총 733억원이 투입되며 연구단지 내에는 종자산업진흥센터가 설치돼 국내 종자 기업에 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한 로열티 대응 사업단이 꾸려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 협약을 맺으면서 지난 2010년 218억여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게다가 지난 2012년에는 품종보호제도가 전면 시행되면서 향후 10년간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총 7970억원이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06년부터 로열티 지급액이 높은 영양번식 작물을 대상으로 국산 품종을 개발·보급해 로열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