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야 나와라, 오버.” 휴대폰이 없던 시절 누구나 한번쯤 따라 해봤던 무전기 놀이.
이젠 놀이가 아닌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통화료는 ‘공짜’다.
이동통신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PTT(Push-To-Talk). 진화가 시작됐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아니다. 1년도 길다. IT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변화의 주기는 짧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얼마나 많은 게 변했는가. 세상을 뒤바꾸는 앱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쪽은 이통통신분야다. 독점적 구조로 높게 쌓았던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PTT(Push-To-Talk) 앱이 쏟아지면서부터다.

PTT는 ‘누르고 말하는 무선 음성메시지 전달’ 서비스다. 유선전화와 달리 선이 아닌 인터넷망을 이용한다. 회선구축 비용이 들지 않아 무료 음성통화가 가능한 이유다.

“무전기폰 페루도 되는데, 한국은 왜 안 돼”

중소기업 CEO인 김종현씨. 그는 최근 사업차 페루에 들러 깜짝 놀랐다. 서류에 사인을 하기 위해 잠시 내려놓은 휴대폰이 발단. 현지 바이어가 신기한 듯 휴대폰을 들고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을 보며 ‘역시 IT 코리아’라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러나 웬걸. 바이어가 꺼낸 말이 걸작이다. “쩝, 무전기는 안 되나 보죠?” 휴대폰을 손에 들고 무전기라니. 황당한 표정을 짓자 바이어는 “페루에선 휴대폰을 무전기로 쓴다”고 했다.

잠시 후 바이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무전을 보냈다. 휴대폰에 달린 조그만 버튼을 누른 뒤 말을 하자 상대방이 답변을 했다. 상대방의 말에 답도 했다. 휴대폰을 무전기로 사용한다는 것에 놀란 것도 잠시, 낯익은 목소리에 또 한 번 놀랐다. 미국에 있는 중개업자의 목소리였다.

미국과 페루의 거리는 300Km가 훨씬 넘는다. 특별한 주파수를 맞춘 것도 아닌데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그것도 공짜다. 그는 “아, 세계 최고 IT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보다 페루가 좋다”고 생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가계통신비는14만4645원이다(2010년 3·4분기 기준). 한국소비자원이 2009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서 통화량이 많은 15개국(가입자 1인당 월평균 통화시간 180분 이상)의 RPM(분당 음성통화 요금) 조사에서도 한국은 0.114달러를 기록해 15개국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게 하나 있다.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5년 PTT 휴대폰을 출시했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훨씬 이전이다. 당시 학계와 정부는 환영했다.

소비자가 비싼 통화요금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PTT 휴대폰은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이동통신사가 통화료 수익 감소를 우려, 반대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 P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통사의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다. PTT 관련 앱이 쏟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스카이프, 탱코, 마이피플, 바이버, 페이스타임, 올리브폰 등 무료통화 앱이 인기다.

이통사는 무료통화 앱 차단을 하는데 주력한다. 트래픽 증가에 따른 다수 스마트폰 사용자의 인터넷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무료통화의 증가는 통화료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라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모건스탠리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전 세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약 39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데이터 트래픽 전체에서 PTT와 인터넷전화(m-VoI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까지 약 5%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2010년 4월).

이통사가 무료통화 앱 사용을 제한을 하느냐, 하지 않아야 되느냐는 이통사와 소비자간 논란의 대상이다. 그럴수록 무료통화 앱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료통화앱 OTO의 경우 국제전화망을 사용해 연결, 이통사 제지를 받지 않는다.

스마트폰 마니아 김주명(회사원)씨는 “통화를 하다가 끊기는 경우가 많아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는 PTT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도 무료라는 점 하나만으로 엄청난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버텔브릿지가 판매하고 있는 PTT, m-voIP 전용 휴대폰. 인터넷을 매개체로 무전기와 같은 메신서 서비스를 제공, 1:1 통화와 1대 다 통화가 가능하다.

글로벌 통신사들 m-VoIP 빗장 푼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는 1500만명을 돌파했다. 인구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다. 모두 잠재적인 무전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IT강국의 국민답게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무료통화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어 PTT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김영한 앱컨설팅 대표는 “무료통화 앱이 증가됨에 따라 이통사는 PTT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통화요금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료 메시지 앱인 카카오톡의 가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던 것처럼 무료통화 앱의 가입자 수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란 얘기다.

실제 PTT를 기반으로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 사이버텔브릿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다. 남백산 대표를 비롯해 기술 분야 임직원들은 사업 확대를 위한 해외출장이 매우 잦은 편이다.

m-VoIP는 와이파이(Wi-fi, 무선 랜), 3G망과 같은 무선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해 휴대폰으로 인터넷전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PTT를 뛰어 넘어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다. 070 인터넷 전화를 휴대폰으로 옮겨온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저렴해진 통신료는 m-VoIP의 매력이다. 영상통화, 메시지 등 다른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하기에도 적합하다.

과거 통신비 절감을 위해 기업들이 사용했던 070 인터넷 전화가 보편화된 점에 비춰 봤을 때 m-VoIP 대중화 속도는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사이버텔브릿지 관계자는 “PTT 서비스와 함께 m-VoIP는 통신료 절감과 다중통화를 요구하는 기업 등에서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고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전 세계 대형 통신사들은 하나 둘씩 m-VoIP 빗장을 풀었다. 미국의 최대 통신사 버라이티즌과 AT&T 등은 PTT를 활용한 m-VoIP를 제공하고 있다. 넥스텔은 기존에 제공하고 있던 PTT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넥스텔에 따르면 전체 이용객 중 90%가 PTT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고 만족도가 매우 높다. 국내 이통사들도 일부 제한적이나마 m-voIP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통신시장은 3G에서 4G로 변화 중이다. 빠른 무선인터넷 속도 등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IT 관련 선진국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수의 증가는 PTT와 m-VoIP에 대한 요구로 연결, 관련 시장이 급성장 할 수 있다.

사이버텔브릿지 관계자는 “그동안 이통사 반대의 벽이 높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기술력을 보완하고 확대시키기만 하면 IT강국 이미지를 바탕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해외 매출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인터넷전화 성장 껄끄럽네”

무선 인터넷전화(m-voIP)는 시대를 이끄는 트렌드로 자리매김 했다. 이런 의미에서 시장 확대는 시간 문제다. 소셜 네트워크, 인터넷전화(voIP)서비스 업체들은 m-voIP 시장공략을 위해 공격경영을 펼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통사가 가장 큰 위협을 받게 됐다. 현재 일부 제한을 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현재대로라면 소비자 요구에 따라 100% 개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이 출시한 무료통화 앱 마이피플은 출시 2개월 만에 400만명의 이용자 수를 돌파했다.


이통사들이 내부적으로 통화료 수익 감소를 위한 새로운 대책 마련에 나서는 이유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voIP사업자들에게 인터넷망 사용료를 부과하거나, 유료통화 시간 단축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마트폰 사용 시 최대 문제점으로 꼽히는 끊김현상을 최소화하는 등 품질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