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다음 중 짱구의 성(姓)은 무엇일까요. ①못 ②짱 ③신 ④없음

지난 설에 일곱 살배기 조카와 ‘생각 맞추기’란 스마트폰 게임을 했습니다. 신기하게 스마트폰 앱이 필자가 생각한 유명인물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스무고개처럼 단계적으로 질문하더니 필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맞추더군요. 조카 녀석은 ‘짱구’를 생각했는데, ‘이름이 두 자입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요’를 누르기에 필자가 ‘맞지 않느냐’고 했더니, 조카 왈, 세 자랍니다. 신. 짱. 구.

짱구는 성이 ‘신’ 씨입니다. 짱구 아빠는 ‘신형만’, 동생은 ‘신짱아’입니다. 그래서 크라운제과에서 판매하는 짱구과자가 ‘못말리는 신짱’인 것 같습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2000년경에 ‘짱구는 못말려’라는 과자를 판매하다가 ‘짱구’라는 상표권을 가지고 있던 삼양식품과 분쟁이 생기자 상표를 일본 만화 제목 <크레용 신짱>과 기존에 번역된 <못말리는 짱구>를 조합해서 ‘못말리는 신짱’으로 판매하게 되었답니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은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토리의 3요소인 인물, 배경, 사건을 통해서 그림이 그려지게 합니다. ‘못말리는 신짱’을 들으면 그림이 그려지나요? 네, 신짱구, 신짱아의 모습이 그려지죠. 이렇게 스토리의 3요소 중 인물 즉, 캐릭터만 있어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배경과 사건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지는 과자 브랜드가 있습니다. 오리온 ‘태양의 맛! 썬’과 크라운제과의 ‘쵸코하임’입니다. 먼저, ‘태양의 맛! 썬’에는 생산과정에 숨은 스토리가 있습니다.

▲ 사진=김태욱 제공

필자가 오리온 홍보팀에 근무할 때, ‘국내 최초 태양열 과자 탄생!’이라는 타이틀의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좀 엉뚱하지만, 이 제품의 맛이 태양의 맛인 이유는 태양열 에너지로 생산하기 때문이라는 말랑말랑한 보도자료였죠. 실제로 당시에 오리온스낵 청주공장 옥상에 태양열 집열기 세트 48개를 설치해 그 열로 생산을 했으니 나름 재미있는 스토리였죠.

쵸코하임은 ‘하임’에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하임(Heim)은 독일어로 집(house)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쵸코하임은 ‘초코의 집’이란 의미죠. 광고에서는 광고 모델이 ‘쵸코하임, 초코의 집이잖아’라고 말하기도 했죠.

쵸코하임 론칭 당시 크라운제과 대표이사인 윤영주 사장은 “제품을 보면 웨하스 속에 초콜릿이 있다. 웨하스는 집이고, 그 안에 뭐든지 들어가면 또 다른 제품이 탄생하게 된다. 초콜릿이 들어가서 살면 ‘쵸코하임’, 딸기가 들어가면 ‘딸기하임’ 등으로 얼마든지 집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제품들이 화이트초콜릿이 들어가 ‘화이트하임’, 다크초코크림이 든 ‘다크하임’, 우유크림이 든 ‘라떼하임’, 녹차크림이 든 ‘그린하임’이 개발되었습니다.

끝으로 인물, 배경, 사건의 스토리 3요소를 완벽하게 갖춘 과자 브랜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해태제과의 ‘辛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로포즈’입니다. 주인공 인물은 ‘신당동 떡볶이 총각’, 배경은 매운 떡볶이로 유명한 ‘신당동 장독대’, 사건은 ‘맛있는 프로포즈’. 어떻습니까? 완벽하죠. 금방이라도 매콤한 떡볶이 과자가 툭하고 장독대에서 튀어나와 프로포즈할 것 같지 않으세요. 이 정도면 브랜드 이름만으로도 머릿속에 완벽한 한 장의 그림이 그려지게 되죠.

이와 같이,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브랜드에 인물, 배경, 사건을 집어넣어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즉, 그 요소들과 썸을 만드는 거죠. 신짱구를 짱구과자에 담아 ‘못말리는 신짱’이 탄생했고, 오리온스낵 청주공장 옥상에 있는 태양열 집열기의 에너지로 구워 태양의 맛이 난다는 ‘태양의 맛! 썬’ 스토리가 탄생했습니다. 또 초코가 사는 집은 ‘쵸코하임’이라는 문패를 달게 되었고, ‘辛당동 장독대를 뛰쳐나온 떡볶이 총각의 맛있는 프로포즈’는 한 장의 청혼카드처럼 그림이 그려집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 쉽게 생각하세요. 지금 여러분이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에 스토리가 없다면, 인물과 썸을 만드세요. 아니면 배경 즉, 장소와 썸을 타도 좋습니다. 게다가 말랑말랑한 사건까지 만들어내면 금상첨화가 됩니다. 그리고 고객과 소통하고 공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