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환율조작국 제재법안을 곧 발효해 빠르면 6개월 내에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움직임이다. 

미국이 문제로 삼고 있는 최근 1년간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에도 원화의 교역상대국 대비 실질실효환율은 거의 변화가 없어 되려 한국의 수출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곧 환율조작국에 제재를 가하는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 수정법안'에 조만간 서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미국 상하 양원을 통과한 '무역촉진법 2015' 중 '교역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사안을 일컫는다.

최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고착에 대한 우려로 제기된 해당법안의 주요 골자는 ▲미국의 주요교역국들 중 환율개입(의심)국가들에 대한 분석을 확대 ▲국제사회의 제재를 유도 ▲통상과 투자 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법안의 1차적 적용 대상으로 한국이 꼽히고 있다. 한국은 대만과 더불어 대미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얻고 있고 세계를 상대로도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어 이 법안의 1차적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성훈 연구위원은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뿐 아니라 외환당국이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미 재무부가 계속 의심해 왔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향후 TPP 2차 가입 협상 과정에서 대미무역수지와 경상수지의 흑자폭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도록 요구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국의 의혹과는 달리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집계 올들어 23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은 4.56%로 브렉시트 위기의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2번째로 컸지만 다른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인 위안화나 유로화, 엔화 등에 비해서는 원화의 실질가치는 제자리 걸음을 보였다.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0% 가량 하락한 데 반해 교역상대국 통화 대비 원화의 실질가치는 1% 하락하는데 그쳤던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수요감소와 국제유가 급락 속에서 한국 수출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이번달 집계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국의 수출액 감소 폭이 중국과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 정부는 6개월내 각국의 통화 저평가 여부에 대한 조사를 거쳐 의심국가를 상하원 관련위원회에 보고하게 돼 있다. 마친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국가는 1년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WTO를 통한 간접제재를 받는다. 이후에도 저평가가 개선되지 않으면 미국 기업의 신규투자를 받을 때나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을 때 불이익을 받는 직접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상태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 내부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으며 환율을 매개로 전세계 모든 국가들의 무역·환율·통화·산업정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