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왕이면 값도 오를 곳이 최고입니다! 이런 곳들은 대부분 도심권과 연결되니 자연스레 직장도 가깝습니다.” (30대 신혼부부)

“아직 집 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경제적 여유도 없고 2년마다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직장과 가까운 곳을 주로 고릅니다.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테라스하우스를 사고 싶죠.” (30대 후반 건설업 직장인)

 

집은 무엇으로 사는가? Buy 투자 개념에서 Live, Personal Life Style ‘나만의 집’으로

시대가 바뀌면 우리가 사는 집도, 살고 싶은 집의 모습도 달라진다. 최근 내몸에 어울리는 맞춤옷이 인기를 끌듯이 주택도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부합하는 거주공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는 주거용 부동산의 대표격인 아파트를 투자목적으로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최근에는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재편됐다. 건설사들도 다양해진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같은 평수라도 다양한 타입을 선보이고, 가변형 벽체 또는 신개념 혁신설계까지 도입하여 소비자 마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실속을 챙기돼 규모는 작아지고 있다. 작지만 알찬집이 대세인 것. 신도시 일반분양 뿐만 아니라 단독주택,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중대형을 선호했던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들이 지금은 분담금 부담이 적은 중소형 위주로 일반분양 물량을 공급하고, 수요자 입장에서도 가구당 가족 구성원이 줄어 실속 주거를 할 수 있는 중소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체 피데스개발이 최근 발표한 ‘주거공간 7대 트렌드’ 따르면 수요자들이 주거공간을 줄이면서 ‘1인당 33㎡(10평)’으로 수렴하는 ‘핏 사이징’ 현상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한정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사이즈 말이다. 현재 3인 이하 가구는 우리나라 가구의 75% 이상으로 2025년에 83%, 2035년에는 88%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전용면적 84㎡(구 33평)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가 더욱 강세를 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집은 무엇으로 사는가? ‘내 집 마련’의 의미가 내 집을 ‘산다’(Buy)는 소유의 개념에서 ‘산다’(Live)는 거주 의미로 옮겨가고 있다. 또한 개개인이 무엇을 중요시 여기느냐(Personal Life Style)에 따라서 거주지 요건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산, 강, 바다를 주변에 두길 원하는 친환경파들이 있는가 하면 쇼핑몰이 단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원하거나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등을 내 집 마련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은퇴세대는 소형 교통, 에코세대 출퇴근 전원풍 선호

세대별로 보면 노후 준비로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은퇴 세대는 자가용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교통비를 아낄 수 있는 역세권 단지, 관리비가 적게 드는 대단지 아파트의 선호도가 높다. 에코 세대(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 세대로 1977∼1997년 사이에 태어남)는 또 다르다. 서울의 아파트 값과 큰 차이가 없는 경기도권에서 집을 구입하거나 출퇴근이 용이한 거리에 전원주택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곳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의 1인가구수는 지난 1985년 66만1000가구였지만 지난해 506만1000가구로 20년만에 8배 이상 늘었다. 이와 같은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환경 변화는 그동안 획일적인 주택의 대량공급 방식에서 탈피하여, 주택 소비의 기본단위인 개별 가구의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주택을 개발, 공급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탈산업화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화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가구의 구성원의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그 가운데 급증하는 1인 가구들은 개인의 생활 패턴에 따라 거주지를 선택한다.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은 강남 인근을 선호하고, 직장을 가진 이들은 교통편을 고려하거나 회사 근접성을 따져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비아파트의 역습 시작됐다

다양한 개성에 부합하는 ‘신스틸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전히 조연에 불과하지만 협소주택, 테라스 하우스, 타운하우스, 패시브 하우스, 신한옥, 쉐어하우스가 대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심 속 작은주택인 협소주택은 좁은 대지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건축주가 원하는 대로 집을 지으니 아파트처럼 똑같이 찍어내듯 집을 지을 필요도 없다. 미술관 혹은 박물관으로 착각할 정도로 멋있는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휴양형과 주거가 동시에 가능한 테라스 하우스와 타운 하우스는 삶의 질 향상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힐링족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이러한 주택은 단독주택의 정온함과 쾌적함, 공동주택의 편리성을 모두 갖췄다. 전통한옥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을 적용한 ‘신한옥’도 웰빙주택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각광받고 있다. 신한옥의 특징은 자연친화적 재료를 사용해 현재까지 탄소제로하우스, 하이브리드 에코 하우스와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당과 테라스가 있는 집, 아파텔, 서비스드 레지던스, 상가주택,고층 주거복합 등 다양한 주거형태의 인기가 높아지고 주거 기능 뿐만 아니라 상업, 레저, 휴식, 문화가 융복합된 공간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10년 전에는 비(非)아파트(연립, 다가구, 단독, 다세대)의 비율이 10채 중 0.8채에 불과했지만 최근 5년 동안은 10채 중 3채~3.5채가 인허가 신청을 내 비아파트의 역습이 본격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