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자사의 물류센터를 매각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직접매입에 천착하던 쿠팡이 유동성 문제에 항복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기에, 업계에서는 '쿠팡 위기론'이 새삼 화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20일 쿠팡이 "물류센터 매각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혀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이번 해프닝의 포인트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가능하게 만든 물류센터의 존재의미에서 시작된다. 물류센터는 파주, 인천, 대구 등 14곳에 운영중이며 쿠팡의 계획대로라면 다음해까지 21곳으로 확장된다. 하지만 쿠팡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물류센터 확충이 미래 인프라에 속하며, 당장의 위기가 먼저 쿠팡을 덮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정리하자면 "물류센터로 대표되는 쿠팡의 혁신은 훌륭하지만, 이를 꾸준하게 추진하기는 자금적인 부분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 출처=쿠팡

재미있는 시사점이 보인다. 먼저 소셜커머스 시장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소셜커머스 전체 시장규모는 8조원 수준이다. 여기에서 8조원에 불과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쿠팡이 '많은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용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닐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소셜커머스 시장이 아닌 이커머스 시장 전체를 노리고 있다.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밝혔으며, 사실 소셜커머스 시장이라는 한계 자체가 쿠팡의 행보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차라리 범위를 넓혀 이커머스 시장 전체와 빅데이터, ICT 경쟁력을 총망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정치적인 문제로 봐도 쿠팡이 물류센터를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일자리 문제다. 로켓배송의 불법논란이 여전히 벌어지는 상황에서 쿠팡은 일자리 측면에서 물류센터를 고무적으로 보고 있는 정부의 기대에 꾸준히 응답할 확률이 높다.

지난해 1월 쿠팡이 김철균 전 청와대 비서관을 부사장으로 선임한 사실을 복기해보자. 쿠팡은 정치적인 이슈로도 자신들의 문제를 바라보는, 꽤 냉정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어설프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번 해프닝은 지금까지 제기되던 논란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출혈경쟁을 불사하며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미래 동력을 사로잡기 위해 직접매입을 늘려 이커머스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실사를 촬영하려는 쿠팡의 목적은 현재진행형이다. 관건은 버틸 수 있느냐. 딱 이것 뿐이다. 길은 정해져 있지만 아무나 갈 수 없다.

참고로 최근 이마트 등 거대 유통 기업들이 쿠팡의 성장세에 놀라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부분, 만약 이대로 진행되면 의미없는 헛발질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쿠팡을 선택하는 이유는 물류기업으로서의 쿠팡이 빠르고 간편하며(심지어 친절한 쿠팡맨덕에 훈훈하며!), ICT 기업으로서의 쿠팡이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출처=이마트

물건이 저렴해서 쿠팡을 이용하겠지만, 그리고 이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향후 쿠팡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포인트지만 사실 부차적인 수단이다. 막강한 온라인 인프라를 확보한 상태에서 오프라인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내가 잘하는 것(규모의 경제)으로 홈그라운드를 전쟁터로 만들지 말고, 남이 잘하는 것(브랜드 효과)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 더 확실할 전망이다.

'우리가 쿠팡에게 밀릴리 없어! 그런데 왜 이럴까..그래, 가격을 싸게 후려처서 그렇군! 그런거라면 우리가 더 잘하지!' 제법 본질에 가까운 상황판단이지만 핵심이 빠졌다. 사람들은 쿠팡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쿠팡 그 자체를 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