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안드레아 론카토 최고경영자(CEO) [사진: 박재성 이코노믹 리뷰 기자]

19세기 유럽에서 자동차와 철도, 배 등 교통수단이 활발하게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여행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해외여행의 필수 아이템, 여행 가방은 19세기 유럽에서 시작돼 여행 기분을 내는 데 일조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 가방은 자신만의 여행 패션을 완성하며 소중한 소지품을 보관한다. 19세기 당시 귀부인들은 화려한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넣을 큼지막한 가방을 필요로 하게 됐으며 유럽의 많은 명품 브랜드들은 귀족들을 만족시킬 만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가방을 선보이면서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여행 가방은 단순한 짐 가방의 개념을 넘어서 여행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여행의 기술이 여행 가방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라이프스타일과 삶, 꿈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여행자들은 여행 경험의 횟수가 많아지는 만큼 좋은 여행 가방을 고르는 안목이 올라간다.

한 여행자는 “여행이 삶의 일부가 되면서 캐리어가 여행용품에서 패션용품으로, 혹은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 박재성 이코노믹 리뷰 기자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인들은 새로운 삶을 찾아 이주했다. 당연히 여행용 커리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여행가방업체가 확산됐다. 이 중 하나가 론카토(Roncato)다. 이탈리아에선 1위(2위가 샘소나이트)로, 국민 절반 이상이 론카토를 쓴다. 유럽에선 이미 대중적인 여행 가방으로 정평이 났다.

전 세계 66개국에서 사랑받고 있는 론카토(RONCATO)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특수소재를 사용해 소프트케이스에 비해 무거운 점을 극복하고, 잘 부서지는 하드케이스 가방의 단점을 보완한 게 최대 장점이다.

한마디로 ‘가볍고 튼튼하고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덤프트럭이 가방을 밟고 지나가도 온전한 모습이 TV 광고로 소개됐다. 2009년 이탈리아 시장에 출시돼 단번에 1위로 올라섰다. 론카토 우노는 BMW와 폴크스바겐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람베르토 안젤리니가 디자인을 맡았다. 특히 12개의 국제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퍼가 아닌 록(Lock)으로 열고 닫게 돼 있어 도난과 파손 위험을 줄였다.

설립자인 할아버지(지오바니 론카토)에 이어 3대째 론카토를 이어가고 있는 안드레아 론카토(36)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했다. 1980년생인 그는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고, 론카토 생산 유통경영 매니저를 역임한 뒤 현 글로벌 담당 CEO를 맡고 있다. 론카토 3대손 4남매 중 막내이면서 글로벌 수출을 맡고 있는 공동 CEO다. 큰형은 신규 프로젝트를, 둘째 형은 연구개발(R&D)을 총괄하며 누나는 재무를 담당하고 있다.

▲ 사진: 박재성 이코노믹 리뷰 기자

그는 7살 꼬마시절부터 공장에서 제품 제작 과정을 배웠다. 경제학부 대학생 시절의 방학 때는 파트타임으로 계속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론카토와 함께 성장해왔다는 그의 말에 ‘이탈리아 경제의 큰 강점 중 하나는 수백년을 이어 내려오는 가업승계기업’이란 말이 생각났다.

론카토 CEO는 “꼬마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론카토 캐리어와 같이 했다”고 말했다. 평생 곁에서 지켜봐 온 부모와 조부모의 업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고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현재 100여 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아시아(한국은 2011년 진출)는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다. 한국 시장은 4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가업승계 관련 한 전문가는 “성공한 가업 승계 기업엔 공통점이 있다”며 아버지와 아버지가 만든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유연함이 가업과 명품 회사를 유지해나간다고 말했다.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대개 오래된 장수 기업에서 가능한 일로 역사와 기업철학을 갖고 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100년 이상 된 기업은 한 손에 꼽히는 정도다. 정작 우리는 대를 잇는 가업에 대해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는 이중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일본이나 유럽 등의 나라에는 수백 년 동안 가업을 이어 온 작은 가게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장수기업도 많다.

론카토 CEO는 “스스로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가족경영 체제이기 때문에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만든다고 자부한다”면서 이익의 10~20% 정도는 제품 R&D에 재투자한다고 말했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활용해 스크래치가 나지 않는 기술을 통해 국제 특허를 얻은 ‘3핸들 3락(3handles 3Locks)’ 잠금장치도 끝없는 연구와 투자의 결과물이다.

그는 “론카토는 유럽 최초로 여행용 캐리어에 라인을 만든 업체”라면서 “론카토는 패션과 가벼움, 견고함, 합리적인 가격 등 1석 4조 효과를 볼 수 있는 브랜드”라고 소개한다.

여행 가방이 부담스러워서는 여행이 편해질 수가 없는데 론카토가 ‘폴리카보네이트’라는 소재로 해결했다. 항공기 창문이나 방탄차량에 사용되는 신소재로, 무게는 직물만큼이나 가볍고 가격은 알루미늄보다 훨씬 싸지만 내충격성은 강화유리보다 150배, 판유리보다 200배 강하다.

▲ 사진: 박재성 이코노믹 리뷰 기자

론카토는 쌤소나이트보다는 비싸고 리모와보단 저렴하지만 패션 면에선 이탈리아 특유의 색을 반영하듯 컬러풀하고 생동감 있다. 내구성도 강하고 한 손에 들기 가볍다.

론카토 CEO는 좋은 여행 가방을 고르는 법에 대해 이같이 말한다. “여행 가방은 말 그대로 여행을 위한 가방이기 때문에 움직임이 많다. 이에 따라 록(잠금장치), 핸들(손잡이), 휠(바퀴) 등 이 세 가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끌고 이동하는 여행 가방의 특성상 가장 많이 튼튼해야할 부분이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라고.

본래 명품이라는 것은 장인 정신이 녹아 있어 그 심미적 가치, 실용적 가치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소장하는 진귀한 물건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론카토 CEO는 좋은 기업은 빛나는 장인정신,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으로 설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