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동아시아를 강타했던 시기, 글로벌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 여부였다. 외환위기 여파로 당시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는 큰 폭으로 절하됐으며 중국도 수출 가격 경쟁력을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실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 관료들은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주변국 지원을 명분으로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겠다고 공헌했으며 또한 중국은 그 약속을 지켰다.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자제함으로써 극심한 침체에 빠져있던 역내 경기는 회복됐다.

▲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 위안화 절상+경기부양/출처:KDB대우증권

또한 중국은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2010년 공격적인 내수부양책을 쓰면서 글로벌 수요를 진작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수출보다는 내수를 진작하고 실제로 당시 중국의 수입증가율은 수출증가율을 상회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라는 어두운 상황에서 일부 회복된 이유 중 중국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그만큼 위안화는 2015년 중반까지 줄 곧 절상돼 왔으며 이를 방증하듯 이 시기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증시는 비교적 순탄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중국 증시는 폭락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연초부터 변동성이 확대돼 글로벌 증시에 대한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위안화 가치절하’였다.

중국의 고민은 수출경쟁을 위해서라면 위안화를 절하해야 하지만 이 경우 외채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완만하게 하락해 무역수지개선으로 외채부담을 상쇄해야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위안화를 절상할 경우 수출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그만큼 자국 내 수출생산이 줄어든다는 점이 문제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위안화는 줄 곧 정상돼왔기 때문에 위안화의 추가적 가치 상승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타격과 함께 이 역시 부채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중앙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엔화가치의 하락에 이은 상대적 위안화 강세를 촉발하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선 위안화 평가절하 유혹이 더욱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엔화가치는 ‘마이너스 금리’ 발표 이후 급격히 강세로 전환됐다. 그렇다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엔화가치의 상승과 동시에 발생한 일본 증시의 급락은 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는 단순 일본의 정책만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증시가 불안했던 원인 중 하나도 정책 투명성과 실효성에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인상이 글로벌 경기회복을 동반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참여자들이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투명성과 실효성에 의구심 갖는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위안화 절상 소식에 니케이 지수가 폭등한 이유

여기서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하,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정책 그리고 조지 소로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위안화 공격 가능성의 3가지 요소를 글로벌 증시는 물론 각국의 정책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본격 절하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더욱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어 소로스는 ‘중국 경제경착륙’을 지목하며 공개적으로 위안화를 가치하락에 배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안화 가치의 완만한 하락을 원하는 중국 입장에서 소로스의 발언은 중국 당국에게도 위협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면 방어는 충분히 해낼 수 있지만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는 외환보유고를 금세 고갈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는 차지하더라도 기업들의 급격한 외채부담 증가는 중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우려스럽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 ‘마지막 정책 카드’라는 평을 내리고 있다. 그만큼 일본 경제가 좋지 못하다는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지속한다면 수출경쟁 측면에서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시기상으로 볼 때, 소로스의 발언은 일본 중앙은행의 발표에 앞섰다.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위안화 가치절하는 소로스의 발언으로 인해 부담을 느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 중국 경제지표 부진에도 불구 15일 니케이 225 지수 전일대비 7% 넘는 폭등 기록/출처:한국거래소

15일 글로벌 증시는 이러한 상황을 대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전거래일대비 0.63% 하락한 2746.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춘절기간 동안 글로벌 증시가 요동을 쳤기에 중국 증시 개장과 함께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월 중국 수출은 위안화 기준 전년동기대비 6.6% 감소했으며 이는 시장 예상치인 3.6% 증가를 큰 폭으로 하회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가 약보합에서 마감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중국이 내민 ‘위안화 강세’ 카드를 보면 더욱 그렇다.

이날 인민은행은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장대비 0.0196위안 내린(0.3%포인트 절상) 6.5118위안으로 고시했다.

이 소식에 가장 크게 반응한 곳은 일본 니케이 지수다. 15일 니케이 지수는 전일대비 7.16% 폭등한 1만6022.58로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주요국들의 경기 부양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상승한 것으로 풀이했지만 중요한 것은 최근 일본 증시가 위안화 가치 수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마이너스 금리’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럽 증시도 12일 급등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은 더 이상 ‘환율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미국은 그 죗값을 치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풀어 경기부양에 힘썼다. 이어 중국은 글로벌 수요를 충당하는 역할을 하면서 G2는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부터 구했다.

현재 시장의 분위기를 이에 비춰보면 시장참여자들은 실체를 볼 수 없는 단순 통화정책을 원하는 것이 아닌 실제적인 ‘글로벌 공조’를 갈망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과잉공급을 야기한 중국에 수요 진작은 물론 정책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마치 2009년 글로벌 수요 진작에 앞장 섰던 중국을 갈망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