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기존 아파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분양이 잇따르면서 이들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에 프리미엄 브랜드 개발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 현대건설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달고 분양 예정인 삼호가든3차 [출처=현대건설]

아파트 브랜드, 주택구매 결정 ‘필수항목’

과거 주택 구매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 시 반드시 따져보는 항목이 ‘역세권·평면·분양가’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아파트 ‘브랜드’도 주택 구매 결정 시 필수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분양이 잘되지 않던 지역에서도 대형건설사의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공급되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기존에 주목 받지 못했던 인근의 비브랜드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도 금세 소진된다.

최근 부동산114의 ‘2015년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로 ‘건설사의 재무 및 시공 안전성(26.5%)’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이어 ▲품질 및 기능우수(33.3%) ▲친근하고 익숙(14.9%) ▲투자가치 높아서(13.5%) ▲광고호감(7.0%) ▲현재거주(4.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90% 이상은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이미윤 부동산 114 책임연구원은 “최근 교육, 교통 등의 입지적인 영향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다 평면경쟁으로 주택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브랜드 아파트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기존 브랜드 넘은 ‘프리미엄’ 브랜드 개명 전쟁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보다 한 차원 높은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 아파트 브랜드 전쟁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삼성물산이 처음으로 자사 아파트에 ‘래미안’이란 이름을 붙였고, 이후 대림산업이 ‘e-편한세상’을 런칭했다. 이어 GS건설이 ‘자이’, 대우건설이 ‘푸르지오’, 현대산업개발이 ‘아이파크’ 등이 잇따라 공급하며 브랜드 아파트 전성시대가 개막했다.

최근 건설업계는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보다 한 차원 높은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다퉈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에스티지’,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대림산업의 ‘아크로’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프리미엄 브랜드 대부분은 강남권과 인근 지역 아파트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건설업계가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브랜드 고급화에 나서는 이유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시 타 지역보다 비교적 ‘입김이 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최근 현대건설도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런칭하며, 고급 아파트 브랜드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디에이치’를 앞세워 삼호가든3차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올 상반기 공급 예정인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에 처음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에 대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하고자, THE H(디에이치)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런칭했다”며, “THE H(디에이치) 브랜드의 사용은 3.3㎡당 3500만원 이상 되는 단지에만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자사 아파트 브랜드 차별화…‘제살깎기’ 우려도

이렇듯 건설사들이 고급 아파트 브랜드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 또한 존재한다. 분양 열기가 이어질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해 분양가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분양시장이 침체될 경우 자사 브랜드끼리 오히려 점유율을 깎아먹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현대건설이 반포 삼호가든3차 입찰 당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과 기존 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성이 부족할 경우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 아파트에 적용되는 비싼 고급 자재 및 부대시설 운영비용 등도 분양시장 침체시 건설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