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이 수익성이 좋지 않은 카드상품을 정리하고 밴(VAN) 수수료율 개편을 추진해 주목된다. 시장포화와 수수료율 인하로 수입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병행해 핀테크를 활용한 새로운 활로를 찾는 등 생존성 강화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이달에만 총 46종 카드 신규발급 중단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T스마트 빅플러스’, ‘SKT 세이브’ 등 2종의 카드상품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이달 동부화재와 제휴해 발급하던 4종의 카드 등 총 5종의 카드 신규 발급을 함께 중단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는 이달부터 스타·스타맥스·혜담(I) 등 25종의 카드를 지난달을 끝으로 신규발행을 하지 않고 있다. 롯데카드도 가연·컬쳐랜드·ABC마트 등과 제휴해 발급하던 카드 14종을 새해부터 중단시켰다.

특히 카드사들은 카드 부가서비스 혜택도 대폭 축소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신학용 의원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2013~2015년 3년간 모두 79차례 부가서비스 혜택을 없앴다.

밴(VAN) 수수료 개편도 추진한다. 우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밴수수료를 일정 비율에 따라 비용을 책정하는 ‘정률제’로 전환했다. 이 두 회사는 체크카드 비중이 높은 은행계 카드 특성상 소액결제가 많아 정액제보다는 정률제가 유리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는 ‘정액제’를 유지하되, 결제금액별로 수수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구간정액제’로 변경했다. 기업계 카드는 체크카드와 소액결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정액제가 더 유리할 수 있다.

한편 하나카드는 정률제와 정액제 중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지 검토를 벌이고 있고, BC카드는 현재 밴사들과 밴 수수료 체계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밴 수수료 개편과 상품 축소는 가맹수수료율 인하와 더불어 시장포화로 인한 성장정체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황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 입장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뒤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신용카드가 해외에 비해 혜택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의 비용감소 노력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948억원으로 전년대비 9.4% 증가했다.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3329억원으로 전년(4195억원)보다 20.6% 감소했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6.1% 증가한 3337억원을 기록했으며 KB국민카드도 작년 35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대비 6.7% 증가한 수준이다.

인력감축‧모바일 강화 추진

앞서 카드사들은 인력감축과 더불어 부서 통폐합을 통한 체질개선 작업을 지속해왔다.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는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한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또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하나카드는 희망퇴직 신청을 통해 직원 감원을 단행했다.

모바일사업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조직개편'도 속속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시장 규모가 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페이의 성공을 통해 성공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돼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초 핀테크 연구개발(R&D)과 플랫폼 비즈니스를 이끄는 ‘모바일사업부문(BU)’을 신설했으며 삼성카드는 ‘디지털본부’를 신설해 빅데이터 마케팅 강화를 추진한다.

KB국민카드는 ‘모바일사업부’를 신설했다. 이 부서를 통해 KB국민카드는 O2O(Online to Offline) 등 비대면 채널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롯데카드는 모바일·신기술·온라인 분야를 아우르는 '미래사업부문'을 신설했으며, 하나카드는 ‘플랫폼사업팀’을 통해 간편결제 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모바일 사업 진출은 실제 상품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5월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실물카드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카드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단독 신용카드 ‘모비원’을 출시했다. 지난해까지 하나카드는 총 390만장의 모바일카드를 발급했으며 총 취급액은 연간 9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카드는 삼성페이에서 사용할 경우 0.8%의 포인트를 기본 적립해주는 삼성페이 전용카드 ‘삼성페이 삼성카드&포인트’ 카드를 출시했다. KB국민카드는 중국 유니온페이와 LG유플러스와 손잡고 국내에서 받은 모바일 카드를 중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드사 관계자는 “사실 빅데이터·모바일을 활용한 서비스는 핀테크 열풍 이전부터 카드사들은 과거부터 진행해 왔던 것들”이라며 “지금까지의 노하우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각인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