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광고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광고 스팟을 뽑으라고 하면 당연히 슈퍼볼(Super Bowl)이다.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다. 이번 시청률은 75% 정도였다고 한다. 이 스팟에 온에어되는 광고는 1초에 2억원 정도의 매체비를 지불한다. 이런 슈퍼볼 광고에 무려 네 개의 코즈(Cause) 광고가 집행되었다. 버드와이저(Budweiser), 콜게이트(Colgate), 펜틴(Pantene) 그리고 썬트러스트(SunTrust)가 그 주인공들이다.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는 Give a Dam이라는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을, 뷰티 브랜드인 펜틴은 아빠와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는 딸이 더 강하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Dad-Dos라는 광고를 온에어시켰다. 그리고 치약브랜드인 콜게이트는 양치할 때 수돗물을 틀어 두지 말라는, 물 부족 메시지를 소재로 하는 Every Drop Counts 캠페인 소재를, 그리고 선트러스트라는 금융회사는 재정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하는 Hold your Breath 라는 캠페인 소재를 온에어시켰다. 1억2000만명이 시청하고 30초 광고비로 50~60억의 매체비를 지불하는 광고 스팟에 코즈 광고를 집행 한 것을 보면, 이들 네 개의 브랜드들이 우리와 생각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코즈가 광고 소재로서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 기업이었다면 과연 그 돈을 주고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스포츠와 코즈가 잘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스포츠라는 게임에서 오는 몰입과 함께, 같은 편이라는 공동체 의식의 발현이 자기 자신은 물론 옆의 동료들까지 생각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그 결과 자신에게 더 관대해지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보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스포츠는 전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죽음을 생각하면 선한 마음이 더 많이 들었던 것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대리 체험을 경험하는 스포츠에서 선한 마음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친김에 스포츠와 코즈 마케팅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미국의 경우 미식축구리그(NFL)은 심장병재단에, 그리고 메이저리그 야구(MLB)는 아이들 방임에, 그리고 미국대학스포츠연맹(NCAA)과 미국농구코치협회는 Coach VS Cancer라는 주제로 암과 싸우는 사람들을 후원하고 있다. 일본의 한 스포츠 서포터즈 클럽은 장기기증 캠페인을 하고 있었는데 그 메시지가 재미있었다. 그들은 ‘클럽의 팬으로서 우리의 뜨거운 심장을, 우리가 죽은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자’고 말하고 있었다. 무섭기도 하지만 참 열정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대한민국은 롯데 자이언츠가 코즈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정한 날에 선수들이 유니세프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그날 발생한 수입은 기부한다고 들었다.

둘째, 이들이 이야기하는 코즈가 우리와 달리 참 쉽고 친근하기에 광고 소재로 적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빠와 시간을 많이 보내는 여자아이가 더 건강하게 자라기에 아빠와 딸이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자는 것이나, 음주운전을 방지하자는 것을 코즈로 삼다니, 정말 발상의 전환이다. 사실 우리는 너무 심각한 사회문제만 코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런 아주 작은 것들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여기에 작은 스토리에서 오는 감동을 광고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덤이 될 것이다. 또한 아무리 큰 코즈라도 그 것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작을 일에서 출발 할 수도 있다. 호주의 경우 특정 지역 학생들의 퇴학률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가족과의 저녁 식사라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이를 실행에 옮겼더니 그 지역 학생들의 퇴학률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고 한다. 작다고 의미 없는 것은 아닌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옛 말이 있다. 우리도 작은 것부터, 친숙한 것부터 차례로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꼭 담대한 코즈를 찾아서 캠페인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빈곤이나 환경, 식수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예를 들면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나 앰뷸런스 길 비켜 주기와 같은, 작으면서 실천하기 쉬운 캠페인부터 하나씩 해나가는 것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이렇게 작은 캠페인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는 한국시리즈 야구 결승전에서 코즈 광고를 볼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