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위기를 맞이한 순간의 공통점을 단순화해보면 결국 ‘자본 대이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위협요인들이 자본의 이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위기 발생 여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글로벌 경제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까. 늘 그렇듯 확률은 반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가 ‘중국 경착륙’에 배팅했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소로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상승이냐 하락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지난 4일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46개 선진·신흥국 증시 중 16개 증시가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베어마켓 영역에 진입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전고점대비 10% 이상 하락시 조정국면, 20% 이상 하락시 하락장(베어마켓)으로 평가된다.

현재 세계주가는 작년 고점대비 15% 하락한 상황으로 본격적인 약세국면에 돌입 혹은 일시조정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990년 이후 세계 증시가 ‘베어마켓’으로 진입한 시기는 1990년, 1998년, 2000년, 2007년, 2011년 등 5차례이며 당시 전쟁, 금융위기, 버블붕괴 등 대형악재가 주가급락을 주도했다.

이에 대해 국제금융센터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인상, 국제유가하락, 중국 경기불안 등이 하락 요인이지만 ‘대형악재’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5차례의 세계증시 베어마켓 기간에는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로 세계경제 성장률도 큰 폭으로 둔화했으나 현재는 지난 2011년 이후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큰 폭의 경기둔화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올해는 주요국이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2년물)는 통상 경기침체, 베어마켓 등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기 전 마이너스로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대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장기채권에 투자할 경우 미래 금리상승(인플레이션 연동)으로 인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만큼 프리미엄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제상황이고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라면 금리 스프레드는 점차 확대되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향후 경제 전망이 부정적이라면 금리 스프레드는 축소된다.

현재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는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마이너스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증시가 베어마켓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현재의 상황을 향후 글로벌 증시가 재차 상승하기 위한 ‘조정국면’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어마켓’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글로벌 증시는 상승과 하락이라는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 축소...신흥국 위기 암시하나

글로벌 증시가 고점대비 15% 이상 하락한 국면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신흥국 주가가 같은 기간 26.6% 내렸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주요 신흥국(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한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체코, 폴란드, 헝가리)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비율은 평균 48%에서 59%로 증가했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이에 반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기업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오히려 감소했다.이 기간 동안 중국은 99%에서 163%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이어 터키, 브라질,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스탠더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의 차입급증 영향으로 홍콩이 136%에서 22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지난 2015년 기준 S&P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전 세계 기업들의 디폴트 건수와 신용등급 하향조정 비율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라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총 디폴트 건수는 112건으로 미국이 66개사, 신흥국 25개사, 유럽 16개사 등이며 신용등급 하향조정 비율은 16.7%로 상향조정비율인 9.1%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미국 기업의 하향편의가 증가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기업들의 부실이 주도했으나 신흥국은 상승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이 특징이다.

▲ 출처:국제금융센터

이 기간 동안 선진·신흥국 비금융기업들은 국제채권 발행을 통해 레버리지를 확대했지만 선진국은 56% 증가했으며 신흥국은 215% 급증하며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전체로 보면 선진국은 국제채권의 발행이 축소됐으나 신흥국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서 다시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를 보면 지난 2013년 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완화축소(테이퍼링)를 시작했던 시기부터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국제채권 발행이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채 장단기 스프레드가 하락하는 것은 선진국에 대한 우려보다는 신흥국 경기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신흥국 경기둔화가 결국 글로벌 위기로 확대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문제는 늘 그렇듯 언제, 어떻게 위기가 발생하는지 여부다. 단순 ‘위기가 올 것이다’라는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이슈는 최근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두고 위안화 가치 하락에 배팅을 했다는 것이다. 조지 소로스가 시장에서 취하는 투자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전환점’ 포착이다. 글로벌 증시가 조정이냐 아니면 하락세를 그리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그는 ‘베어마켓’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