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투기저 오토매틱을 살펴보는 송향란 부티크 매니저. 사진/ 노연주 기자

몇십, 몇백만 원대부터 억 소리 나는 시계까지 실로 다양한 가격대의 시계가 존재한다. 이 말은 시계를 살 때 그만큼 고민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고 끝에 가격대를 정하고 부티크를 찾아도 또 다른 난관에 처하기 십상이다. 시계의 다양한 기능에 다시 한 번 발목을 잡히고 마는 것. 다이얼 위에 놓인 온갖 기능을 보다 보면 머릿속이 마치 시계 속 부품처럼 복잡해진다. 가격과 기능 외에도 소재, 사이즈, 컬러 등 시계를 사기까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이럴 때 솔로몬의 지혜나 판관 포청천 같은 명쾌한 답을 내려 줄 조언자를 만난다면 그만한 행운도 없을 것이다. 이에 <이코노믹 리뷰>에서는 좋은 시계와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시계 브랜드 부티크 매니저들 중 발군의 실력과 커리어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국내 최고의 조언가들을 소개해 독자들의 요청에 ‘응답’하기로 했다.

IWC 신세계백화점 영등포 부티크의 송향란 매니저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조언자이다. 그는 과거 경력 10년차의 잘 나가는 항공사 여승무원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의식이 생겼고, 큰 망설임 없이 승무원 직을 정리했다. 이후 루이 비통과 디올을 거쳐 IWC에 입사했고, 현재는 영등포 부티크 매니저를 맡아 내방객들에게 좋은 시계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코노믹 리뷰: 대한민국을 통틀어 몇 명 안 되는 직업일 거예요. 시계 브랜드 매니저란 직업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송향란: 10년 정도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브랜드를 접하게 됐어요. 시계 브랜드 역시 그렇게 알게 됐고요. 그러던 중 승무원이란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던 찰나에 럭셔리 브랜드와 인연이 닿아 일을 시작하게 됐죠. 이후 루이 비통과 디올을 거쳐 IWC에 입사했고 현재는 영등포 부티크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IWC 부티크 매니저인 만큼, 주변에서 좋은 시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주로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그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시계 조언을 구하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시계에 대해 알고 묻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뉘는데 만약 알고 있는 경우는 가벼운 조언을 하면 그만이지만 모르고 있는 경우에는 상황이 좀 달라요.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IWC의 대표적인 컬렉션인 포르투기저와 파일럿 라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특히 파일럿 컬렉션은 500만 원대부터 가격이 시작돼 입문용으로 제격이죠. 또 조언을 구하는 대부분이 남자기 때문에 파일럿 컬렉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에요. 클래식한 시계에 대해 묻는 다면 고민 없이 포르투기저 컬렉션을 추천합니다. 컬렉션 안에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문페이즈 등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을 만날 수 있어 인기가 높아요.

부티크 베스트셀러로 포르토피노 오토매틱을 꼽았는데 잘 팔리는 비결이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추천 시계로 뽑은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포르토피노 컬렉션은 점잖고 심플한 취향의 고객들이 많이 찾는 시계에요. 게다가 케이스가 37mm인 여성 라인업까지 있어 커플 시계 또는 예물 시계로도 찾는 이가 많아 부티크 내에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죠. 특히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중 레드골드 컬러의 케이스와 엘리게이터 스트랩이 장착된 시계가 인기가 높아요. 여기에 한 가지 시계를 추천하자면 포르투기저 컬렉션의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 모델이에요. 이 모델은 포르토피노 오토매틱과는 달리 활동적인 느낌이 강해 30~40대 분들에게 잘 어울릴 만한 시계에요.

 

 
▲ IWC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부티크 전경. 사진 제공/ IWC

 

고가의 시계인 만큼 관리법도 잘 알아둬야 할 것 같아요. 특급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수많은 부품으로 이뤄진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있어 자기장에 민감한 편이에요. 노트북 또는 전자 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시계를 풀러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죠. 게다가 격한 운동을 하게 되면 무브먼트에 무리가 갈 염려가 있어요. 골프나 테니스 등 손목을 사용하는 운동을 할 때에는 시계를 꼭 풀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보관할 때는 꼭 와인더를 사용하길 당부합니다.

얼마 전 제네바에서 열린 SIHH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죠. IWC의 경우 ‘파일럿의 해’를 선포했을 만큼 많고 다양한 파일럿 워치를 선보였습니다.

IWC 파일럿 워치의 분명한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사이즈인 것 같아요. 특히 여성들도 부담 없이 찰 수 있는 36mm 크기의 파일럿 워치는 매니저인 저도 기대 만발이에요. 다양한 사이즈 가운데 42~43mm 정도의 시계들이 인기가 높아요. 아무래도 부담이 조금 덜 하고 파일럿 워치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서 그럴 거예요.

영등포 부티크가 다른 부티크와 차별화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부티크를 찾는 내방객들의 성향도 궁금하네요.

서울·경기권에 7개의 부티크가 있어요. 이 가운데 영등포 부티크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아담하고 편안한 느낌이 주를 이루고 있죠. 과거 공간이 큰 부티크에서 일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멋이 있는 부티크 같아요. 그리고 고객들과 시계들이 한 시야에 들어와 안정감이 있는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이 부분은 부티크를 찾는 고객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과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해요. 영등포 부티크를 찾는 고객들은 대부분 신중한 구매를 하세요. 부티크를 두 번 세 번 방문해 꼼꼼히 상담을 받고 시계를 선택하시죠. 그렇다보니 고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정보 역시 많이 전달되는 편이에요. 실제로 고객들이 지인을 소개하거나 재구매 하는 등 남다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영등포 부티크의 매력인 것 같아요.

*이번 주말 <이코노믹 리뷰>가 직접 보고 듣고 물어서 확인한 최고의 조언가를 찾는다면 좋은 시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첩경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