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토렌트(BitTorrent, 이하 토렌트)를 이용한 불법저작물 공유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17.9%가 토렌트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토렌트를 이용한 정보의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토렌트는 빠른 속도로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술이지만, 현실적으로 토렌트를 이용해 공유되는 파일 중 대다수가 영화, 음란물, TV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등 불법저작물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문화 산업 발전 저해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방송사, 영화사 등 콘텐츠 제작 업체들은 토렌트로 인한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토렌트의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이다. 필자는 과거 국내 한 방송사에게 토렌트 이용자별 저작권 침해 성립 여부에 관한 법률 자문 의견을 제공한 적이 있는데, 이하에서는 그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토렌트의 동작 방식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먼저 토렌트의 동작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토렌트는 이른바 ‘시드 파일(Seed File)’이라 불리는 ‘.torrent’ 확장자의 파일을 통해 저작물 파일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드 파일에는 저작물 파일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필요한 저작물 파일의 이름, 크기, 파일 조각의 정보 등으로 구성된 ‘메타 정보(Metadata)’가 포함되어 있어 파일 공유를 가능하도록 한다.

저작물 파일을 공유하고자 하는 토렌트 이용자는 해당 저작물 파일에 대한 시드 파일을 만들어 시드 파일을 서로 공유하는 ‘토렌트 사이트’ 등 인터넷상에 업로드하고, 해당 저작물 파일을 다운로드하고자 하는 토렌트 이용자는 인터넷상에서 해당 시드 파일을 다운로드한 후 토렌트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일반적으로 utorrent가 많이 이용된다)을 통해 시드 파일을 실행함으로써 저작물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시드 파일의 법적 성격

토렌트에 관한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기에 앞서 먼저 시드 파일의 법적 성격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시드 파일은 저작물의 위치 정보나 경로 등 저작권 공유를 위해 필요한 메타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 저작물의 내용 자체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즉 시드 파일은 저작물의 위치를 가리키는 인터넷상의 ‘링크’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 링크를 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복제, 전송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결이므로, 시드 파일만을 인터넷상에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토렌트 이용자들의 저작권법상 책임

토렌트 이용에 따른 저작권 침해는 이용자의 행위 태양에 따라 ① 저작물 파일의 업로더, ② 저작물 파일의 다운로더 및 ③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토렌트를 이용해 저작물을 업로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토렌트를 이용해 불법저작물을 다른 토렌트 이용자에게 송신하는 행위가 저작권법상 전송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불법저작물 파일에 대한 시드 파일을 토렌트 사이트에 업로드했을 뿐, 실제 저작물 파일에 대한 송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을까? 저작권법 제2조 제10호는 “저작물 등을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도 ‘전송’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으므로, 시드 파일을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업로드한 행위도 저작권자의 전송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법원은 이용자들이 영화 파일을 웹스토리지에 업로드한 다음 공중의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설정해 놓은 행위가 저작권자의 전송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8. 5.자 2008카합968 결정).

다음으로 토렌트를 이용해 저작물을 다운로드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토렌트 이용자가 토렌트 사이트에서 시드 파일만을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시드 파일을 실행해 대상 저작물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에 해당한다. 일부 언론 등에서 저작물을 업로드하는 행위만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고 저작물을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저작권법 제30조에 따른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로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있는데, 불법저작물 복제에 대해서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다(같은 판례). 또한 토렌트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은 파일 조각 중 일부를 다운로드하는 즉시 해당 파일을 전송하도록 설정되어 있으므로 전송권 침해 역시 성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드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는 토렌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가 시드 파일을 자신의 서버에 복제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가 이른바 ‘헤비 업로더(Heavy Uploader)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불법저작물을 공유했다는 사정이 없는 한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가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에게 어떠한 법적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토렌트에 의한 저작권 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위를 생각해 보면 수백만 개의 시드 파일을 보관하고 있는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의 역할이 지대하다. 토렌트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저작물을 찾기 위해 토렌트 사이트를 방문하고,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는 자신의 사이트에 배너 광고 등을 게재함으로써 막대한 광고 수익을 얻는다. 특히 저작권자들은 수백, 수천만명에 이르는 다운로더 모두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드 파일의 유통 경로인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통해 불법저작물 유통을 방지하고자 하기 때문에,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저작권 방조 침해의 성립 여부가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된다.

과거 대표적인 p2p 음원 공유 시스템이었던 ‘소리바다’의 경우 소리바다 서비스 운영자가 직접 p2p 파일 공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무료로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서버를 설치·운영하면서 프로그램 이용자들의 접속 정보를 서버에 보관해 다른 이용자에게 제공했으며, 파일 공유 시스템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불법저작물의 유통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저작권 침해 방조에 관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07. 10. 10.자 2006라1245 결정,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5도87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토렌트 방식에서 토렌트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자는 단순히 동일한 시드 파일을 실행하는 이용자군(이른바 스웜(Swarm)이라고 불린다) 사이의 파일 전송만을 담당하고, 대부분의 시드 파일 공유는 별도의 토렌트 사이트에서 이루어진다. 즉 토렌트 방식에서는 소리바다와 달리 토렌트 프로그램 및 시스템 운영 주체와 불법저작물 검색 및 공유 주체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의 소리바다 관련 판결의 내용만을 기초로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에게 저작권 침해 방조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에 대해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대법원은 불법저작물(일본 만화 등)에 대한 링크를 포함하고 있는 배너 광고를 자신의 사이트에 게재함으로써 광고 수익을 얻은 피고인의 행위가 저작권 침해의 방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 (물론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이 판결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시드 파일 역시 ‘링크’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토렌트 사이트 운영자에게 저작권 침해의 방조 책임을 쉽게 인정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