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도 올랐지만 매물 자체가 없다. 간혹 매물이 나오는 전세 물건은 하루가 채 안 지나서 속속 계약되는 실정이다.”(서울 은평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전세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기 위한 세입자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것.

전세금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봄 이사철부터다. 이후 7년여 째 한 달도 채 거르지 않고 전세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매매 가격은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전셋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전세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매매가 상승률보다 전셋값 상승률이 더 컸다는 의미다.

여기에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준전세(반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절반을 넘어섰다. 기존에 전세로 집을 임대하던 집주인이 이를 월세로 돌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세 매물품귀 현상까지 심화되면서 전셋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서울을 떠난 이른바 ‘전세난민’들이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경기권 전세 물건마저 씨가 마른 상황이다.

이미 수도권의 전세난이 한계상황에 직면했지만 전세난은 올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아파트 입주 물량도 대폭 줄어, 공급은 부족한데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전세수요는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는 최근 서민·중산층의 주거 안정 및 주거비 절감을 위한 ‘2016년 주택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해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공급을 확대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 물량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뉴스테이든 행복주택이든 모두 월 주거비 지출이 기본이 되는 월세주택들뿐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전세난 해소 방안 해결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젖(전세난) 달라고 우는데 엄마는 출장 뷔페(월세대책)를 부르는 모양새다.

전세난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정부도, 주택업계도 아닌 사시사철 살 집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이다. 정부가 장기적인 밑그림 없이 매번 ‘당달봉사’격 대책만을 쏟아낸다면 그에 따른 고통을 여과 없이 피부로 절감해야 쪽은 다름 아닌 ‘돈 없고, 힘 없는’ 세입자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부처마다 연초에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는 새해 업무 보고가 ‘요식적’이라는 지탄을 받지 않으려면 ‘탁상 위의 죽은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는 시장과 실수요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렴해야 한다. 2월이 다 가기 전에 전세난민 구제를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전세대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