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해외여행객 증가와 저유가 호재 속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달러로 인한 부담과 더불어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심화가 호재를 상쇄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존 사업에 대한 체질개선과 더불어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최대 항공교통량에도 주가 ‘부진’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역대 최대 항공교통량과 저유가 등 호재에도 지속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선 여객은 2798만여명, 국제선 여객은 6143만여명으로 전년대비 각각 13.5%, 8.2% 증가했다. 항공여객은 지난 2012년 6930만명에서 2013년 7334만명, 2014년 8143만명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유가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11월3일 배럴당 47.02달러에서 올해 1월27일 기준 26.70달러로 내렸다. 같은기간 브랜트유는 50.54달러에서 33.10달러, WTI는 47.90달러에서 32.30달러로 떨어졌다.

항공업계에서는 국제유가 평균이 1달러 떨어질 때마다 대한항공은 연간 32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40억원의 유류비 절감 효과를 얻는다고 본다.

이러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주가는 계속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 항공주가 추이(단위 : 원)

지난해 10월28일 3만2400원이던 대한항공 주가는 12월28일 2만8050원으로 떨어진 뒤, 올해 1월27일 기준 2만4250원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기간 아시아나 항공 주가는 5160원에서 4550원으로 떨어진 뒤 4505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강달러와 더불어 저비용항공사(LCC)의 약진으로 인한 악재가 호재를 상쇄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비용항공사의 여객수송 분담률은 국제선의 경우 2014년 11.5%에서 2015년 14.6%로, 국내선은 50.7%에서 54.7%로 높아졌다. 저비용항공사의 여객수송 증가는 결국 대형사들의 승객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 저비용항공사 여객수송 분담률(출처=국토교통부)

특히 저비용항공사의 급속한 성장으로 대형사들의 조종사 유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빠르게 승진할 수 있는데다 고액연봉을 제의해 대형사들의 조종사들이 저비용항공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최근 사측에 37%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측은 1.9% 인상을 주장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항공기 지연과 결항으로 인한 추가 피해 우려도 발생할 수 있다.

환차손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4일 기준 1161원에서 올해 1월27일 기준 1203원으로 1개월 사이 100원 가까이 올랐다.

해외서 항공기를 임대해 사용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강달러는 결국 환손실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약세 흐름은 항공사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연평균 원/달러환율 10원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2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4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올해 기말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8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7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계상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올랐기 때문에 단순히 산술적 계산을 적용해도 대한항공은 8000억원, 아시아나는 1700억원의 손실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 금리동결 변수…장기 전략 지속 추진

다만 강달러에 대한 부담이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역시 강달러로 인한 수출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환율이 다소 안정화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27일(현지시각) 올해 처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0.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국 불안’이라는 경기 하방 요인에 더 민감한 상태”라며 “미국 시중금리가 자국 경기보다는 대외 불확실성 등락에 따라 하락 추세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미국 금리는 보합권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강달러에 따른 수출 둔화, 저유가에 따른 투자둔화를 걱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매우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며 “달러강세를 억제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도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통한 체질개선과 항공우주분야에 진출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 항공사들의 장기전략의 성공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최근 항공우주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은 지난해 3분기에 누적 영업이익 1258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항공기 부품 사업은 항공우주사업 부문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방산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대한항공은 군사용 무인헬기, 자폭형 드론, 틸트로더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에어버스사와 협력해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에 지원하기도 했다.

아시아나는 저비용항공사 추가설립을 통한 정비에 나선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는 국토부로부터 설립을 추진 중인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의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했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의 저비용항공사 ‘에어부산’과 함께 중‧단거리 노선을 분담하게 된다. 저비용항공사 추가설립과 노선분담을 통해 아시아나는 장거리 및 프리미엄노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항공사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들이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과 대외환경 악재로 인해 구조적으로 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체질개선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