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카카오 게임을 구하기 위해 남궁훈 CGO(Chief Game Officer, 게임 총괄 부사장)가 승부수를 던졌다. 고정수수료 21%까지 버리며 게임사 지원하기에 올인하는 한편, 카카오의 전사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탈카카오 러시를 막아내고 반전 드라마를 쓰겠다고 천명했다. 현재 카카오 게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가 감소한 513억 원에 그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해 초부터 넷마블의 레이븐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대항마의 등장으로 휘청이고 있다.

▲ 출처=카카오

 ‘카카오 게임 일병 구하기’

카카오는 28일 서울 광화문 나인트리 컨벤션 그랜드볼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6년 카카오 게임 사업 방향 및 전략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 나선 남궁훈 CGO는 카카오와 자신의 만남부터 차분하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임지훈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들과 워크숍을 통해 많은 의견을 나눴으며, 자신이 카카오에 합류하게 될 줄 모르고 다양한 솔루션을 공격적으로 제안했다고 술회했다. 이후 워크숍 말미 임지훈 대표가 카카오 게임하기 부활 솔루션의 실제적인 실행을 자신에게 제안했고, 이를 자신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남 CGO가 밝힌 카카오 게임 일병 구하기의 큰 틀은 광고플랫폼을 중심으로 유료정액모델, 무료광고모델, 유료전환모델, 무료전환모델을 위치시켜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방식이다. 가장 큰 변화는 게임사들에게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다변화된 플랫폼 수수료 체계를 제공하겠다는 대목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카카오게임 AD+(애드플러스)’다.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형태로 개발한 광고 플랫폼을 게임사에 제공하고, 이를 자사 게임에 설치한 파트너 게임사와는 광고 수익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단일화된 수수료율이 아닌 차등화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지점이다. 월 게임 유료화 모델 매출액을 기준으로 3천만 원 이하는 수수료가 없지만, 3천만 원과 1억 원 이하는 14%, 1억 원 초과시 21%의 수수료를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미묘한 의문부호가 갈린다. 21%의 단일 수수료 부과는 사라졌지만 바뀐 수수료율을 적용받기 위해선 카카오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의 SDK를 사용하는 파트너사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 매출 1억 원을 넘기는 게임사는 수수료가 종전과 같은 21%다. 당장 대형 게임사 입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남 CGO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엔진과 협력해 모바일게임 퍼블리싱 사업에도 적극 나선다는 뜻도 천명했다. 카카오게임 퍼블리싱 모델을 적용해 플랫폼 입점 수수료없이 퍼블리싱 비용만 부과할 방침이다. 남 CGO는 게임사의 발전을 위해 고안한 대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플랫폼 역할에 충실하던 카카오가 경쟁 퍼블리셔를 견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추후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남 CGO는 카카오 플랫폼만의 강점을 살려 게임에 특화된 모바일 마케팅 지원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활밀착형 서비스인 카카오톡의 전사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강력한 영향력을 꾀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자사 서비스 내 게임 전용 광고 확대를 비롯해 카카오톡 게임탭 신설, 인게임(In-Game)광고 플랫폼 제공 등 모든 채널을 마케팅 창구로 삼겠다고 밝혔다. 남 CGO는 “아직 논의하는 단계지만 카카오 게임하기의 쿠폰을 카카오택시에 적용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카오 게임하기 펀드도 조성해 생태계 육성에 나선다는 뜻도 밝혔다.

▲ 출처=최진홍 기자

카카오 게임의 전략, 철저한 ‘지원’

남 CGO가 밝힌 카카오 게임 육성은 예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게임사 지원에 방점이 찍혔다.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고 펀드까지 조성하며 퍼블리싱에 나서는 한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삼는 카카오 모바일의 전략적 집중을 게임에 쏟아붓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던 지나친 게임사 집중, 소홀한 유저관리 논란을 더욱 집중된 게임사 전략으로 넘어 서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는 카카오 게임의 부흥을 넘어, 자연스럽게 카카오의 로엔 인수와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바로 음원 콘텐츠를 바탕으로 카카오톡 생태계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지점과, 역으로 카카오 생태계로 음원 콘텐츠의 강점을 피력하는 방식이다. 음원 대신 게임이라는 매력적이고 중독성있는 콘텐츠로 단어를 바꿔도 비슷한 전략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해외 유저들을 위한 폭 넓은 기술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지원을 바탕으로 ‘for 카카오’에서 ‘with 카카오’에 준하는 동맹군을 얻을 것인가. 이를 바탕으로 실제적인 성장동력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인가. 더 나아가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게 펼쳐져 생태계의 외연성도 넓힐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남 CGO는 “이번 정책으로 파트너들이 성공하는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공존해 이용자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카카오게임의 새로운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파트너와 이용자가 만족하는 정책으로 모바일게임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