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세종시 운주산성요양병원 원장.

어느 이 빠진 동그라미가 자신의 짝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우연히 찾은 이를 자신의 진정한 짝인 줄 알고 끼워 보니 너무 작아 덜컹거리며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떼어 버리고 다른 짝을 찾아 나섰는데 이번에는 너무 컸다. 역시 잘 굴러가지 않아 또 떼어 버리고는 천신만고 끝에 찾은 이는 너무 잘 맞아 정말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잘 맞아 잘 굴러가니 세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가버렸다. 익히 알려진 우화의 내용이다.

자신에게 맞는 짝 또는 파트너를 구하기란 정말로 힘들다. 흔히 말하는 ‘궁합(宮合)’이 잘 맞아야 한다. 하지만 궁합이라는 것은 옛날에 혼처가 마음에 안 들어 거절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도 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어느 정도는 부모님 중 한 사람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여 태어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성격과 정서를 갖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을 ‘오행(五行)’에 맞추어 상호 간에 상승효과가 있는가, 아니면 견제를 하며 서로 억제하는가를 따져 보는 것이 궁합이다. 그런데 어찌 천태만상의 인간의 성정을 딱 5가지로 규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한자의 글꼴 그대로 ‘사람 인(人)’자가 서로 의지해서 살아가는 것이고 떠받쳐 줘야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더욱이 부부의 인연으로 만나면 순간의 선택이 반평생을 좌우하니 사랑에도 한계가 있고, 상대방 집안의 전혀 다른 배경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이혼으로 결말이 나기도 한다.

어느 손녀가 할아버지 집에 놀러 갔다가 할머니에게 “할머니, 다시 태어나시면 할아버지하고 다시 결혼하실 거예요?” 물었더니, 서슴없이 “그래”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 할아버지의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드세요?” 재차 캐물으니 “세상에 별 남자 있는 줄 아니, 남자란 다 똑같아…” 라고 말씀하시더란다.

사람마다 다른 개성과 배경은 마치 지구가 23.5도 기울어 자전(自轉)하고, 동시에 태양 주위를 공전(公轉) 하듯이 인간의 마음도 약간씩 다 다르게 개성을 유지하며 공동의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을 하거나 가정생활을 하거나 심지어는 2인조 경기를 하는 데도 자신에 꼭 맞는 파트너가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성격이 급한 사람과 느긋한 사람이 있다. 급한 성격의 사람은 느긋한 사람과 같이 일을 할 수 없다고는 하나 실제로 똑같이 급한 사람이 파트너를 이루어 임무를 수행하거나, 부부로 살다보면 너무도 많은 실수와 경솔함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소극적이고 느긋한 사람이 조합을 이루면 이 또한 게으른 탓에 성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음인인 태음(太陰)인이나 소음(少陰)인이 만나 결혼하면 둘은 너무 잘 맞아 알콩달콩 잘 산다. “여보 달이 너무 예쁘지?”하면 “응”, “여보 꽁보리밥도 맛나지?” 하면 “응”,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뭐든 양보하고 욕심이 없어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낄 줄 알고 공감대가 많아 늘 현실에 만족하며 살 수 있다. 문제는 20년 전에 20평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지금도 20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것은 좋은데 발전이 너무 없다는 것이 흠이다.

반면에 양인인 소양(少陽)인이나 태양(太陽)인끼리 부부로 살면 오지랖이 넓어서 안팎으로 남 퍼주느라 정신이 없다. 음식점에라도 가면 제일 먼저 지갑을 꺼내 계산하고 기분이 내키면 즉흥적으로 앞뒤 생각 없이 지갑을 여는 바람에, 겉으로는 금수저로 태어난 갑부집 자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집에 가보면 월세나 대부이자도 못 갚는 깡통가계를 운영하는 허세 때문에 실속이 없다. 이처럼 같은 체질의 인연으로 부부가 되거나, 직장의 파트너로 복식조로 만나면 성과가 좋지 않다.

그래서 서로 다른 체질의 파트너를 만나 보완하면서 살거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처음 만나면 다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티격태격 ‘기 싸움’은 있게 마련이지만 적당히 타협하고 상대를 인정할 줄만 안다면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 볼 수 있다.

양인(陽人)들이 너무 의욕에 넘쳐 일을 과도하게 벌려 수습을 하지 못할 때, 음인(陰人)이 이를 보완하고 실속 있는 일만 하도록 자제를 시키면 성과가 있다. 음인들이 너무 안주하려고 할 때, 양인들이 자극을 주며 독려하는 것이 발전의 모티브가 될 수 있어 음과 양의 조화가 가장 안정된 파트너십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