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희 커리어디자이너협회 회장.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오포세대’를 넘어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을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 ‘칠포세대’로 통하는 요즘, 과거 일본에서 넘어온 ‘사축동화’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사축동화의 사축(社畜)이란 직장인이 회사에 길들여진 가축(家畜)이란 의미이다. 박봉, 장시간 노동, 구조조정, 경직된 조직 문화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양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현대 직장인들을 ‘사축’에 빗댄 것이다.

사축동화는 <신데렐라>,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등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서양 동화를 비꼬아 현대 직장인의 현실을 풍자화하고 있다. 계약직인 인어공주가 정직원이 되기 위해 사장에게 목소리를 대가로 내놓고 회사의 노예가 되어 사라져가는 이야기, 성냥팔이 소녀가 몸을 녹이기 위해 성냥을 피웠더니 회사 상품을 허락 없이 사용한 죄로 경찰에 붙잡혀가는 이야기 등이 있다. 불안한 지위에 시달리던 직장인들은 이에 격하게 공감하며 새롭게 변주한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다.

필자도 13여년 동안 직장에 다녔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직장(인)에 대한 정의 중 하나는 이렇다. ‘들어가기 전에는 못 들어가서 안달이고, 들어가면 못 나와서 안달이다.’

아마도 이런 직장인의 정의는 냉소적이지만 시니컬한 진실이다. 한 번 회사를 그만두면 재취업은 더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직장인은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당장 오늘 떠나야 할 수도 있고, 몇 년 뒤 또는 몇십 년 뒤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회사가 아닌 이상 결국은 떠나야 한다. 시간의 차이일 뿐 결국 떠나야 한다면 지금부터 떠날 준비를 하자. 늦으면 늦을수록 손해 보는 것이 직장인이다.

▲ 사축(社畜)동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 사진=황선희 제공

은퇴 뒤 1인 지식기업 창업을 다룬 지난 칼럼이 나간 뒤 필자를 찾아온 온라인 게임 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40대 직장인의 사례를 한 번 보자.

경제학을 전공한 의뢰인은 졸업 뒤 4곳의 꽤 유명한 회사들의 이직과 전직을 경험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회사도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는 규모가 꽤 큰 중견기업이고, 자신도 회사의 대우와 복지에 만족하고 있었다.

주요 이력을 살펴보니, 인사·기획 분야에서 이력을 쌓아왔으며 현실적으로 재취업이 힘든 상황에도 어렵지 않게 재취업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하고 있는 일에 만족스러워 하지 않으며, 언제 사표를 또 낼지 내적으로 자신도 불안해했다.

필자는 의뢰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퍼스널 브랜드 과정의 질문을 통해 상담을 이어갔다. 간단한 성격유형 검사도 실시해 보았다. 의뢰인은 예술형으로 진취적 성향의 소유자로 대중 앞에서 강의를 하고 싶은 꿈이 있었다. 장남으로서 안정적 직장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부모님과 가족의 요구에 순응했지만, 사측동화의 주인공이 되기 싫어서 사표를 습관적으로 내는 형으로 파악되었다.

먼저 의뢰인과 3년 뒤 1인 지식기업가 및 전문 강사가 되는 목표를 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커리어 관리(Career Management)’를 진행하기로 했다. 회사를 나온다는 것은 울타리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울타리 밖의 추위에 견디기 위해 최소 3년은 철저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며, 현재 직장에 충실해야 하는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사고의 전환이 가장 필요했다. 회사 내 현재 업무인 인사, 기획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인사, 노무와 관련된 전문가 과정 수강과 자격증 취득, 사내강사 등을 적극 수행하며 우선은 회사 내의 입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회사 밖이라는 험난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필수 조건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에 꾸준히 쌓인 자신만의 경험이 더해져야 한다. 현재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과 동시에, 새로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꾸준한 자기탐색의 과정과 시대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과정을 병행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남들이 자신을 찾고 알아볼 수 있도록 차별화된 퍼스널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의뢰인에게 책이나 영화, 방송, 온라인 게임, IT 분야 등의 리뷰 형식으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마케팅에 접근했다.

‘잘 키운 커뮤니티 하나, 열 프랜차이즈 카페 안 부럽다’는 말이 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는 초연결시대(Hyper Connection)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며, 1인 지식기업가, 창직자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가장 효율적이면서 강력한 홍보 수단으로 ‘나’라는 사람을 퍼스널 브랜드로 세상에 각인시켜주는 가장 충실한 도구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주어진 일을 하는 수동적인 노동자이지만, 커리어(Career)를 관리하며 일하는 사람은 전문가이다. 스스로를 회사의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전문가로서 회사와 계약한 1인 기업가라고 생각해 보라. 1인 기업가의 사고로 일을 하게 되면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구축할 수 있다. 나이 든 미생들 두려워할 이유가 적어진다. 나중에 1인 기업가로 독립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것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직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