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유통사들이 해외진출을 하며 국내제품의 수출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중국 텐진에 진출한 롯데백화점의 정관장 매장.


롯데백화점과 GS 홈쇼핑 등 국내 대형 유통사들이 중국이나 인도 등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며 국내 브랜드를 수출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를 확보하며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 대·중기 동반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 테스코 매장의 차(茶) 제품 코너. 진짜 한국 상품 이란 뜻의 ‘한국진구(韓國進口)’란 문구와 함께 태극 문양 라벨이 새겨진 유자차, 대추차들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진짜 한국 상품’의 주인공은 중소기업체인 꽃샘종합식품.

대기업조차 뚫기 어려운 중국시장을 어떻게 중소기업이 그것도 차의 본지인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 이 기업의 이형호 전무는 “홈플러스를 통해 해외 판로를 개척했다”며 그 공을 국내 유통사인 홈플러스에 돌렸다.

홈플러스의 PB상품으로 지정되며 국내에서 괄목할 성장을 보인 꽃샘종합식품이 홈플러스를 통해 해외 진출의 기회를 마련한 것.

1992년 창립해 꿀과 차류로 연간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던 소기업인 꽃샘종합식품은 1997년 대구 홈플러스 1호점에 납품 후 반응이 좋자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인 PB꿀을 만드는 생산업체로 낙점이 되어 매출 성장에 큰 바탕을 마련했다.

2001년 ‘홈플러스 프리미엄 아카시아’를 출시하며 홈플러스와 함께 급성장했고, 홈플러스와 거래하기 이전 20억원 정도에 그쳤던 연 매출은 2003년에 100억원 돌파, 2010년에는 220억 매출을 올렸다.

외국 바이어들이 홈플러스에서 꽃샘종합식품의 꿀제품을 샘플로 사간 후, 꽃샘종합식품에 납품거래를 제안, 현재는 일본, 홍콩, 대만은 물론 미주로까지 수출하는 업체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中企 브랜드 글로벌화 특급 도우미

대형 유통사들이 해외로 진출하며 국내 유명브랜드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유통사의 해외 진출을 통해 해외 판로를 확보한 현상은 대·중소기업의 상생이란 면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유통채널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중소기업 제품을 알아보면 먼저 홈쇼핑 상품으로 유명해진 해피콜 후라이팬을 예로 들 수 있다. 해피콜 후라이팬은 GS숍을 통해 인도에 진출한 경우다.

GS숍은 지난해 9월 인도의 홈쇼핑 채널인 ‘홈숍18’(HomeShop18)을 통해 해피콜 제품을 선보여 현지인들의 호평을 받았다. ‘해피콜 후라이팬’은 지난해 9월 30일부터 30분씩 총 6차례 방송에 1차 수출 물량인 1000세트를 모두 판매했다.

금액으로는 300만루피, 한화로는 8000만원 정도로 국내 홈쇼핑 매출에 비춰보면 미미한 금액이지만 아직 초창기에 불과한 인도 홈쇼핑 시장에서는 주방용품 평균 매출의 2배를 상회하는 의미 있는 실적이다.

㈜락앤락은 신세계 이마트 등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중국 판로를 더욱 확장한 케이스다. 지난 2004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락앤락은 중국 이마트를 통해 판로를 넓히며 판매율을 높였다. 2004년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락앤락은 판로가 다양하지 못해 고민하던 차, 중국 이마트에서 락앤락 상품 판매를 제안해 2004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그 후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이마트에서 매년 2배가량 판매율이 높아졌고 이에 고무된 락앤락은 2007년 상하이에 락앤락 전용 공장을 세우는 등 중국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이밖에도 전기장판으로 알려진 전자제품회사 보국전자가 홈플러스를 통해 국내 성장은 물론, 일본·미국·러시아·중국 등 해외 진출에 성공했으며 CJ오쇼핑을 통해 키친아트 직화 오븐이 인도 스타CJ 홈쇼핑 론칭 이후 2개월 간 2만세트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 유통망을 통해 판로를 개척한다 하더라도 해외시장 진출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결코 녹록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리는 기업 월마트. 연간 매출액이 150조원 정도인 삼성전자보다 3배 이상 큰 매출액을 자랑하는 월마트가 한국에서만큼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로 중국시장진출에 성공한 CJ오쇼핑의 PB 란제리 ‘피델리아’


철저한 현지화가 히트 상품 양산

그렇다면 한국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마트보다 규모 면에서 40배 이상 큰 월마트가 한국시장 경쟁에서 왜 이마트에 패했을까. 그것은 월마트가 한국시장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월마트는 자신들이 미국을 비롯한 많은 해외시장에서 사용하던 글로벌 전략을 아무런 수정 없이 재연했다. 즉, 1주일에 한 번, 혹은 1개월에 한두 번 할인매장을 방문해 대량으로 구매하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대량 판매 패턴을 기반으로 유통전략을 실행했다.

하지만 월마트의 생각과는 달리 한국시장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적어도 1주일에 2~3회, 많은 경우에는 5~6회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마트는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선 제품을 매일같이 새로운 상품으로 유통시키는 전략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 반해 월마트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을 간과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2004년 중국, 2009년 인도에 이어 2011년 일본과 베트남에까지 진출하며 ‘아시안 벨트’ 완성을 위한 9부 능선에 다다른 CJ오쇼핑의 해외 성공 사례를 분석해보면 철저한 현지화와 사전조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동방CJ에서 2008년 12월 방송 45분 만에 준비 수량 1500세트를 모두 매진시키며 중국 데뷔식을 치른 PB 란제리 ‘피델리아’는 데뷔 무대와는 달리 혹독한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쳤다. CJ오쇼핑은 2008년 6월 초부터 ‘FIS(Fidelia In Shanghai) TF’를 구성하고, 중국 여성들의 ‘속옷’에 대한 인식부터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한국의 20~40대 여성들은 디자인과 컬러를 중시하는 경향이 상당히 높은 반면, 중국 여성들은 실용주의가 강하고 언더웨어에 패션성을 가미한 상품 자체를 생소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FIS팀은 한국에서 당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디자인과 패턴 총 20종을 준비해 상하이 현지 중국 여성들 수십 명을 대상으로 품평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여성용 브라의 75A, 80B를 메인 사이즈로 구성하는 한국과는 달리 75B를 메인 상품으로 가장 많이 준비했으며, 여성스러운 플라워 모티브 장식도 한층 늘렸다.

방송 결과 예상대로 75B를 찾는 고객들이 30% 이상으로, 특정 사이즈에 15% 이상이 몰리지 않는 한국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동방CJ 언더웨어 담당 박성재 MD는 “한국에서 히트한 상품이라고 해서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면서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고객 분석 단계에서부터 현지 시장에 맞게 완전히 새로 시작했던 것이 피델리아가 성공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중국 텐진점에 진출한 롯데백화점 관계자 역시 “해외 진출 시 국내 문화적 특성을 해외에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텐진점 역시 한국에 비해 식품매장의 규모가 작다며 이는 외식문화가 발달하고 있는 중국의 음식문화를 반영한 것이라 얘기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가 높은 중국문화상 맞벌이는 기본이며 집안 일도 남성 몫인 경우가 많아 저녁에는 외식을 하는 경우가 잦아진 것. 이러한 문화적인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국내 정서를 그대로 적용시킨다면 낭패 보기 쉽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영국 테스코-KOTRA-홈플러스 3자 간 협력 MOU를 체결하고 국내 중소제조기업들의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수출상담회.


차별화 상품 수출지원 시스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사례를 보면 대형 유통사들이 제도적으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기회를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중국 이마트를 통한 중국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4월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고 중국 내 다른 할인점과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위해 ‘중국 수출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 수출 지원 시스템은 중국시장에 진출을 원하는 국내기업이 중국 진출 상담을 요청하면 중국 이마트 바이어가 중국 시장에 적합한 상품 여부를 판단한 뒤 한국 이마트가 해당 기업 상품을 매입해 중국 이마트에 수출하는 시스템이다. 즉, 한국 이마트가 수출업자가 되고 중국 이마트가 수입업자가 되는 형식이다.

이처럼 이마트가 중소기업 수출 지원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신세계 이마트 정오묵 중국본부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을 위한 각종 서류작업과 통관업무 미숙 등 중국에 유통망을 구축하지 못해 중국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기업에게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 이마트도 한국 상품을 통해 다른 중국 내 할인점과 상품 차별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KOTRA, 그룹사인 테스코와 함께 ‘영국 테스코-KOTRA-홈플러스 3자 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내 중소제조기업들의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세계 14개국에 진출해 있는 테스코그룹의 연간 매출은 홈플러스의 10배에 이른다”며 “100조원대 매출의 글로벌 3대 유통기업인 테스코그룹을 통해 국내 협력사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GS숍 역시 KOTRA, 인도 홈쇼핑 기업 ‘HomeShop18’(이하 HS18)과 국내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 지원을 위한 3자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GS숍 허태수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인도에서 독자적인 유통망을 갖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GS숍의 소싱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홈숍18에 소개함으로써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원영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