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과 저금리, 영업력 하락 등 보험사를 둘러싼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손해보험협회가 예산을 전년대비 6.8% 증액해 업계가 들썩이는 형국이다. 덩달아 생명보험협회와 보험개발원도 약 3% 가량 예산을 올려 업황을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을 양산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당국이 협회의 비합리적 보상체계를 문제 삼은 만큼 업계 안팎으로 곱지 않은 시선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올해 예산 총액은 321억원으로 전년대비 5.8% 증가한 액수가 책정됐다. 협회 자체 수익 69억원을 제외하면 손보사들은 총 252.8억원을 내야 한다. 이는 전년 235.6억원보다 6.8억원 오른 규모다.

손보협회 측은 해보 수지차 배분의 약 9억원을 여기서 감안하면 손보사 실분담금은 243.8억원이라고 언급했다.

생보협회는 당초 예산을 지난해 보다 5%가량 올린 287억원을 제출했지만, 과도한 예산을 문제 삼은 생보업계의 반발로 271억원으로 조정됐다. 전년대비 0.9% 감액한 규모다. 전체적으로는 예산이 소폭 줄었지만 특별계정, 일반계정으로 나눠서 보면 일반계정에서는 3.5% 인상시키고, 특별계정에서는 18.8% 감축했다. 결과적으로 생보사들은 전년보다 3.2% 오른 실분담금을 내는 구조다.

이처럼 보험협회의 예산이 오르는 이유는 매년 인상되는 고정인건비·사업비·일반 관리비·복리 후생비 때문이다. 손보협회는 약 3억원의 예산을 보험대리점협회에 지원해주는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하다.

게다가 업무 강도가 높은 협회 특성을 고려해 협회는 보험사에 상당한 인건비와 복리 후생비 책정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대형사는 협회의 업무 고충을 이해하고 예산을 올리는 것을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예산 분담금을 내고 있음에도 협회의 기능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형사는 협회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손보협회와 생보협회는 연차휴가 일수의 상한을 따로 정하지 않고, 보상금 산정 지급률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휴가 보상금을 늘려 복리 후생비와 인건비가 매년 인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

예컨대 별도 휴가제도 영향으로 손보협회에선 연차휴가를 쓴 직원 비중이 1.5%에 불과했고, 근속연수가 오래된 직원의 경우 미사용 휴가 보상금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받은 경우가 있었다. 임직원에게 최대 1억1000만원을 연 2%의 저리로 대출해 주기도 했다.

생보협회는 단체협약에 따라 개인연금에 가입한 임직원에게 월 12만∼18만원의 보조비 외에 차량보조비(월 18만∼38만원), 자기계발비(연 80만원), 휴대전화 보조비, 체력단련비, 월동비 등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임하는 협회장에 챙겨주는 전별금도 과도하다고 지적됐다. 예산의 편성과정과 집행내역이 임의적이고 몇몇 대형 보험사의 판단으로 결정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게 금융당국의 지적이다.

생보협회는 지난 2013년 '퇴직금지급규정'을 협회장 전결로 개정해 이듬해 퇴임한 김규복 전 생보협회장에게 전별금을 챙겼다. 그는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고 퇴직금의 3.5배수에 달하는 4억2200만원을 수령한 경우다. 손보협회는 문재우 전 회장과 2007~2010년 재임한 이상용 전 회장은 2~3억원의 전별금을 별도로 받아갔다.

국회의원도 금융 유관기관의 예산 과용을 문제 삼고 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금융협회 경영진의 과도한 연봉과 무리한 해외출장 비용 및 수억원대 육박하는 기관장 공로금이 과잉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금융협회 회원사의 회비의 원천은 금융소비자인 점을 볼 때 협회의 방만경영 방지 위해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위원회가 그 역할을 행사하지 않고, 협회를 비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보험협회 임원들의 퇴직금제도 개선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설립하라는 취지를 담은 경영유의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