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 첫 달도 벌써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의 급락, 국제유가의 끝 모를 추락 등 악재 속출로 글로벌경제가 휘청거리면서 ‘2016 대한민국 경제’도 흔들리며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와 정치권은 침체된 국내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서로 ‘네탓 타령’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올해는 4.13총선이 있는 해여서, 여야는 정치활동의 우선순위를 민생경제 챙기기보다 지역구 사수 또는 탈환의 생존게임에 치중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경제 활성화 관련 주요 정책이나 법안들은 ‘국회 처리’의 발목에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정쟁의 볼모’로 잡혀 있는 신세다.

경제 위기감을 고조되는데 해결 기미는 안 보이고, 사태가 이렇다 보니 결국 민간에서 위기 타개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국내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들이 ‘민생 구하기’ 범국민 서명운동에 옷소매를 걷어부친 것이다.

경제계의 ‘민생 구하기’ 서명의 핵심은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 달라는 요구이다.

이를 위해 대한상공회의소 등 38개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들은 지난 13일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 국민운동추진본부를 만들어, 국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경제단체들이 제시한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대표 법안으로는 서비스산업발전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이 손꼽힌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의료, 교육, 가스, 전기, 교통 등 서비스 산업의 규제 완화를 담은 법안으로 규제를 풀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실업 문제 등을 해소해보자는 취지이다. 일각에선 이 법이 ‘의료 민영화를 노린 꼼수’라며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경우, 인수합병(M&A) 등의 관련 절차와 규제 완화를 하나로 묶은 특별법으로 지주회사의 규제 유예기간을 현행 1~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 기업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쉽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샷법’으로 불리며, 정부에서 조속 처리를 정치권에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는 적용 대상에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의 제외 범위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경제법안의 적용 대상과 정책 효과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차일피일 시간 죽이기만 하다 보니 애간장이 닳은 경제계가 먼저 직접 돌파구 찾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13일 범국민 서명운동 돌입과 함께 국내 제일 기업 삼성그룹이 서명의 첫 테이프를 끊으며 재계의 동참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20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수요 사장단회의를 마친 뒤 일제히 서명을 했던 것.

또한 CJ그룹도 사옥에 서명부스를 설치해 임직원의 서명을 자발적으로 받고 있으며, LG그룹은 사내포털 게시판을 통해 자발적 서명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기아차, SK 등 주요 대기업들도 개별적 차원에서 서명 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기업뿐 아니라, 업종별 경제단체들도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에 동참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건설단체들로,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해외건설협회 17개 단체와 회원사들이 호응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역별 상공회의소를 통해 서명운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한상의 서명운동본부 사무국에 따르면 온라인서명운동 나흘만인 21일 오전 서명 참가자 수는 10만명을 돌파했다. 운동본부 사무국 관계자는 “21일 오전 11시 현재 온라인 서명자 수가 11만 3500명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명 참가자 중 광장시장 상인 한 분은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제발 경제상황이 나아져 시장이 붐볐으면 좋겠다. 서명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문의해 왔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 같은 서명운동 확산에 정치적 부담감을 느낀 야당은 21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의 쟁점 내용인 적용 범위나 대상에 제한을 두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고 법안처리 의사를 나타내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 처리에 기대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