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 해 동안 제약업계에서의 가장 큰 화두는 바이오산업, 그 중에서도 '바이오시밀러'였다. '바이오시밀러'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약효가 동등한 것으로 입증된 바이오의약품 복제 상품이다.

바이오시밀러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인데다,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을 시중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최근 4년간 연평균 8% 성장률을 보이며 2016년에는 전체 의약품 시장의 23%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바이오의약품 선두에 있던 항체의약품들의 특허가 단계적으로 만료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함께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된 것이 지난해 바이오시밀러가 ‘뜨거운 감자’였던 이유다.

판도 뒤바뀐 처방의약품 시장

기존에 의약품 업계를 주름잡았던 것은 화학합성의약품이다. 대표적으로는 아스피린이 있다. 근 몇 년간 고령화의 가속화로 의약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처방의약품 시장은 오히려 성장이 둔화됐다. 2014년 기준으로 글로벌 처방의약품 시장은 약 7500억 달러 규모로 2010년 이전에는 연간 9% 수준으로 성장한 반면, 그 이후로는 연평균 3% 수준으로 둔화됐다.

▲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글로벌 처방의약품 시장이 둔화된 것은 의약품 가격 하락 때문이다. 오리지널 화학합성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제네릭 의약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 그 배경이다.
제네릭의약품은 오리지널 화학합성의약품을 복제한 ‘복제약’이다. 화학합성의약품이 신약을 개발하게 될 경우 개발 및 임상실험에 길게는 십 수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제네릭은 이에 비해 개발비용이 훨씬 적게 들면서도 오리지널과 같은 효능을 가지기 때문에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가 있다.

제네릭이 출시되면서 가격이 낮아지면 오리지널의약품 역시 가격을 낮춰야만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며 제네릭 업체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 대표적인 예로 발기부전치료제인 시알리스를 들 수 있다. 시알리스는 지난해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상품이 쏟아졌다. 2003년 국내 출시 당시 한 알에 2만원이 넘었던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되자 지난해 60개 업체에서 157개의 복제약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업체는 한 알에 1300원까지도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정보가 쏟아져 나오면서 당시 각 업체들은 눈치싸움에 한창이었다.

게다가 의약품은 소비자들에게 한 번 각인이 되면 아무리 효능이 같은 제품이 나와도 여타 제품으로 바꾸기 어렵다. 따라서 제네릭 회사들은 오리지널과 같은 효능으로 경쟁을 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방법 밖에는 없는 셈이다. 그만큼 의약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도 업계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출시된 제네릭은 점차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2010년 기준 시장점유율이 18%에 불과했지만 2015년 4월에는 25%에 육박했으며 앞으로도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판도를 또 한 번 뒤집은 것이 바이오의약품이다. 바이오의약품은 화학합성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적고 특정 질환을 표적화 해서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부각받기 시작했다.

▲ 출처=이베스트투자증권

바이오의약품은 사람과 같은 생명체에서 원료를 추출해 제조한 것을 말한다. 성분에 따라 생물학적제제, 단백질의약품, 항체의약품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으로 구분된다. 바이오의약품은 화학합성의약품보다 까다로운 생물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하지만 화학합성의약품보다 효능이나 효과가 확실한데다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이다.

바이오의약품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분야는 항체의약품과 생물학적제제다. 항체의약품은 단백질 항원이나 암세포 표면의 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항체 성분 의약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정질환을 타겟으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암이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생물학적제제는 백신이나 혈액분획제제 등을 말한다.

바이오의약품 성장에 힘입은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은게 바이오시밀러다. 화학합성의약품이 오리지널과 제네릭간에 가격경쟁을 하면서 매출 부진을 겪는 동안 바이오의약품은 이들을 대신해 글로벌 의약품시장을 견인했다.

BCC 리서치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13년 2006억달러 규모에서 2019년 3867억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11.5% 수준의 성장을 이뤄낼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의 시장점유율 역시 2013년 20.3%에서 2019년에는 29.9%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효능·효과 및 안정성이 동등함을 입증받은 복제의약품이다. 하지만 화학합성의약품과 동일하게 복제할 수 있는 제네릭과는 달리 바이오의약품은 생명체를 배양·분리·정제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미세한 차이가 발생해 오리지널과 아주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제네릭 제품을 바이오시밀러라고 표현한다.

▲ 출처=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제네릭과는 다르게 개발을 하는데 있어 평균적으로 2000억원 이상의 비용과 생산을 위한 기술력, 고가의 생산설비가 필요해 시장 진입에 일정 장벽이 존재한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가 바이오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대비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다 판매허가 및 승인에 대한 성공률도 높아 경제적 효용이 매우 높다고 여겨진다. 신약 바이오의약품 개발에는 대게 바이오시밀러의 10배에 달하는 비용과 2배에 달하는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신약 개발이 성공할 확률은 바이오시밀러의 10%에 불과해 경제적 효용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할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그보다 더 적은 노력으로 똑같은 효능의 제품을 만드는데다 가격까지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으니 업체들은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노리게 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바이오의약품에서 크게 주목받는 분야는 생물학적제제 중에서는 백신(폐렴구균백신, 자궁경부암백신, 독감백신 등), 단백질의약품 중에서는 치료용 단백질(인슐린, 인성장호르몬 등), 항체의약품 세포치료제 중에서는 단일클론항체(항암제, 자가면역질환,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등)인데 그 중에서도 단일클론항체가 2019년까지 연평균 12.1%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바이오의약품의 주요 대형 품목인 항체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를 앞두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림프종 치료제인 리툭산, 소아 특발성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휴미라·엔브렐 같은 주요 항체 의약품들의 유럽 및 미국 특허 만료가 2015년부터 본격화 됐다. 특허가 만료될 주요 항체 의약품의 2014년 매출액이 517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시장 교체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세를 잡을 것에 바이오시밀러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관련해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항체 바이오시밀러로는 2013년에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 램시마는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2014년 말에는 한화케미칼의 '엔브렐'이 한국의 3번째 항체 바이오시밀러로 승인을 받았다. 또한 인도에서도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추가로 승인을 받았으며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자사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EMA의 허가를 받아냈다.

한편, 글로벌 사회는 ‘고령화’ 추세와 함께 전반적인 의약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문제는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다. 업계의 긍정적 전망이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투자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