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IT 기술‧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시장은 규모가 아닌 머리(지식‧기술)로 하는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 기반의 첨단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엔터테인먼트의 영역까지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창의적 직관력’은 기존 현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시각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소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혹은 더 즐겁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한편, 창의적 직관의 성공 사례들을 살펴보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에서 비롯된 것보다는 특정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몰입’의 결과물들이 더 많았다.  
    
LG경제연구원 황인경 책임연구원은 “창의적 직관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꿈과 편집광이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엄청난 노력의 결과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정리하며, 몇 가지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오타쿠’의 진정한 승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헐리우드 영화의 대부분은 35㎜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됐다. 소니‧아리‧파나비전 등의 회사들이 만들어낸 디지털 카메라들이 있었지만, 대당 가격이 20만 달러(한화 약 2억 4000만원) 수준으로 매우 비쌌고 가격에 비해 영상 품질은 좋지 않아 영화를 찍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07년, 한 미국인 청년이 내놓은 카메라 한 대는 제임스 카메론과 같은 영화계 거장들을 열광시켰다. 수집한 카메라만 1천대에 달했을 정도로 카메라에 푹 빠진 ‘카메라 덕후’ 청년은 “영화 수준의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칩을 만들 수 있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늘 말하고 다녔다. 이를 들은 그의 친구들은 “말도 안돼는 소리 마. 그건 소니 같이 돈이 많은 기업에서나 개발할 수 있어”라고 핀잔을 주었다.

이 카메라 덕후 청년은 몇 년 간의 끈질긴 도전 끝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반영해 4K급 초고해상도를 자랑하면서도 약 1만 7000달러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었다.

▲ RED社 창업자 짐 자나드(왼쪽)와 헐리웃 영화 촬영장에서 사용중인 카메라 RED(오른쪽). 출처= 짐 자나드 페이스북, 위키미디아

이 카메라는 출시 직후 헐리우드 영화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스파이더맨‧반지의 제왕 등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 촬영장에서 사용됐다. 카메라의 이름은 레드 원(RED One). 그리고 이를 만든 카메라 덕후 청년은 RED社 의 창립자 짐 자나드(Jim Jannard)다.    

꿈, 창의적 직관의 기폭제 

‘크리에이터 코드(Creator Code)’의0 저자 에이미 윌킨슨(Amy Wilkinson)이 스타트업 기업 200개를 조사한 후 내린 결론은 “꿈을 품은 기업들이 성공한다”였다. 그녀는 “그저 돈벌이를 위한 노력이 아닌 자신이 간절하게 이루고자 하는 꿈을 쫓을 때,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Value)를 시장에 만들어지고 이는 곧 시장의 혁신자(Disruptor)가 될 가능성 이 높다”고 말했다.

좋아하는(혹은 몰두하고 있는) 특정 영역에서 자신이 바라는 미래상을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현재를 바꿀 수 있는 요소를 찾는 노력이 현실화되는 것에서 창의적 직관이 나타난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농경‧의료‧정보통신‧운송수단 나아가서는 우주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가 바라는 미래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를테면 날씨에 관계없이 빌딩이나 지하에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 적외선 또는 초음파 탐지기와 같은 곤충/동물들의 제 6의 감각을 인체에 이식하는 것, 실제 손과 발보다 뛰어난 감각을 보유한 의수(족)을 개발는 것, 생각만으로 주변의 모든 기계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서울에서 LA까지 1시간에 가는 교통수단을 만들어내는 것, 화성에서 사는 것 등 미래상에 대한 크고 작은 꿈의 위시리스트는 창의적 직관의 기폭제가 된다.

‘외적 보상의 함정’ 주의해야 

외적 보상이란 어떠한 성취에 대해 돈‧권력‧명예‧칭찬‧인정 등 외부로부터 얻어지는 모든 심리적·물적인 보상의 통칭이다. 외적 보상은 사람들로부터 특정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는 효과적이다. 예컨대 A라는 특정 행동에 대해 보상을 주면 사람들은 A라는 행동을 더욱 많이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동기부여 이론(Motivation Theories)이다. 하지만 외적 보상은 새로운 발 견을 통한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는 데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출처=LG경제연구원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샘 글럭스버그 교수는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글럭스버그 교수는 ‘창의적 사고의 필요성이 낮은 경우(문제 1)’와 ‘창의적 사고의 필요성이 높은 경우(문제 2)’의 문제를 설계해 실험 대상자들에게 풀게 했다. 문제 1에서는 외적 보상이 성과를 높였다. 즉 보상금을 약속 받은 사람들이 문제를 빠르게 풀었다. 반면 문제 2에서는 외적 보상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렸다. 보상금을 약속받은 사람들은 조급하게 우왕좌왕하며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하버드 대학의 테레사 애머빌 교수는 “외적 보상은 열린 사고를 방해한다”라고 결론지었다. 

마법은 없다. 인내와 절제, 그리고 몰입  

탁월한 창의적 직관을 보여주는 사람치고 자 신의 일에 미친 듯이 몰입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엘론 머스크,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전 세계를 뒤흔드는 사업을 이끄는 유명한 리더들치고 자신의 일에 ‘미치도록’ 몰입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를 두고 인텔의 전임 회장이자 고문인 앤디 그로브는 “지독한 편집광들만 살아남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몰입은 무엇보다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몰입은 즐거움으로만 설명되는 개념이 절대 아니다. 때로는 광기(狂氣)에 가까운 집착이자 지루함의 연속이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있거라’의 마지막 장면을 39번 고쳐 썼으며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 싸이코의 샤워신을 78번 다시 찍었다. 라이트 형제는 첫 비행에 성공하기까지 무려 1천 번 이상의 실험들을 반복했다.

스탠포드 비즈니스 매거진이 수많은 기업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린 결론은 “위대한 성공은 끊임없는 반복(Constant Reiteration)에서 나온다”였다.

결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친 듯이 무엇인가에 몰입한 '오타쿠'들의 피나는 노력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창의적 직관, 그리고 혁신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