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업계 화두 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물가인상’이다. 작년 말 소주값이 인상된 이후 두부 가격도 올랐다. 여기에 3년간 동결이었던 라면 마저 올해 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소비자 체감 물가 역시 커지고 있다.

반대로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던 4000원대 커피는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면서 1000원대까지 내려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수의 경쟁상대가 공존하는 커피 업계가 ‘치킨게임(chicken game: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처럼 ‘죽기 아니면 살기’ 시장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 빽다방.

1000원대 커피 시장에 뛰어들어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린 곳을 꼽자면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이 대표적이다. 빽다방은 2006년 원조벅스로 첫 선을 보인 이후 2007년 원조커피, 2008년 빽다방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빽다방 가맹점은 방송에 출연한 백종원 대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덩달아 매장 수도 늘어났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매장은 415개로, 이는 한해 전 25개에서 16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고품질의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선보인다는 콘셉트의 ‘카페 아다지오’를 작년 1월 선보였다. 파리바게뜨는 전국 3300여 매장을 보유, 커피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페 아다지오 브랜드 제품은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카페모카 등 총 8종으로 가격은 아메리카노 2500원, 카페라떼와 카페모카는 3500원이다.

▲ 카페 아다지오.

맥도날드는 작년 초, 맥카페를 새롭게 단장하고 아메리카노 가격을 600원 인하했다. 맥카페의 아메리카노는 1500원(스몰사이즈 기준), 카페라떼·카푸치노 각 1800원 등 1000원~2000원대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편의점도 매장에서 판매하는 1000원대 커피 메뉴를 강화했다. CU는 Cafe GET, GS25는 카페 25, 세븐일레븐은 세븐카페를 론칭하면서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다.

CU는 2011년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고급 원두를 직접 갈아 만든 원두커피를 1000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커피머신을 이용해 한잔씩 내리는 ‘드립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세븐카페’라고 불리는 이 커피는 분쇄된 커피 입자에 물이 스며들어 커피 속 성분을 녹여내는 드립 방식으로 추출해 깔끔한 맛이 특징이라고 업체는 설명했다. 가격은 8온스 컵이 1000원, 13온스 컵이 1200원, 아이스 드립커피가 1500원이다.

GS25는 작년 12월부터 아메리카노 2종(소형컵, 대형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전국 1000여개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까지 2000여 대를 추가로 도입, 전국 어디에서나 Cafe25를 만나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미니스톱 역시 커피 전문회사 쟈댕과 공동 개발한 원두커피 브랜드 ‘미니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를 1000원에 판매 중이다.

▲ GS25

주스 역시 가격이 낮아졌다.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는 작년 10월 1000원대 생과일주스 브랜드 ‘쥬스식스’를 론칭했다. 망고식스를 운영하는 강훈 KH컴퍼니 대표는 “식사 후 디저트가 일반화되면서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싸고 맛있는 상품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쥬스식스 론칭 배경을 설명했다.

쥬스식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저렴한 가격’이다. 대표 상품인 생과일주스(14온스)는 1500원이다. 대형 커피전문점 아메리카노 스몰사이즈(14온스) 평균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생과일 자몽, 블루베리, 청포도, 파인애플을 이용한 주스 등도 2000원으로 경쟁사 대비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커피나 주스를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는 게 습관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찾게 되는 소비패턴과도 맞물려 저가 커피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1000원대 커피 전쟁이 본격화 됐지만,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은 예상할 수 없다”면서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든 커피 시장의 가격 경쟁도 끝까지 온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업계 경쟁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치킨케임과도 같다’는 해석도 들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