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잡스를 잇다〉
-심상훈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1만6500원

한자를 가지고 경영학과 인문학, 고전과 현대, 그리고 순수문학까지 통섭해 즐거운 공부를 하는 사람이 있다. 신간 <공자와 잡스를 잇다>의 저자 심상훈이다. 저자는 북칼럼니스트이자 경영컨설턴트, 작가, 강사 등 다방면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1인 기업인이다. <이코노믹리뷰>를 통해서도 한동안 칼럼을 연재하면서 인문학과 경영학의 접목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저자는 한자가 가지는 낱말 혹은 글자의 함축적인 의미에 호기심을 느끼고, 이를 여러 작품들과 현실에 대입하는 참신한 역발상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드러낸다. 총 5편으로 구성된 본문은 각 8자씩으로 묶어 모두 40개의 글자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텍스트는 공자의 <논어>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손에서 놓지 않았던 책이며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다. <논어>뿐만 아니라 <사기> <도덕경> <장자> 등 곳곳에 숨어있는 많은 고전들이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저자는 “이 책이 학력(學歷)에는 도움 되지 않지만 학력(學力) 즉, 공부하는 힘을 길러 이 책에서 소개한 많은 책들을 독자가 널리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하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중국문인열전>으로부터 시작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고전 <예기>에 이르기까지 약 120권에 이르는 목록들이 이를 반증한다. 저자의 독특한 해석들은 여러 곳에서 빛나는데 특히 중국 최초의 농민반란을 주도했던 진승과 오광을 ‘리더와 팔로워’로 구분하기도 하고, ‘착할 선(善)’이라는 글자와 마크 얼스의 ‘허드이론’을 연관짓기도 하며, 노자와 로버트 프로스트를 길 위에서 만나게 해 공통된 주제 속에 엮어낸다.

글자가 갖는 함축적인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설득력을 향상시킨다. 경영의 신이라 불렸던 동·서양의 기업가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잭 웰치, 마쓰시타 고노스케, 이병철, 정주영은 물론, 노자와 장자, 칸트와 니체, 유방과 항우, 한니발과 알렉산드로스, 피터 드러커, 시오노 나나미와 말콤 글래드웰, 라젠드라 시소디어 등 방대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며 독자로 하여금 지적 유희의 세계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한다.

한자는 글자마다 갖는 고유의 의미와 다양한 현실적인 상황들이 비단 경영자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 음미하고 곱씹어볼만한 주제들을 상징하고 있다.

공부하는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자 책의 말미에는 1016자에 이르는 한자의 순서별 색인과, 인명과 경제용어 중심의 한글색인을 충실히 달았다. 무엇보다 본문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한자그림이다. 표지를 수놓은 이 그림은 엄밀하게 말해 글자처럼 보이는 그림이다. 화가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정수하씨는 이를 위해 따로 글자를 익히고 고유의 의미를 되살려 그림으로 표현해서 기존 서예가의 글자와 달리 회화적 한자를 탄생시켰다.

연암 박지원은 늘그막에 ‘인순고식 구차미봉(因循故息 苟且彌縫)’이란 여덟 글자로 아들에게 천하만사가 이 여덟 글자로부터 잘못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공자와 잡스를 잇다>는 ‘팔자(八字)를 얻어 불행을 이겨낼 수 있는 통쾌한 인문경영서’라 할 만하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