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제나나'

서촌만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천천히 걸었다. 서촌의 골목골목을 누비다, 통인시장에 다다랐다. 특이한 가게를 발견했다. 옆에 붙어있는 현대적인 cu 편의점과는 다분히 대조적이었다. 가게는 앤틱한 간판을 달고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제나나>에 들어가자마자 어떤 프랑스 여자가 사는 방에 초대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제나나는 수제 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가게다.

음료와 빵도 있지만 단일메뉴이다. 잼을 넣은 수제 요거트와 스콘을 판매한다. 찬장에 올려진 잼은 스무가지 내외로, 매우 생소한 종류를 자랑한다. 익숙하게 느껴지는 잼은 포도잼과 사과잼 정도이다. 나머지는 시중에서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을 특이한 잼들이다. 감잼부터 귤잼, 녹차 우유 잼, 알밤 잼, 토마토 잼. 심지어는 저게 잼이 맞나 싶은 양파 잼, 마늘 잼도 있었다. 

 

프랑스어로 ‘여자의 방’을 뜻한다는 제나나에 어울리는 실내 인테리어였다. 연한 하늘색의 꽃무늬 벽지와 샹들리에 조명은 이국적이고 여성스러웠다. 가게 내부에서는 잔잔한 샹송과 캐럴이 흘러나왔다. 겨울 시즌에 맞게 장식된 전구 꾸러미와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은 조그맣고 소담스러워서 가게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다. 소품들은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과장하지 않았다.  

제나나는 잼을 사기 전 시식을 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장님의 추천 메뉴인 레몬 커드 잼, 유자 커드 잼, 파인애플 잼을 시식해 보았다. 레몬 커드 잼과 유자 잼은 크림같은 질감으로, 본연의 상큼한 맛이 가득했다. 기분 나쁜 신맛을 싫어하는 기자의 입맛에 딱 맞았다. 홍차와 스콘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 깔끔한 맛이었다. 파인애플 잼의 경우 먹어보기 전에는 빵 맛을 덮어버릴 것 같다고 예상했으나, 먹어보니 전혀 달랐다. 부담스럽지도 않았고, 밍밍하다거나 부족하지도 않았다. 약간 카야잼 같은 느낌으로,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식빵과 아주 잘 어울린다고 했다. 시식 내내 맛있다는 말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호기심을 자극했던 양파 잼, 마늘 잼도 맛보았다. 제나나는 질감을 위해 과일과 재료를 갈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양파의 몽글몽글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양파 맛이 정직하게 나면서도 매운 맛은 나지 않고, 양파 특유의 달콤함을 최대치로 살린 듯한 맛이었다. 마늘 잼은 잼 보다는 스프레드에 가까운 되직한 질감이었다. 두 잼 모두 그냥 단순히 빵에 발라먹는 것 외에도 요리에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장님의 조언대로 양파 잼은 스테이크나 와인에 곁들이고, 마늘 잼은 크래커에 얹어 맥주와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바게트나 카나페, 감자나 고구마와의 조합도 추천 받았다.

잼들을 시식해 보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시중에 파는 잼처럼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두 아주 자연스럽고 건강한 맛이었다. 그 비결은 재료와 만드는 방법에 있었다. 제나나의 잼에 들어가는 재료는 모두 유기농이다. 가격은 비싸지만 과일이 맛있고 당도가 높기 때문이다. 재료들은 농장에서 공수해 오는데 과일마다 농장이 다 다르다.

과일이 가장 신선할 때 만들며, 백설탕은 쓰지 않는다. 대신 가공 되지 않은 사탕수수 추출물을 직접 졸여 사용한다. 다른 재료도 섬세하게 선택되었다. 녹차우유 잼에 들어가는 녹차는 보통 사용하는 보성 녹차가 아니라, 직접 맛을 보고 고른 지리산 녹차이다. 홍차 또한 보통 얼그레이 홍차의 10배 정도 비싼 마리아쥬프레르의 웨딩임페리얼을 사용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옥인길 23-1 (통인시장 입구를 등지고 바로 앞에 있는 맞은편 골목으로 직진. 한 블록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음. cu 옆에 위치)

▶문의: 02-6326-1982

▶영업시간: 월요일 휴무 / 11:00 am ~19:00 pm

▶가격정보: 스콘 2000원/ 수제 요거트 6000원/ 잼 100ml 11000~12000원 150ml 17000~18000 

▶비고: 제철과일로 만들기 때문에 계절별로 파는 잼의 종류가 달라진다. 유기농 잼이기 때문에 유통기한은 2개월이다. 또 가게 내 별도의 좌석은 없고 음료는 요거트만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