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해 판단을 내리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금융권의 각광을 받고 있다. 머신러닝은 포털 사이트의 자동 완성 기능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추출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 신용을 평가하는 금융권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머신러닝은 방대한 데이터 덩어리를 뜻하는 '빅데이터에서' 한 단계 진보해 특정한 패턴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다. 

핀테크 열풍으로 이용자 행태분석을 통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 등을 통해 머신러닝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이를 활용한 스마트 서비스들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업,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 데이터 보유량이 많은 금융권은 머신 러닝을 신용평가, 사기방지 등의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특성, 행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정확한 신용평가를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의 은행들은 통상 직장, 소득, 금융거래실적, 연체기록 등 소수의 변수에 기초한 신용평가 모델을 적용했지만 머신러닝을 통해선 직장정보, 인터넷 홈페이지 보유 수, 동호회 가입 정보, 범죄 기록, 핸드폰 번호 소유 기간, 소득 대비 지출 비율, SNS 친구 수, SNS 포스팅 주제, 대출신청서 작성에 걸린 시간, 부수입 등 수 천가지 변수를 고려할 수 있어 고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 

사기방지에도 유용하다. 특히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에서 머신러닝은 일반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거래의 위험도와 특정 거래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 핀테크 기업 BillGuard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예측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은행 계좌 이체 내용을 감시하고, 의심스러운 청 구나 거래 징후를 포착하면 즉시 고객에게 경보를 울려 알려주는 등의 서비스 제공한다. 고객은 앱을 통해 신용카드·은 행 계좌 도용 사기나 개인정보 유출 사기에 대한 보호 외에도, 명의도용확인 서비스나 사용자의 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칠 문제 등을 안내 받는다.

서비스 만족도 향상, 금융 상품 추천 등 영업 마케팅 측면의 활용도도 높다. 미국 '퍼스트 테니시(First Tennessee) 은행'의 경우 2년간 모은 데이터의 통계분석 및 모델링을 통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메일 발송비용은 20% 감소시키고 고객 대응률은 3.1% 증가시켰다. 결과적으로 예측 분석 투자 비용 대비 600%의 수익을 창출했다.

전문가들은 머신러닝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진입 등 치열해진 은행권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KB금융지주 김민희 연구원은 "핀테크 시대에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첨단기술 도입에 대한 금융권의 적극적인 준비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며 "신용평가 및 심사, 사기방지 등의 분야에서 특히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은 신규 진입자 대응 및 고객 만족을 위해 디지털역량 향상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할 것"이라며 "머신러닝은 인구통계학적 특성, 행동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해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제안하거나 정확한 신용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