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런저런 악재에 유독 힘든 한해였다. 지속되는 불경기에 메르스 직격탄으로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급격히 줄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에 소비자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반사이익으로 온라인 이용자는 증가했지만 전체적인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있었다. 정부는 침체된 내수 경기와 소비심리 저하에 따른 타개책으로 작년 11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열었다. 백화점‧대형마트‧오픈마켓‧소셜커머스‧편의점을 포함해 총 92개 업체(약 3만4000여 개 점포)와 200곳의 전통시장 가세해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외에도 오픈마켓에서 모바일 주문으로 발생하는 금액이 PC 주문을 따라잡거나 심지어는 역전하기까지 하는 등 ‘모바일 강세’가 지속됐던 한 해였다. 아울러 소셜커머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가 본격화 되면서, 각 유통채널의 배송 서비스 개선 경쟁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 해외직구의 활성화로 구매력 증대와 물류 서비스를 포함한 후방산업의 부가가치를 견인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었던 반면에, 국내에 기반을 둔 제조업의 경쟁력이 후퇴할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올 한해 가장 빠르게 유통시장을 점령했던 모바일이 더욱 강세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채널 경쟁 가속화를 예상했다. 온라인 채널의 대항마에 대응하기 위한 오프라인 공간의 재해석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또 해외로 진출한 우리나라의 화장품과 식품의 선전을 기대했고, 본격 경영 시험대에 올라선 유통가 오너 3세들의 활약 역시 주목해볼 만 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엄지족을 잡아라” 온라인 채널 경쟁 가속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바쁜 현대인, 1인 가구 그리고 맞벌이 부부 증가 등과 같은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과 맞물리면서 올해는 ‘모바일 전쟁’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모바일 쇼핑시장은 약 17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1%의 증가한 수치다. 또 소셜커머스를 시작으로 오픈마켓, 홈쇼핑, 대형마트 등 다양한 업계가 모바일 사업 강화에 눈을 돌리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모바일 쇼핑 시장이 PC시장을 제치기도 했다. 이에 온라인유통의 2016년 판매액은 전년대비 10% 이상 증가한 50조원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오프라인 채널들은 옴니채널, O2O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기존 채널을 유지하면서 모바일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작업을 더욱 활발히 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사들이 지난해 오프라인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과의 결합을 위한 ‘옴니채널’ 구축에 힘을 쓴 만큼, 올해는 본격적으로 관련 서비스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모바일 시장을 위한 치열한 경쟁은 유통가가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들어 온라인 사업 확장을 위한 초석 다지기를 마련했다. 신세계의 SSG페이, 롯데의 L페이, 현대의 H월렛이 시장에 선보여 지면서 유통 빅3는 페이먼트 시장 진출로 경쟁력 갖추기에 나선 것이다. 2016년에는 그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에서 시작된 배송전쟁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기존 온라인 배송과는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만큼 올해도 배송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경험을 팝니다” 오프라인 쇼핑 공간의 재해석

이코노믹리뷰 DB

온라인에 대항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이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새로운 경험의 쇼핑’이다. 이에 백화점과 마트 등은 기존에 단순한 쇼핑을 제안했던 공간을 재해석 해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매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이마트타운 킨텍스점, 롯데마트 양덕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이 있다.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은 새롭게 선보이는 다양한 구색의 상품들과 차별화된 전문매장 등 고객 체험형 매장을 도입해 인기다. 이마트가 이처럼 초대형 점포를 만든 이유는 획일화된 기존 오프라인 할인점의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도입했다. 비콘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마트앱 설치 후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켜면 계산대에서 이마트앱 포인트카드가 자동으로 노출되고 모바일로 배송등록이 가능해 간편하다.

▲ 출처: 롯데마트

롯데마트 양덕점은 온라인 유통채널과 경쟁하기 위해 고객이 기대하는 새로운 생활을 직접 오감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단순히 ‘공급자 중심으로 진열된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 공간’이었던 대형마트 틀에서 벗어나, 소비자 트렌드 변화를 관찰해 새로운 생활을 제안하고 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큐레이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선택 폭이 늘어난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유기농, 건강, 휴식, 개성 등의 여러 요소를 반영해 쉽고 편하면서 여유 있게 체험하고 구매를 유도한다는 것이 3세대 대형마트의 핵심이라는 게 마트 측의 설명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대형마트 부활의 돌파구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닌 ‘고객이 기대하는 새로운 생활’을 직접 오감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온라인상에서 구현할 수 없는 공간 창조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한 층을 미술관과 패밀리 가든으로 구성된 패밀리층으로 구성해 가족단위 고객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고객 유입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아울러 교보문고의 경우에도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책을 읽는 공간’으로 공간이라는 개념을 재해석 하는 등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발맞춰 공간을 재창조하는 시도가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전통적 유통 채널인 오프라인 공간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올해도 오프라인 공간의 재해석을 통해 온라인으로 옮겨간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새로운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서 답을 찾다” K-뷰티·식품 글로벌화

유통업계는 지속되는 불황의 타개책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특히 올해는 유통가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여기는 중국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수 소비시장 매출 총액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6.1% 성장했으며, 한·중 FTA 발효로 업계는 더욱 활발한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한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을 필두로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최대 실적을 올리며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가운데 OEM, ODM 업체 역시 동반 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2015년 11월 한국 화장품 수출금액과 대중국 수출금액 역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화장품 수출금액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50.2%가 증가한 약 2944억원, 대중국 수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2% 증가한 약 1333억원을 올린 것으로 업계가 추산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 생산, 유통 등 산업 전반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류열풍의 확산으로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국내 화장품 OEM ODM 업체의 해외 시장도 동반 확대되면서 내년 전망도 밝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베스트 브랜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중국 이외에도 동남아에서 미국 유럽까지 진출하면서 세계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한 해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식품 업계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특히 세계에서 약 20%를 차지하는 할랄(Halal)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인증을 받는 식품 기업의 행보가 주목된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들이 먹고 사용토록 허용된 식품과 의약품·화장품 등에 붙여지는 것으로 인증을 받은 식품은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임을 의미한다. 할랄식품 시장은 2012년 기준 1조880억달러 규모로, 오는 2018년에는 1조626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한식 브랜드 ‘비비고(Bibigo)’의 만두, 김치, 스낵김에 대한 할랄 인증을 획득, 아랍에미리트 식품 시장에서 우리나라 식품을 알릴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밀키스와 알로에주스의 할랄 인증을 받고 올해부터 말레이시아에 진출한다. 매일유업 역시 할랄인증 기관인 MUI로부터 조제분유와 멸균유·주스블랜드 3종 6개 제품에 대해 인증을 받고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최근 베트남 호치민에 매장을 오픈하는 등 유통채널 역시 동남아 공략에 본격 나선 모양새”라며 “식품까지 가세해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알릴 수 있는 본격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젊은 피’가 나섰다” 오너 3세 본격 경영

유통업계의 오너의 3세들이 2015년 연말 인사에서 대거 승진하면서 경영 승계가 본격화 되는 분위기다. 이에 경영 시험대에 오른 ‘젊은 피’가 이끄는 유통가의 새로운 모습은 어떨지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및 제일기획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사장은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파슨스디자인스쿨 출신으로 그동안 삼성물산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신세계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에서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에 정용진 부회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 사장은 지난 1996년 상무로 조선호텔에 입사해 2009년 신세계 부사장 자리에 오른 지 6년 만에 사장 자리로 승진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은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4만9667주(11.35%)을 오너 3세 4명에게 증여했다. 먼저 선호씨와 경후씨는 각각 5만9867주를 넘겨 받았다. 또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딸 소혜씨와 아들 호준씨에게도 각각 1만4967주가 증여됐다. 업계에서는 이들은 지분증여를 통해 승계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C그룹의 경우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글로벌경영전략실장이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허 부사장은 SPC그룹의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의 2대주주로, 2005년 28세에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한 뒤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아울러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은 두산 전무를 겸직하며 면세점 사업을 총괄하게 됐고,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등도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 3세들이 이제 막 승진을 한 상태라 경영 방향이나 신사업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직은 들리지 않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기인 만큼 이들이 이끌어 갈 새로운 유통가 모습에 대한 기대 역시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