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한 개 걸상 하나 놓고 시작해도 좋다. 소규모 자본으로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창업 전성시대이기 때문이다. 최근 1인 창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소호사무실(소규모 사무실) 임대시장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외국계회사가 한국에 처음 진출할 때 임시로 빌려쓰는 호텔식 비즈니스룸 형태의 서비스드 오피스 사업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소규모 자본을 가진 업체에게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가 각광받고 있다. 이 가운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패스트파이브’의 박지웅 대표를 만나봤다.

 

“사무실 임대만 하는 거 아니에요”

▲ 패스트트랙 아시아 박지웅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박 대표는 지난해 초 패스트파이브를 설립해 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들었다. 창업자와 스타트업 벤처를 대상으로 한 ‘패스트파이브’는 기존 건물을 빌려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전전세(轉傳貰)다. 30대 청년인 박 대표가 부동산 임대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뭘까. “스타트업을 하면서 여러 시장을 보게 됐다. 부동산 시장이 규모가 엄청 컸지만, 온라인·모바일 기술을 통한 혁신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는 부동산 임대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계기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벤처캐피탈 전문 투자회사인 스톤브릿지캐피탈에서 4년 간 투자팀장을 역임했다. 이 때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창업자들의 니즈를 알아챘고, 이들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투자자-창업자간의 협업을 떠올렸다. 이후 패스트파이브에 그대로 녹여냈다.

패스트파이브는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자회사 중 하나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현재 패스트파이브를 비롯해 패스트캠퍼스, 푸드플라이, 헬로네이처, 스트라입스 등 5개의 파트너사를 운영 중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박지웅 대표와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등 IT 업계 창업자들이 모여 설립했다. 이 회사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라는 사업 모델을 가진다. 말그대로 회사를 육성하는 회사인 셈이다. 컴퍼니 빌더는 스타트업에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만들고 키워내는 역할을 한다. 정기적으로 창업 팀을 모집해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와는 또 다르다. 컴퍼니 빌더는 멘토링보다는 네트워크와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데 주력한다.

패스트파이브는 단순 임대 업체가 아니라 입주사인 소규모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회사다. 입주사와 투자자와의 네트워킹을 도와주는 것. 이것이 기존 소호사무실 임대와 차별화된 부분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재작년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고 매년 고속 성장 중이다.

포항공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지만 일찍부터 경영학에 관심이 많았다. 본인이 직접 경영 동아리를 창설하기도 하고, 각종 공모전과 6번의 인턴생활을 거치면서 경영지식을 꾸준히 쌓았다. 그는 자신의 대학생활을 회상하면서 “아마 다른 동기나 선후배들이 보기에 저는 항상 바쁘게 서울을 왔다갔다 하는 애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웃음). 또 남들이 선택하는 길이 아닌 생소한 직업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했기 때문에 특이한 애라고도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라며 남다른 대학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실 ‘패스트파이브’의 사업모델은 미국에도 있다. 미국의 사무실 공유 서비스사인 ‘위워크(Wework)'다. ‘패스트파이브’도 위워크를 벤치마킹해 설립됐다. 지난 2010년 부동산 임대업에 처음 뛰어든 위워크는 빈 사무실을 임대해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앱개발자, 소규모 벤처기업 등을 공동공간에 입주시켜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4000억원을 투자받고 기업가치만 12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판 위워크인 ‘패스트파이브’는 물리적인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서, 멤버십 개념을 도입해 결속력 있는 회원을 만든다. 최근에는 입주한 멤버사들 간에 협업을 돕고, 최근에는 외부 전문가들과 입주한 멤버사들을 연결하는 '커넥트앤 콜라보(connect&collabo)' 서비스를 새롭게 런칭했다. 커넥트 앤 콜라보 프로그램을 통해 입주사인 스타트업은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

“빠른 실행 능력이 필요”

패스트 파이브는 현재 3호점까지 확장됐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250여평 규모의 1호점은 지난해 4월 오픈 이후 1개월 만에 완판됐고, 총 130여명의 멤버가 함께 하고 있다. 인터뷰차 방문한 3호점은 모던한 인테리어의 까페같은 분위기가 눈길을 끌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여서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고, 넓은 한층에 여러 회사 직원들과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달 임대료는 얼마나 될까. 멤버십 비용으로 월 45~60만원을 지불하면 나머지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 보증금도 없어 신생 스타트업이 환영할만 하다 싶었다. 실제로 ‘패스트 파이브’는 지난해 8월경에 오픈한 2.3호점도 계약이 완료됐다. 시장 반응이 좋아 올해 초에 4호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창업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박 대표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데, 누가 빨리 실행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답했다.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으면 진입장벽이 높았던 부동산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패스트파이브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웹서비스, 쏘카, 리모택시 등 60여 개 업체와 제휴해 멤버들을 대상으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수많은 업체와 제휴할 수 있었던 것은 발로 뛰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패스트 파이브는 입주 대상이 필요한 모든 영역들을 리스트업 한 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200여개 회사를 선택해 일일이 컨택했다. 그러면서 제휴사들은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고, 서로가 윈윈하는 결과를 낳았다.

박 대표는 “공간, 커뮤니티, 서비스를 최고의 퀄리티로 제공해 보다 많은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패스트파이브 내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가 만들어졌다.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해있던 스캐터랩은 소프트뱅크 & KTB로부터 시리즈 A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제일기획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텐핑 또한 유수의 엔젤투자자들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끝으로 박 대표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공간은 1차원적이고 부가가치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래미안’ 아파트는 똑같은 공간인데도 남다른 상징성을 가지잖아요. 사무용 부동산 시장에도 이 같은 상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