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단색화 전시를 보러 갔었다. 우리들에게 이해하기 어렵고 난해한 의미들을 던지는 단색화 작품들을 보고, 같이 간 친구와 서로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한 채 작품만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큰 캔버스에 선만 그려져 있는 이우환 작가의 <선으로부터> 시리즈나 무수한 선과 획 긋기를 반복해 작품을 완성하는 박서보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미니멀리즘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왜 이토록 인기가 있는 것인지, 추상화의 작품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와 같은 많아지기만 하는 의문을 가진 채 필자는 미술관을 나와야 했다.

단색화는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미술계의 중심 흐름이었던 추상 경향 사조를 의미하며, 현재는 한국 현대 미술의 큰 기둥, ‘한국 미술시장의 꽃’으로 자리 잡았다. 단색화는 서양의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서 출발했지만 한국만의 특수한 정치, 사회적 상황을 비롯해 한국인만의 독창성이 더해져 한국의 순수한 미술 사조로 인정받았다. 특히 영문으로도 ‘Dansaekhwa’ 혹은 ‘Tansaekhwa’로 표기될 만큼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고유한 미술 양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전시장에 미니멀리즘 작가의 작품과 단색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상상해본다면 실제로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를 것이다. 미니멀리즘과 단색화에서 작품의 이미지는 그 정도로 유사하다.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하는 것, 구조를 단순화해 반복적으로 나타낸다는 것만 본다면 그렇다.

화폭에 나타난 이미지만 본다면 그렇게 차이를 느끼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은 작가의 개념적 표현의 결과물인 것에 반해 단색화는 금욕적인 수행의 과정에 집중한 점이 다르다. 단색화는 박정희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새로운 체제하에 들어간 시대의 힘없는 젊은 작가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는데 작품은 그 시대를 대변했다.

한국 미술사조의 한 줄기로 등장했던 단색화가 40년 동안의 무명 같은 세월을 지나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를 통해서 재조명받았다. 이후 2013년부터 런던 프리즈 마스터스, 아부다비 아트페어, 아트 바젤 등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해외의 아트페어에서 전시되었다. 특히 2014년 단색화 작가의 대표주자인 이우환의 개인전이 배르사유 궁전에서 열리면서 한국 미술, 단색화가 세계적 관심의 중심이 되었다.

추상화 장르에 집중하고 있는 세계적인 트렌드, 저평가된 예술사조의 재조명, 서양의 유사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단색화의 작품이 저렴하다는 점, 서양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세련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양의 정신에서 나오는 동양미를 겸비하고 있다는 점 등이 단색화 열풍을 불게 한 원동력이다. 사실 집에다 작품을 걸어 놓는다면 어느 집임을 불문하고 단색화만큼 집안 인테리어에 좋은 작품이 없어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LA의 대표적인 아트페어인 LA 아트쇼가 2016월 1월 27일~31일에 다운타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제21회 아트쇼에서 ‘한국의 단색화: 4인의 궤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단색화 특별전을 연다고 한다. 특히 이 전시는 세계 20여개 국의 120여 갤러리가 참가하는 미국 서부 최대의 아트페어로 4일 동안 5만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단색화 특별전시에서는 김형대, 이승조, 유병훈, 안영일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고 한다. 필자도 단색화에 매료된 서양의 열기와 한국에서 느끼던 한국 작가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동양의 미를 확인하러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