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첫주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의 검색순위 1위는 홍콩 배우 장바이즈와 셰팅펑의 이혼 소식이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중국판 ‘데이비드 베컴과 빅토리아’로 알려진 축구선수 출신의 시에 후이와 슈퍼모델 출신의 통첸지에 부부가 결혼 7년만에 이혼한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달궜다.

연예인들의 흔하고 흔한 이혼 소식일 뿐이라고 생각하기엔 중국의 이혼율은 경제성장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혼하는 중국 커플의 숫자는 하루 평균 5000쌍에 달한다. 지난 6월 초 중국 인민정부는 올해 1·4분기에만 46만5000건 이상의 이혼 업무를 처리했다고 밝히고 이는 평균적으로 하루 5000쌍이다. 올 1분기 3개월간의 이혼신고 건수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 17.1% 증가한 수치다.

하루 평균 5,000쌍에 달하는 중국의 이혼율은 경제성장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 단둥 압록강변에서 결혼식 올리는 신랑, 신부.


중국의 이혼율은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2010년 한해동안 이혼한 부부만 268만쌍에 달한다. 이는 2009년에 비해서 8.5% 증가한 수치이며 2001년과 비교해서는 2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이중 협의 이혼이 201만 건으로 전년에 비해서 11.5% 증가했고 재판 이혼은 66만8000건에 머물렀다. 이혼율은 지난 5년간 특히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지난해의 중국 전체 이혼율은 7.65%에 달했다.

경제적 여건이 좋고 교육이 수준이 높은 대도시의 경우 이혼율이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이혼율은 3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며 경제 수도인 상하이의 이혼율도 38%로 박빙의 2위를 차지했다.

중국사회과학원(CASS)은 이혼율 증가와 함께 중국의 결혼이 불확실성의 단계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과거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늙어 죽을 때까지의 결혼이 아닌 지금은 결혼하지만 이혼도 가능하다는 불확실성이 덧붙여진 것이다.

사회과학원 측은 부부 사이의 대화 부족 및 증가하는 불륜이 이혼을 부추기고 있으며 특히 남녀 모두 경제적 독립성을 갖추면서 이혼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중국 이혼율의 증가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1자녀 정책 이후 출생한 빠링허우(1980년대 출생자)세대의 등장을 꼽고 있다. 현재 31살에서 22살까지인 빠링허우세대는 1자녀 정책으로 인해서 조부모와 부모 등의 사랑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자라서 이전 세대와 달리 자기애가 강하고 양보 등을 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성격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국 동부의 장수성의 경우 전체 이혼 부부의 40% 가량이 80년대에 출생한 빠링허우세대다. 베이징의 경우 30세 이하 이혼 부부의 97%가 형제자매가 없는 1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교육을 받고 보수가 높은 직장을 갖고 있는 빠링허우세대는 그러나 결혼이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쉽게 어려움에 봉착한다. 중국 여성들은 대학교육 여부에 관계없이 30세 이전에 결혼해야만 한다는 암묵적 압력에 대부분 시달린다. 때때로는 훨씬 더 어린 나이에 결혼 압박에 몰리기도 한다.

27살의 직장인 장홍(가명)은 현재 만나는 남자친구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와 결혼할 예정이다. ‘체면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30살 이전에 결혼해야하는데 그보다 나은 조건의 남자를 찾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중매로 결혼하던 풍습이 아직도 남아 부모가 결혼을 적극 권유하기도 한다. 22살의 대학생 페이(가명)는 현재 유학 중인 남자친구가 학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와 결혼할 예정이다.

문제는 페이와 남자친구는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친구 사이인 양가 부모가 결혼을 결정하고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 것. 페이는 “22살은 결혼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라고 항변해도 좋은 남자를 만나려면 일찍 결혼해야 한다고 막무가내”라고 말한다.

24살의 대학생 젱첸치앙(가명)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23살 신부와 얼마 전 결혼했다. 캠퍼스 커플로 보이지만 사실 젱첸치앙의 부모가 신부를 먼저 물색한 후 둘을 만나게 한 후 결혼을 성사시켰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자라난 빠링허우세대는 겉으로는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정신적, 경제적으로 부모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칭티엔티엔(가명)은 결혼직후 남편이 ‘마마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의 말이라면 꼼짝도 못하는 남편이 미웠지만 문제는 그녀도 ‘마마보이’라는 점. 결국 둘은 부모들의 권유로 이혼서류에 사인을 했다.

최근에는 돈과 관련된 이유로 이혼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31살의 이혼남 왕유첸(가명)은 결혼 전 신혼집을 부부 공동 등기로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결혼 이후 본인의 단독 등기로 했다가 이것이 빌미가 돼 이혼에 이르렀다.

신부쪽은 약속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왕씨의 입장에서는 신혼집 마련에 신부가 한푼 보태지도 않고서 절반을 주장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던 차라 결혼 직후 갈라서기로 결정한 것이다.

중국전통 결혼식.


지난 2003년부터 이혼절차가 간소화된 것도 중국인의 이혼을 부추겼다. 이전에는 이혼을 하기 위해서는 직장이나 지역사회로부터 이혼 사유를 설명하고 인정받아야 했으나 2003년부터는 이런 규정을 개정해서 아이 양육권이나 재산 분할과 관련한 분쟁만 없다면 합의만으로 손쉽게 이혼할 수 있게 됐다. 최근 5년간의 급속한 이혼 증가는 이혼절차 간소화 이후의 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후커우(거주지 등록제)가 완화되면서 중국 내에서의 이주가 이전보다 쉽게 된 것도 이혼을 부추겼다. 무엇보다도 이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이 이혼에 대한 중국인들의 접근을 쉽게 했다.

얼마 전 이혼한 28세의 디자이너 징친은 이혼한 사실을 친구나 친지들에게 숨기지 않았다. 남들에게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또 남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징친의 부모가 20여년 전 이혼했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엄마는 항상 동네 사람들의 단골 이야깃거리였고 행실이 나쁘다느니, 성격이 안 좋다느니 등의 근거 없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징친은 특히 엄마가 격려와 함께 적극 지지해준 것이 이혼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편 결혼적령기로 들어서는 빠링허우세대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혼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 정부 등이 여러 고안책을 내놓고 있다.

장수성은 이혼서류를 접수하러 온 부부들에게 숙려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명상룸’을 마련해놓고 있다. 즉흥적으로 이혼을 결심했다가 이곳에서 고민의 시간을 가진 후 결정을 번복하는 부부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