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인천 송도에 85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건립한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일 인천송도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본사에서 글로벌 1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CMO)을 노리는 제3공장의 기공식을 열었다. 이는 삼성의 신성장동력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대전기이자,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여럿 던져준다.

CMO 최강자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1일 기공식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 18만 리터의 제3공장 건설을 천명하며 글로벌 CMO 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제1공장 3만 리터, 내년 1분기 가동 예정인 제2공장 15만 리터를 합치면 연간 총 생산령이 36만 리터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는 론자 26만 리터와 베링거인겔하임 24만 리터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다. 세계 최고다. 상업가동은 2018년 4분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여기에 제4공장과 제5공장 증설도 가능성이 열려있다.

기공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비롯해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중심의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제조강국의 위상을 확보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의 로슈와 미국의 BMS 등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며 그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CMO로는 3위의 규모를 차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삼성의 바이오 전략
이 지점에서 CMO의 현황과 시장규모, 그리고 삼성의 바이오 전략을 살필 필요가 있다. CMO는 반도체 분야의 파운드리와 비슷한 개념이며, 의뢰를 받아 의약품을 제조하는 산업을 뜻한다.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시장규모가 약 1790억 달러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분야다. 제약기업들이 과도한 생산설비를 자체적으로 갖추는 것을 지양하며 CMO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글로벌 CMO 시장은 연평균 10%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CMO는 CRO와 대척점에 있으며, CRO는 연구용역을 주특기로 삼는다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서 삼성의 바이오 전략 전반에 집중하자. 삼성은 2010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 및 제약,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LED, 태양광 사업을 선정한 바 있다. 여기에서 삼성SDI가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자동차용 전지를 제외하면 나머지 분야는 성과가 지지부진하거나 사실상 체크리스트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는 다르다. 여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일종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 제품을 수주받아 생산하는 회사며 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 시밀러를 연구하거나 개발 및 판매하는 회사다. 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의 자회사며 바이오에피스는 손자회사다.

삼성의 바이오 전략은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2개 기업에서 시작되고 추진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대목이 새롭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외국계 금융회사 4곳을 상장 주간회사로 삼아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와 나스닥 상장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삼성은 과연 바이오로 어떤 시너지를 원하는가?' 일단 바이오 산업 자체가 견고한 성장세를 거듭하는 곳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바람'을 바탕으로 그룹의 성장동력을 바이오에서 찾았다는 해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중국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열망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천명이다.

실제로 통합 삼성물산 정국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운명의 주주총회를 통해 “통합 삼성물산을 2020년 매출 60조원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자신하는 한편,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CMO 1위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이 등장하기도 했다.

바이오 산업의 중요한 특징, 즉 전자산업을 비롯해 다른 산업의 영역과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점도 중요하다.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 양산할 바이오 프로세서를 위해 투자를 늘리는 지점이 의미있다. 바이오센서를 비롯한 건강과 ICT 경쟁력의 결합은 추후 사물인터넷 시대의 전략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과 바이오 산업은 극적인 교집합을 보여준다. 올해 IFA 2015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슬립센스의 가능성은 사물인터넷 시대의 상징이자 바이오 + ICT 경쟁력의 총체적 결과물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중국 보아오 포럼에서 한국사회의 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며 바이오와 의료기술에 IT를 접목시킨 새로운 모델을 창출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결합의 가능성이다.

경영적 측면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부수라고 보는 분석도 있다. 이는 반도체를 핵심으로 삼아 도약했던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승부수와 닮았다. 삼성전자가 1983년 64K D램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이후 1992년 글로벌 D램 시장 석권,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장악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던 이건희 회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1974년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재까지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하는 순간,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는 극적으로 결정됐다. 이건희 회장의 승부수가 반도체라면, 이재용 부회장의 승부수는 바이오라는 해석이다. 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콘트롤 타워의 숙명과 그 궤를 함께 한다.

가능성 있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3공장 기공식을 기점으로 바이오 시장이 크게 관심받고 있다. 일단 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확실하다는 전제로, 최근 삼성의 전략을 살필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삼성 바이오 전략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추진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가 3일 국내에 출시된 대목이 중요하다. 브렌시스는 암젠이 개발하고 화이자가 판매하는 오리지널 바이오항체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 EMA에서는 이미 지난해 12월 엔브렐에 대한 승인권고가 떨어진 상태다. 엔브렐이 바로 브렌시스다.

최근에는 미국의 암젠도 미국 FDA와 유럽 EMA에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ABP 501 허가서를 제출하는 등 전통의 강자들도 속속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자연스럽게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규제도 풀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삼성의 바이오 전략은 시장의 '부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게 파고드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ICT의 경쟁력을 연결하면 더욱 거대한 시너지도 가능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3공장 기공에 돌입한 상황에서 미국 FDA의 정책적 변화를 감지했을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공격적인 CMO 공장 건설과 시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정황이 보인다는 뜻이다. 이는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해 다양한 바이오 제품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삼성의 바이오 전략이 연구용역, 하청업체로 귀결되는 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바이오의 영역에서는 바이오시밀러로 대표되는 '빠른 길'이 열려있는 상태다. 여기에 규제까지 풀리고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호기까지 잡았기 때문에 지금 삼성이 보여주는 방향성은 매우 의미있다는 평가다.

선택과 집중에 임하는 삼성의 전략도 새삼 눈길을 끈다는 후문이다.삼성전자는 지난 5월 평택 고덕산업단지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공장 기공식을 열었으며 1단계 사업에만 15조6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수원 삼성의 2.8배에 달하고 15만명의 고용효과까지 예상된다. 이러한 대단위 전략이 바이오 분야에서도 재연된다는 것은, 결국 '될 산업은 밀어준다'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